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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ks Nov 21. 2018

[서호주] 출발 전 이야기.2

서호주 여행 (2)

과유불급, 알고 있었다.


서호주를, 캠핑카로, 9박 10일 정도의 기간 동안 여행한다는 건 사실 일반 회사원 입장에서는 쉽지 않다. 장기간 휴가를 내는 것도 쉬운게 아니고 쉽게 다시 올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니까, 가능한 최대한 보고 가자-라는게 누구나의 생각이었을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를 잘 알고 있었다. '아마 피곤해서 안될꺼야.' 


욕심은 났다. 내가 조금만 참고 조금만 더 운전하면, 우리나라에는 없고 서호주에서만 볼 수 있는 놀라운 뭔가를 볼 수 있을꺼야-라는 그런 욕심. 힘들게 여기까지 왔으니 적어도 남들이 본 건 다 보고 가야할 것 같은 그런 욕심. 하지만, 피곤에 찌들은 채로 그걸 봤을 때 '캬! 이맛이지'라고 감탄할 수 있는 넓은 마음 따위는 나에겐 없다는걸 그동안의 여행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머리와 마음과 타협해가며 루트를 짰다.


최대한 욕심을 줄인 일정이었다... '_';


그래도 좋았다.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좋았다. 서호주에 머무르는 10일 동안은, 구름 한 점 없어 너무 뜨거웠지만 미세먼지가 없어서 좋았다. 에어콘 잘 안 나오는 캠핑카가 더웠지만 시원한 도로에서 달릴 수 있어서 좋았다. 3~4시간 달려야 시내가 나왔지만 오랫만에 들어간 시내에서 보는 맥도날드와 근사한 레스토랑도 좋았다. 장시간 운전하느라 피곤했지만 밤마다 바로 옆에서 들리는 귀뚜라미 소리가 좋았다. 인터넷이 잘 안되서 심심했지만 와이파이가 될 때만 번잡스러운 연락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10일이 아니었다면, 아마 한국이 그리웠을 수 있겠다. 


사실 친구들이랑 여행 일정을 짜려고 검색하다가 놀랐던 것 중에 하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엄청 빡시게 돌아다닌다는 거였다. 우리는 게으르니까 (+ 그중에 나는 특히 게으르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으례 다니는 경로 중에 2/3만 가보는 것으로 이야기를 했는데, 여행 중에 ... 그것마저도 힘드니까 한 곳은 빼고, 여유있게 돌아다니는 것으로 일정을 수정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오래 운전해야 했다. ㅠㅠ


그래서 우리가 일정은,

1월 20일: 퍼스 도착(밤 11시) & 1박(@Perth)

1월 21일: 퍼스(캠핑카 픽업 - 멘붕 - 장보기) & 1박(@Perth)

1월 22일: 란셀린(사막) & 1박(@Sunset beach)

1월 23일: 허트 라군(핑크레이크), 칼바리(해안) & 1박(@Kalbarri)

1월 24일: 칼바리(Natur of window), 빌라봉 로드하우스(ㅋ) & 1박(@Hamelin pool)

1월 25일: 하멜린풀(스트로마톨라이트), 쉘비치(+ 수영) & 1박(@Denham)

1월 26일: 몽키미아(돌고래 + 수영) & 1박(@Danham)

1월 27일: 리틀 라군(+수영), 이글 쉬프트, 빌라봉 경쟁사, 칼바리 1박(@Kalbarri)

1월 28일: 칼바리 & 1박(@Jurien Bay)

1월 29일: 피나클스 & 1박(@Perth)

1월 30일: 짐 정리, 캠핑카 반납, 퍼스 시내 구경, 공항 ㄱㄱ

이렇게 되었다. 


좋았다. 여행 일정 짤 때 우린 어차피 요기 정도까지 밖에 못 가겠네-라고 같은 생각을 하는 친구들이 있다는 게, 그리고 여행 중에 우린 요기까지는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죠기까지 밖에 못 가겠네-라고 같은 생각을 또! 하는 친구들이 있다는 게, 그리고 죠기까지 밖에 못 가면 뭐 죠기에서 수영하고 고기 구워먹고 노래 들으면서 쉬면 되겠네! 라고 같은 생각을 또! 또! 하는 친구들이 있다는게 좋았다. 


오래 알아서, 맞춰주게 되는 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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