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빼미 엄마의 새벽기상 도전기

엄마만의 시간, 미라클모닝

by 끼지엄마

우리 집안은 대대로 야행성이다. 나도 40년을 올빼미로 살았고 아침잠이 많아서 학창 시절에도 회사를 다닐 때도 아침에 일어나는 게 제일 힘들었다. 밤을 새워서 일출을 볼 수는 있어도 아침에 일어나 일출을 보기란 불가능한 전형적인 올빼미였다.


= 나

= 우리 친가

= DNA에 올빼미 있음


30대에 들어서면서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는데 그제야 내가 아침에 저혈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느 순간부터 아침에 눈을 뜨면 두통이 잦았고 건강관리를 소홀히 한 탓에 동년배에 비해 관절통, 근육통도 빨리 찾아왔다. 아침에 눈을 뜨고 한 시간은 계속 아프다고 보면 된다. 정말 머리부터 발끝까지 돌아가며 아프다. 일어난 지 몇 시간이 지나면 몸이 좀 풀리면서 겨우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그래도 그냥 그냥 버티며 살았다.


문제는 출산 후이었다. 눈 뜨자마자 애를 들어 기저귀를 갈고 닦이고 먹여야 했다. 내 몸 하나 일으키고 있기가 힘든데 점점 무거워져 가는 애까지 케어해야 하니 늘 기운 없고 다 죽어가는 모습으로 오전을 보냈다. 가능한 아이와 함께 늦게까지 잘 수 있도록 두꺼운 암막커튼 밑에서 잠을 청했고 나를 닮아서인지 다행히도 다른 아이들보다는 아침에 늦게 일어나주는 이쁜 짓을 했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일 뿐..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일찍 일어난다..)


그러다 아이가 두 돌 즈음되어 어린이집을 가게 되었는데 평소 우리 기상시간으로는 등원 시간을 맞출 수가 없었다. 또 아이가 어린이집을 가서 6시간을 보내고 오는데도 기본적인 집안일을 조금 하고 나면 “내 시간”이랄게 남아있지 않은 이상한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애가 어린이집만 가면 나도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나 자신에게 투자하는 시간”이 생길 줄 알았는데 청소만 해도 시간이 부족해 항상 동동 거리며 애를 데리러 뛰어가기 일수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아 내 스케줄을 리뷰해보고 다른 엄마들의 시간관리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유튜브는 자연스럽게 자기 계발 유튜버들을 나에게 소개해주기 시작했고 그들은 한결같이 새벽 기상, 미라클모닝을 이야기했다.


'나는 뼛속까지 올빼미인데.. 정말 이 방법밖에 없나.' 고민이 됐다. 지난 40년 간 다가오는 새해에는 일찍 일어나 보자는 결심을 얼마나 많이 해봤던가. 다 소용없는 짓이었는데..

미라클모닝이 정말 가능하고 나에게 도움이 될 것인가 고민하던 중 나는 감기를 심하게 오래 앓았다. 한 달이 넘어서야 증상이 완화되었고 두 달이 다 되어도 기침과 가래는 사라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코로나가 의심되어 검사도 주기적으로 받아봤다. 코로나는 아니란다. 코로나도 아닌데 왜 낫지를 않을까. 올해 감기가 오래간다고 주변에서 듣기는 했지만 내 몸이 이렇게까지 약해졌나 두려움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몸이 아프니 애를 재운 후 소중한 자유시간에 tv를 잠깐 봐도 재밌지도 않고 피곤하기만 했다. 차라리 이 시간에 잠을 푹 잤으면 좋겠는데 40년 동안 올빼미로 살아온 신체리듬이 그건 안 된단다. 임신기간부터 잠을 깊게 못 들어 애가 이불을 차는 소리에도 깨고 늦게 들어온 남편이 씻는 소리에도 깬다. 그리고 다시 잠들기는 쉽지 않으니 나는 늘 피곤했다. 5시간 이상 통잠을 잔 게 3년 동안 열 손가락 안에 꼽으니 몸이 약해지고 자꾸 아픈 게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건강의 악화가 극한에 다다르자 나는 조금이라도 양질의 잠을, 조금이라도 더 자기 위해 미라클모닝을 결심했다. 정말 순전히 사람이 살 수 있도록 양질의 잠을 자고 싶어서 결심한 것이다.


