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차는 항상 클래식 채널에 라디오 주파수가 고정되어 있다. 누가 들으면 클래식 음악에 조예가 깊은 줄 알겠지만 그렇지 않다. 안내방송 배경에 깔린 음악들로 친숙한 게 클래식 음악의 대부분인 아주 평범한 사람의 수준일 뿐이다.
그럼에도 늘 클래식 채널에 라디오 주파수가 맞추어져 있다. 라디오 채널들 중 클래식 채널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좋아하게 된 이유가 조금 우습다면 우습다. 귀에 거슬리는 게 없어서이다.
어릴 때는 강렬하고 자극적인 영화나 책을 선호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공포영화도 굳이 보고 싶지가 않다. 현실이 제일 무서운데 굳이 영화까지 찾아봐야 하나 생각이 들어서이다. 잔인한 전쟁영화나 선정적인 액션 영화도 보고 있기 힘들다. 이런 자극적인 것들이 나에게 '거슬리는' 부분들이 된 것이다. 대단한 메시지가 없더라도 잔잔하거나 즐거운 영상을 찾는다. '거슬리는 것'이 적은 영상을 찾는다. 많은 사람들이 ASMR 등을 검색해서 보는 것도 나와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사람을 만날 때도 마찬가지이다. 젊을 때는 강렬한 매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끌렸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간혹 만나는 것은 괜찮아도 오랫동안 곁에 있기는 힘들다는 것을 어느 순간 느끼게 되었다. 처음에는 솔직한 매력으로 다가왔던 직설적인 화법에 어느 순간 상처를 받게 되고, 명랑하고 쾌활하다고 생각했던 즉흥적인 성격이 성급하다고 느껴지게 되었다. 나이가 들면서 오랫동안 같이 가야 하는 존재를 선택할 때에는 장점이 많은 것보다 '거슬리는' 것이 적은 쪽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클래식 채널은 나에게 '거슬리는' 것이 적은 존재이다. DJ의 목소리, 멘트의 내용, 흘러나오는 음악들까지.
운전을 할 때마다 클래식 채널을 좋아하게 된 시간만큼 나도 스스로를 조금씩 다듬어 나가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모난 돌처럼 뾰족했던 나 자신을 조금씩 갈아서 둥글게 만들어 나간다. 나에게 와닿았을 때 누군가가 찔려서 아파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다. 약간 줏대 없고 두리뭉실해 보여도 오랫동안 곁에서 지낼 수 있는 '거슬리지' 않는 존재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