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r Review] 사장의 탄생
이 책이 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제기는 '스티브 잡스, 엘론 머스크 등 몇몇 소수의 이미지로 일반화 되어 버린 성공한 스타트업의 개념은 너무 이 시장을 편협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닐까?'이다. 뒤집어 질문을 한다면 '왜 테라노스 같은 스타트업에 (눈 먼 자들 마냥) 투자금과 호평이 쏟아졌을까?'로도 생각해볼 수 있다. 사실 우리는 스타트업에 대한 여러 이론들을 너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는 '스타트업, 창업 시장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를 다시 한번 고민해볼 수 있었다. 그 고민들은 내가 스타트업 투자업계에 있으면서 갖게 된 질문들과 맞닿아 있기도 했다. J-carve를 그리는 성장만이 정답일까? VC의 투자와 회수 논리에 스타트업의 '성공'이 끼워맞춰지고 있는 게 아닐까? 그 밖에도 성공한 스타트업은 무엇이고, 성공하기 위해 스타트업은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등, 등에 대한 (정답이라는 게 없을텐데 마치 있는 것처럼 이야기 되고 있는) 무수한 이론들을 정말 우리의 기준점으로 두어도 될까?
하지만, 이 책은 문제제기를 할 뿐, 더 깊게 고민하지는 않고 다양한 창업의 사례(유색인종, 이민자, 시니어 등)를 보여주는데 그치고 있다. 그러다보니 다 읽고 나서는 이 시장에 대한 고민보다는, 인생을 좀 더 생각해보게 됐다.
저자는 창업을 독려하려다 보니, 회사의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저평가하는 듯 했다. 정말로, 회사의 구성원은 부품일 수 밖에 없을까? '하래서 하는' 또는 '남들이 다 하니까 나도 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사람이라면 내가 회사에 속해 있던, 내 사업을 하던 큰 상관이 없지 않을까. 한 회사의 성공은 집단적 노력의 산물이고, 따져보면 창업가도 결국에는 회사의 구성원인데, 그리고 우리는 살면서 '업'으로 정의 내리지 않은 수많은 일들을 해나가는데, 이분법적인 사고 방식으로 우리네 인생을 재단하는건, 거- 너무한 거 아니오- 작가양반!
그리고, 세상에는 어쨌든 main stream이 형성되게 마련이다. 이 main stream이 내 생각과 다르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 세상에는 편견(아니면 고정관념, 아니면 '남들이 그렇게 하니까' 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나는 잘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대학원을 간다고 했을 때도, 대학원을 졸업하고 대기업이 아니라 스타트업을 가겠다고 했을 때도, 나의 커리어를 생각해 또 다시 이직을 결심했을 때도, 그 무수한 고정관념들을 기준으로 남들이 내 삶에 대해 평가하는 것을 들어야만 했다.
그런저런 생각이 이어져 이 책에서 덮을 때 즈음에는, 그냥 우리는 마음 가는 대로 살면 되고, 서로의 삶에 대해 '멋지다, 고생한다'는 말 한 마디만 해주면 좋을 것 같다는 인생통달한 사람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
어쨌거나, 이 책의 저자는 창업은 생계수단이 아니라 나를 증명할 수단이고, 자기 시간에 대한 지배를 넓힐 수 있는 방법이며, 나의 통제 범위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라고 한다. '나 창업해도 될까..?'라는 약간의 고민을 가지고 있다면, 읽어봄 직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