9~10시쯤 아이와 같이 잠들어 6시에 일어나면 중간에 몇 번 깨더라도 7시간은 잘 수 있겠지!!

때마침 12월의 끝이었고 나는 다이어리에 2022년 새해 목표로 새벽 기상을 적었다.

아침에 1분이라도 더 자고자 최대한 아이가 늦게 깨도록 암막커튼을 치고 아침에 아이가 일어나서 내 손을 잡아끌어야 겨우 몸을 일으키던 내가 어떻게 해야 평소보다 2~3시간을 이르게, 아이보다 먼저 일어날 수 있을까 생각하던 중에 김미경 강사의 미라클모닝 514챌린지가 2022년 1월 1일부터 5시 새벽 기상을 목표로 14일간 진행된다는 글을 보게 되었다. 그래, 혼자 하면 힘드니까 묻어가자!

514 챌린지를 완주하면 다이어리를 준다고 하는데 대신 개인 SNS에 매일 인증을 해야 했다. 다이어리는 크게 중요하지는 않았지만 어딘가에 나의 각오를 알리고 하루하루의 성취를 기록한다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엄마의 자기 계발’ 용으로 인스타그램 계정도 새로 만들었다.


D-4 저녁

내일 아침부터 6시 기상이 목표이다. 1일부터 5시 기상을 하려면 워밍업으로 12월의 남은 3일은 6시 기상을 해보자. 그러려면 오늘 밤부터는 아이와 같이 9시에 잠들어야 할 텐데.

몸에 밴 리듬(평소 취침시간 1~2시)이 있어 물론 9시에 잠들지 못했다. 그래도 잠들려고 노력했다. TV를 보면 다른 날과 똑같아질 것 같아 유튜브에서 새벽 기상과 관련된 강의나 영상을 들으며(눈으로 보면 수면에 방해가 될 것 같아 이어폰을 끼고 소리만 들음) 각오를 다지다가 결국은 1시가 다 되어 겨우 잠이 들었다. 그날도 평소처럼 1~2시간마다 깨게 되었고 너무나 피곤했지만 어쨌든 아침 6시는 왔다.


D-3 새벽 6시

눈을 떴는데 온몸이 쑤신다. 바로 몸을 일으켜 움직일 컨디션은 되지 않아 누운 채로 이어폰을 끼고 어제 듣던 강의들을 귀로 들으면서 손가락과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풀어줬다. 그다음에는 손목과 발목도 살살 돌려보고 기지개도 조금씩 켜어본다. 이제는 아침에 기지개를 켜다가도 담이 걸리기 쉬운 나이이다. 내 몸에 무리가 가지 않게 아주 천천히 조금씩 몸을 깨워줬다.

전날 일찍 저녁을 먹고 야식도 간식도 아무것도 먹지 않았더니 새벽부터 엄청난 허기가 느껴졌다. 조용히 국만 데워 밥을 먹고 구석에 박아두었던 비타민을 꺼내 챙겨 먹었다. 나의 미라클모닝의 제일 큰 목표는 건강이다. 생각해보니 살면서 삼시 세 끼를 다 챙겨 먹은 적도 없고, 영양제나 한약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먹어본 적도 없다. 이제부터 일찍 일어나서 세끼를 다 먹고 건강보조식품들도 챙겨 먹자. 이제 그런 것들을 먹어줘야 하는 때가 왔다.

그렇게 일찍 일어난 첫날. 내 몸의 컨디션을 끌어올려놓은 상태로 막 잠에서 깨어 나온 아이를 큰 포옹으로 맞아주었다. 평소와는 다르게 아이의 아침 첫 기저귀를 갈고 손을 씻겨주고 밥을 챙겨주는 것이 조금은 덜 힘들었다. 아침 내내 인상을 쓰고 있지도 않았다. 아직 체계가 안 잡혀 버둥대긴 했지만 내가 아이보다 먼저 일어나는 것이 맞다는 확신이 들었다.

앞으로 아이는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를 계속 다니게 된다. 입시도 치루어야 한다. 나는 아이의 등교시간보다 일찍 일어나서 준비해야 할 것이다. 어차피 일찍 일어나야 한다면 조금 더 일찍 일어나서 허둥대지 않는 하루를 보내자.

