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oks Aug 08. 2019

[여행단편] 서울 야경 정복기

기승전남산타워

남산


작년 추석이었다. 보름달과 가까이 가겠다는 일념(?)으로 남산으로 갔다. 케이블카는 사람이 많을 게 뻔했으므로, 중간중간에 보이는 야경 구경하고 사진 찍으며 쉬엄쉬엄 걸어올라갔다.


남산 야경이 남산에서 보는 야경보다 이쁘다


남산에서는 서울 전역의 야경을 모두 볼 수 있지만 작게 보인다는 게 함정. 오히려 올라가는 또는 내려가는 길에 적당한 높이에서 보는 야경이 더 이뻤다. 사실 때가 때이니 만큼 사람들이 평소보다 더 많았던 것 같아, 곳곳을 만끽하지는 못했지만 명절 분위기가 있었다. (+ 취재 나온 방송국들도 많아서, 원하면 뉴스 배경에 잡힐 수도...)


내려올 때는 경리단길로


남한산성


왠지 모르겠는데, 남한산성은 올라가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계곡에서 닭백숙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기는 한다. 어쨌든 올라갔고, 뜻밖에 너무 멋진 석양을 만났다.


약간 우주의 기운


대충 아무 길로나 올라가면 되지~라고 생각했는데, 가파르고 다듬어지지 않은 길이어서 그동안 남한산성을 우습게(?) 본 게 미안할 정도였다. (+ 내려올 때는 산성을 따라 포장된 길로 편안하게 왔다.)


사진으로는 좀 작게 보이지만, 롯데타워와 남산타워가 잇달아 보이는 뷰가 멋졌다. 그리고 쉴 곳이 많아, 여유롭게 석양을 기다리며 벤치에서 만화책을 보는 호사도 누렸다. (+ 음주를 저지하는 관리소 사람들과 취한 사람들의 실갱이를 구경하면서...)


낙산공원


낙산공원은 올라가고 내려가는 길에 구경할 거리도 많고, 카페도 많아 야경 정복보다는 산책의 느낌이었다. (+ 하지만 은근 오르막 경사가 가파랐다. 눈 오면 썰매 타도 되겠는데- 할 정도)


기승전남산타워


길을 따라, 옛날 주택들이 그대로 남아있었는데 그 분위기가 좋았다. 지나가는 나는 옛 정취라며 좋아했지만, 그곳에 오랫동안 터를 두고 살고 있는 사람들은 빠르게 변하는 세상이 더 실감날 것 같아, 그 마음이 궁금해졌다.


내려올 때에는 ‘뭐, 거기가 거기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걷다보니 동대문이 나왔다. (+ 혜화역에서 출발했는데, 산을 넘어 동대문역으로...) 좁은 골목길 사이사이로 걷는 게 재미있었고, 동대문역 쪽에서는 여러 소규모 공연도 많이 열린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만, 다음에는 지도를 잘 보기로.


멀리의 경치보다는 눈앞의 고양이


응봉산


응봉산은 항상 차를 타고 지나가다가 “어, 저기 정자 뭐지?”라고 하게 되는 그곳이어서 한번쯤은 올라가보고 싶었다. 그리고 등산 한 번 갈 때가 되기도 했고. 그런데...


옥수역에서 밥을 먹고 출발하면서, 가게 주인아줌마에게 응봉산 가는 길을 물어봤는데, “아, 그게 산이었어?”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나즈막-한 곳이었다. “정상까지 5분 남았어!”라는 말이 낚시가 아닐 수 있는 곳! (+ 그래서 좋았다.)


적은 노력으로 멋진 야경을!


개나리축제를 매년 하던데, 이번에는 개나리가 질 때쯤 올라갔음에도 만개했을 때가 궁금해질 정도로 흐드러져 있었다. (+ 등산로입구가 여러 곳인데, 금호사거리 쪽으로 올라갔었다.)


사진동호회에서 단체로 나와서 출사를 하는 모습도, 두런두런 정자에 앉아 김밥 먹는 모습도 좋아서 이런 곳을 뒷산으로 두고 살면 행복하겠다-는 생각도 잠시 했다.


또 기승전남산타워


도시의 야경은, 해가 지면서 불이 켜질 때 뭔가 오늘 하루도 잘 흘러가고 있다는 묘한 안정감을 주는 것 같다. 빽빽한 빌딩숲은 낮에는 답답하지만 야경은 멋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