나름의 방식으로 잘 견디고 있는 당신에게

by inihiai

며칠 전부터 오빠 생각이 문득문득 나더라. 뭐가 그리 정신이 없는지 정말로 연락 한 번 할 여유도 없었어(변명이야)

요즘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오빠 조금은 마음이 편한지, 무얼 하면서 시간을 쓰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네.

나는 방학에 인도에 다녀왔어. 인도에서 생각만 해도 눈물날 것 같은 순간들을 많이 마주했고, 함께했던 사람들은 이제 나에게 엄청 소중한 이들이 되었어. 인도에 다녀와서, 뭐라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나의 부분이 바뀌었는데, 이걸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싶기도 하고 안 그러고 싶기도 해서, 뭐라 표현해야하는지 모르고 있는 지금이 좋기도 해.

한국으로 돌아와서 문득 지금까지 나는 정신 없게 살았지 열심히 산 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고민을 해봤는데, 어이없게도 모르겠더라. 우습지만 중고등학교 때에는 쥐뿔도 없어도 이렇게 살고 싶다라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는 커녕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조차 모르는 것 같아.

오빠는 기억할 지 모르겠지만, 나는 가끔 오빠랑 과방에서 홍상수 영화 얘기했던게 떠올라. 상세한 내용은 떠오르지 않지만, 그 장면이 가끔 눈 앞을 아른거려. 그때까지만 해도 홍상수를 참 좋아했던 것 같은데, 그가 영화를 그의 추태를 포장시켜주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순간부터 보지 못하게 된 것 같아. 남들이 뭐라 해도 낄낄 거리며,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에도 보면 안된다는 괜한 자존심에 틀지 못하고 있어. 근데 내가 너무 싫어하는 이유가 나에게 같은 동인 - 아직 발현이 안된 어떤 행동에 대한 - 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해. 그래서 혼자 영화관 가서 부딪혀 보고, 그 질문에 답을 내려야 하나도 고민하고 있어.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살아, 요즘. 곧 군대에 간지도 일년이 되겠네. 정 가득 담은 글씨 전하고 싶은데, 손 편지 못 써서 미안해. 행복해 오빠. 조근조근하게 그리고 담백한 목소리로, 옆에서 물렁물렁한 이야기하는 오빠가 그립네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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