좋은 느낌으로 하루가 시작되었지만 등원을 시킨 후부터 나는 하루 종일 정신이 없었다. 피곤하고 몽롱하고.. 어떻게 남은 하루를 보냈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다가온 저녁 9시. 아이를 재우며 빨리 잠들고 싶었고 깜빡 잠이 들었다. 하지만 또 금세 깨어버렸고 피곤은 하지만 쉽게 잠들지 못했다. 역시나 12시가 거의 다 되어 잠이 들었다. 남편이 들어와 씻는 소리에 2시쯤 또 깨었다. 다시 잠드는 것이 요즘은 쉽지 않다.


D-2 새벽 6시

어떻게 겨우 일어나 인증샷을 찍고 핸드폰과 이어폰을 쥐고 침대에 누웠다. 의지를 다지려고 새벽 기상의 장점을 간증하는 영상들을 들으며 손발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풀어본다. 오늘은 너무 피곤한지 배고프다는 생각도 안 든다. 커피머신으로 따끈한 라떼나 한 잔 먹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한데 그랬다가는 커피 내리는 소리에 애가 깰 것 같아 사부작 믹스커피를 탔다. 카누 바닐라라떼와 더블샷라떼를 하나씩 넣고 물을 적게 넣으니 부드럽고 적당히 달다.

책상에 앉아 다이어리를 펴본다. 다이어리에 적힌 2022년 나의 미라클모닝 첫 목표는 중국어이다. 아이에게 읽어주려고 중국어 동화책을 사놨는데, 그것들을 하나씩 익혀 엄마 목소리로 읽어주고 생활에서 같이 사용하면서 중국어에 친숙하게 만들어주는 정도가 내가 원하는 아웃풋이다. 2022년은 아직 이틀 남았지만 이틀 먼저 시작하자!

'중국어는 7년 전에 몇 개월 배웠는데 기억이 날까?' 걱정을 하며 책을 펴본다. 역시나 다 새롭다. 혹은 배웠었다는 사실만 기억나고 정보는 머릿속에 없거나. 모르는 한자 하나하나를 부수까지 찾아가며 적어본다. 두 문장 정리했는데 해가 뜨고 애가 방문을 열고 나왔다.

이날부터는 낮에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다. 움직이고 있는 게 신기할 지경이다. 게다가 시아버님 댁에 공사를 급히 해야 돼서 우리 집에서 하룻밤 주무시고 가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내가 얼마나 피곤했냐 하면 시아버님께서 주무시고 가시게 되면 저녁식사는 뭘 차릴지 이불은 어떤 것을 꺼내드릴지 생각이 많아지고 조금은 마음이 불편하기 마련인데 몸의 피곤함이 마음의 불편함을 이길 정도였다. 그냥 다 같이 배달음식 시켜먹고^^ 아버님이 계신데도 9시에 애랑 기절을 했다. 물론 새벽에 두 번 깼지만 이쯤부터는 깼다가도 다시 누우면 금세 잠이 든 거 같다.


D-1 새벽 6시

시아버님께서 오셨다고 나의 미라클모닝이 흔들릴 수는 없다!!

나는 이제 제일 힘든 ‘일찍 잠들기’를 성공했다. 반 이상은 성공한 거나 마찬가지이다.

이어폰을 꽂고 중국어 동화책을 한 글자씩 찾으며 공부하고 있는데 화장실 가시려고 방에서 나오시던 아버님께서 나를 보시고 화들짝 놀라신다. 그리고 어제부터 많이 불편하셨는지 날이 좀 밝아지니 아침도 안 드시고 운동하러 가신다며 급하게 가버리셨다..

2021년의 마지막 날이었던 이날은 꽤 많은 시간을 자기도 했고 새벽 기상이 실현 가능할 것이란 희망으로 가득 차 컨디션이 매우 좋았다. 아주 오랜만에 친구와 약속도 있었고 묵혔던 집안일도 하고 혹시라도 일찍 잠드는 게 힘들까 봐 부지런히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8시쯤이 되니 애보다 내가 더 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른 저녁, 새해의 첫새벽을 고대하며 2021년을 마무리했다.


진짜 미라클모닝의 시작

D-day 2022년 1월 1일 새벽 4시 50분

김미경의 514 챌린지에 인증을 하려면 실시간 유튜브 방송에 접속해 캡처를 해야 했다. 새벽 5시인데 1만 2천 명이 넘게 접속해있다. 인스타에 인증샷을 남기자 새벽기상러들이 좋아요를 계속 눌러준다. 솔직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일찍 일어나 활동하리라고는 생각도 못 해봤다. 새로운 시간대에 눈을 뜨니 새로운 세상이 존재한다.

