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oks Nov 21. 2018

[서호주] 출발 전 이야기.1

서호주 여행 (1)

여행지는 간단하게 결정된다.


그냥 미세먼지가 없는 나라에 가고 싶었다. 거기에 조금 더 보태서, 겨울이니까 (+ 1월이었다.) 따뜻한 곳에 가고 싶었고 마침 퍼스에는 대학 동창도 살고 있었다. 그리고 대자연을 좋아하고 '우리 언젠가는 캠핑카로 투어를 해보자'고 이야기를 주고 받았던 친구들도 있었다. 그렇게 여행지는 서호주로 결정됐다.


미세먼지가 없엉! '_'


떠나는건 간단하지 않다.


정말 간단하지 않았다. 쌓이고 쌓인 회사일로 호주 비자도 출발 일주일을 앞두고 가까스로 신청하고 (+ 며칠은 걸릴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반나절 만에 나왔다. 인*파* 짱) 경찰서에 가서 발급 받아야 하는 국제운전면허증도 엄마한테 부탁해서 가까스로 받고 (+ 욕하면서도 해주는 츤데레 엄마 짱) 겨우겨우 여행 일정만 손으로 대충 짜고 캠핑카만 예약해두었다. (+ 잘 곳이 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한 나의 멘탈 짱) 그리고 업무 인수인계를 새벽까지 정리한 출발 당일 날... 폭설이 내렸다.


내가 이렇게까지 기를 쓰고 여행을 가야 하나-라는 회의감을 없애 준건 엄마아빠의 치열한, '이런 날씨에 공항까지 리무진버스 vs. 지하철 중에 뭐가 더 빠른가'를 주제로 한 부부싸움 덕분이었다. (+ 새벽 5시에 리무진버스 회사에 전화통화를 시도하는 엄마를 보며 '아니, 나를 저렇게까지 보내려고 하는 이유는 뭔가'라고 생각한건 비밀) 그 덕분에 나는 폭설 때문에 도로가 막히더라도 체크인 시간에 늦지 않게...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비행기 안에서 자도자도 인천이었다.. -_-;


그게 무슨 상관이겠는가?


혹시나 모를 급한 업무 때문에 값비싼 로밍을 걸고 왔어도, 폭설 때문에 비행기가 인천공항에서 3시간 지연됐어도, 캠핑카 말고는 뭐 아무 것도 준비된 것이 없어도, 어쨌거나 나는 한국을 떠나서 홍콩을 거쳐 서호주(퍼스 국제공항)에 도착을 했다. 했다! 했다!! 도착을 했다!!! 내가 호주에 도착을 했다!!! 하지만, 내 짐가방은 오지 않았다.


퍼스 국제공항에서 낯선 여자가 낯선 억양으로 내 이름을 불렀다. 내 짐은 아직 홍콩에 있다며, 미안하다며, 홍콩에서 퍼스로 오는 비행기는 하루에 하나(밤 10시 30분 도착)니까 내일 밤 11시에 짐을 찾으러 오라며,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때 깨달았다. 화가 나면 영어가 잘 되는구나. 또 깨달았다. 짐이 오지 않았다고 얼굴이 벌개지며 화를 내는 사람은 나 밖에 없구나. 그리고 또또 깨달았다. '미안하니까 보상으로 100달러를 줄게.'라는 말을 듣고 화가 풀어지고 있는 내 마음을(?!).


그랬다. 그렇게 회사에 업무는 쌓인 채로, 우리집에 부부싸움을 일으킨 채로, 내 짐은 홍콩에 떨궈둔 채로, 여행 계획은 없는 채로 그렇게 호주에 도착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