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이름 붙이면 명소
우리나라도 겨울인데, 더 추운 홋카이도로 여행을 간다는 건 별로 땡기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와는 전혀 다르게) 눈이 거의 오지 않은 따뜻한 겨울을 한번 보내고 나니, 설경이 장관이라는 훗카이도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도시보다, 눈이 가득하다는 비에이 투어가 더 기대됐었다.
눈길이니 버스투어를 신청했다. 가이드아저씨는 명소마다 내려줬는데, 여러 코스가 있었지만 널디넓은 들판이 눈이불을 덮고 있는 풍경이 참 멋졌다.
엄청 시니컬하게 이야기하자면, 나무에 이름 붙이면 명소. 되게 긍정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스토리텔링이 관광산업에 주는 힘이랄까. 광활한 논밭 사이사이에 있는 나무 한그루한그루가 명소였다. 가끔은 가이드아저씨가 차를 세울 때마다 ‘...응? 여기..?’의 순간도 있었지만.
그렇다. 관광지가 별건가. 이쁜 사진 한장과 내가 서 있는 곳이 (그것이 무엇이든) 의미가 있으면 된거다. 논밭에 서있는 나무 한그루를 바라보며 ‘아.. 그렇구나.. 저 나무가 담배광고 배경이었구나..’라는 생각은 10초 정도 하고, 각종 포즈로 사진도 10장 정도 찍고, ‘아.. 그렇구나.. 저 나무가 크리스마스 트리 같구나..’라는 생각은 10초 정도 하고, 각종 포즈의 친구 사진 10장 정도 찍어주고.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