SNS와는 담을 쌓고 살던 내가 살면서 가장 많이 좋아요를 누르고 다닌 날이었다. 인친(인스타친구)도 가장 많이 생긴 날이다. 너무나 옛날 사람 마인드인 나는 사생활이 드러나면 혹시 스토킹이라도 당할까, 개인감정을 너무 드러내면 관종 같아 보일까 SNS를 하는 것에 부정적이었다. 게다가 게을러서 꾸준히 할 자신도 없었다. 그런데 새벽 5시에 일어나는 어려운 일을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니 훨씬 할만하다. 좋아요를 받으니 솔직히 힘이 난다! 일찍 일어났다고 칭찬하고 응원해주는 것 같이 느껴져서 내일도 모레도 계속하고 싶어졌다. 다른 새벽기상러들도 응원해주고 싶었다. 일찍 일어나 열심히 살겠다는 사람 중에 나쁜 사람이 있겠는가.

그렇게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고 오늘 분량의 중국어 공부를 마치고 새해를 맞이했다.

애가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미라클모닝은 종료되지만 하루를 애 뒤치다꺼리가 아닌,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으로 시작한다는 것은 하루의 기분을 크게 좌우한다. 그리고 이미 나를 위한 시간을 충만히 보냈다는 생각에 육아를 하면서도 정신적 스트레스가 확실히 덜 하다. 또 잠에서 깬 후 2~3시간 몸이 풀린 상태에서 아이를 씻기고 안고 하니 몸의 고통도 덜하다.


지난 50일 동안 새벽에 일어나면서 알게 된 미라클모닝의 장점은 그 뿐만이 아니다.

일찍 자게 되니 야식을 못 먹고 고질병이었던 과자도 자연스레 끊게 됐다. 모든 안 좋은 음식들은 항상 밤에 그렇게 당겼는데 일찍 자버리니 유혹 자체가 없다. 십수 년을 새해 목표로 ‘야식 금지’, ‘밤에 늦게까지 tv보지 않기’, ‘tv 보면서 누워서 과자 먹지 않기’ 등을 정하고 매번 실패했는데.. 일찍 잠드는 것 하나로 이 모든 게 자연스럽게 원천 차단되는 것이었다니. 정말 ‘원천 차단’이라는 표현이 딱이다.

나는 일찍 잠드는 리듬을 유지하기 위해 몇 가지 규칙을 세웠다. 커피의 반감기가 6시간인 것을 고려해서 정오가 지난 시간에는 커피를 마시지 않고 당분간은 낮잠도 피하기로 했다.

미라클모닝을 시작하게 된 이유가 무엇보다 건강 때문이었기 때문에 건강을 위해 비타민과 그 외 영양제들을 공부하고 하나씩 늘려나가며 먹고 있고 따뜻한 차나 물을 많이 마신다.

그리고 끼니를 세 번 챙겨 먹는다. 일찍 일어나니 조금이라도 아침을 챙겨 먹을 시간이 난다.


미라클모닝 50일 차 - 현재 평가

올빼미로 내내 살다가 한 순간 미라클모닝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성공요인은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1. 일찍 일어나는 것보다 일찍 잠드는 것에 집중을 했다.

2. 새벽 기상한 것을 인증하며 꾸준히 기록했다. 이것은 사람들에게 '나는 새벽에 일어나는 사람이야!'라고 외치고 다닌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뱉은 말이 있어서라도 일찍 일어나게 된다.

3.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며 서로 응원했다. (김미경의 514챌린지)

4. 명확하게 수치화 된 목표를 정하고 새벽시간에 이를 수행하며 매일의 성취감을 느꼈다.


엄마들은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갖기가 힘들다. 또 육아와 별개로 자기계발과 성장에 목 말라 있다. 20년 후면 아이는 내 품을 떠날 것이고 나는 그때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나는 글을 쓰는 할머니로 살다가 삶을 마무리하고 싶다.

어렵게 찾아낸 나의 새벽 세상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글을 쓰며 '글을 쓰는 할머니'가 될 준비를 한다.



작가의 이전글식욕처럼 찾아온 나의 서욕(書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