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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ks Nov 21. 2018

[서호주] 캠핑카 이야기

서호주 여행 (3)

습관이라는 게, 무섭긴 하더군. (1)


서호주를 캠핑카로 여행한다고 했을 때, 우리가 했던 또는 주변에서 들었던 우려는 엄청 많았다. 가장 많았던 건, "도로가 반대여서 어려울텐데?"였다. 헷갈리고, 어려웠다. 특히 캠핑카를 일요일 2시에 픽업하고 바로 퍼스 시내로 장을 보러 갔었는데 주차장에 차가 빼곡해서! 왼쪽오른쪽도 헷갈리는데, 캠핑카는 엄청 크고, 주차 공간은 작고 그래서 우리 중 운전에 가장 익숙한 최선생조차 멘붕에 빠졌더랬다. 


뭐, 죽지는 않겠지. 


하지만 하다보면 익숙해지기 마련. 시내를 벗어나면 주로 직진 도로이고 차도 많지 않아서 곧잘 하고 다녔다...만, 끝까지 헷갈렸던건 바뀐 깜빡이와 와이퍼 위치였다. 습관처럼 깜빡이를 키려고 왼손을 움직이면, 와이퍼가 왔다리갔다리 하는 상황은 마지막 날까지 고쳐지지 않았다. (+ 그래놓고 돌아와서는...)


퍼스에서 만난 친구 남편이 걱정했던 건, "roundabouts에서 법규를 잘 지켜야 하는데?"였다. 그리고 그는 친절하게 동영상 링크를 보내주었다. 법규는 크게 '양보' 그리고 '안내'였다. 먼저 진입한 차가 있으면 기다렸다가 가고, roundabouts을 벗어날 때는 깜빡이를 켜서 다른 차들에게 알려주면 되는 거였다. 알려주려고 깜빡이를 키면, 와이퍼가 왔다리갔다리 했다는 것은 비밀...


그밖에는, 특히 밤에 운전하면 캥거루를 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이야기 (+ 그래서 밤운전은 하지 않았다.), 이동 거리가 엄청 기니까 중간에 기름이 똑 떨어지면 난감할 거라는 이야기 (+ 중간중간에 roadhouse가 있긴 했다.), 여자 셋이니까 혹시 누가 마실 걸 준다던가 하면 꼭 거절하라는 이야기 (+ 아무도 주지 않았다.) 등, 등. 하지만 원래 걱정의 98%는 다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잘 다녀왔다.


끝도 없는 도로를 달리다보면, 갑툭튀하는 로드하우스 


습관이라는 게, 무섭긴 하더군. (2)


캠핑카 여행은 상당히 부지런해야 하는 거였다. 앉아있을 공간을 만들려면 테이블을 접어야 했고, 테이블을 피려면 침대를 올려야 했고, 공간을 만들려면 부피가 큰 캐리어들을 치워야 했고, 다음날 다시 옷 갈아입고 이동하려면 치운 캐리어들을 다시 갔다놓아야 했다. 그리고 캠핑장에 도착할 때마다 전기 꼽고, 수도 연결하고, 다음날 이동해야 하니까 도착하자마자 빨래하고, 밤 사이에 날아갈지 모르니까 다시 걷어 오고, 밥 먹어야 되니까 테이블 만들려면 아침마다 이불 개야되고, 운전할 때 위험하니까 그릇은 바로바로 설거지하고 치우고 넣어놓고 등, 등. '좁은 공간'이라는 점과 '당장이라도 떠날 채비'를 한다는 것이 합쳐지니 부지런한 인생이라는 답이 나왔다. 


부지런한 인생이 정답이라면, 나는 평생 오답 인생을 살고 있는 셈인데 세 명이서 공동 생활을 하다보니 마냥 게으를 수도 없었다. 내가 침대에서 뒹굴거리면, 배고픈 누군가가 아침을 먹을 식탁이 없어지게 되는 거라서 결국은 꽤(?) 부지런하고 엄청(!)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되었다. 


부지런한 인생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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