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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니슨 Mar 19. 2022

코로나 확진 중 찾은 의외의 즐거움

어쨌거나 저쨌거나 이제 좀 꺼져줘라

그렇게 경계하고, 모두가 고개를 저을 정도로 조심했건만. 코로나 쓰나미는 결국 우리 집까지 침범해 들어왔다. 큰 아이가 새 학년이 되어 등교하자마자 생긴 참사였다. 그동안 외부 활동을 하는 남편만 조심하면 된다고 생각했지, 아이가 우리 가족의 첫 번째 타자가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급식도 먹지 않고, 학원도 다니지 않는 아이가 어떻게 바이러스의 침입을 허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닥치고 보니 걱정이나 두려움보다는 '차라리 초반에 걸린 게 다행이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오미크론의 위력이 정말 대단하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감사하게도 아이의 증상이 경미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코로나 확진 중 찾은 의외의 즐거움 ⓒ픽사베이


큰 아이로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는 작은 아이와 내게로 마수를 뻗쳤고, 우리는 속수무책인 상태로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남편만이 7일간 최강 슈퍼 면역체를 유지했는데 유효기간은 거기까지였다. 결국 온 가족 확진이었다.


그렇게 피하려 애쓴 코로나는 우리 가족을 보란듯이 집어삼켰고, 다행히도 걱정보단 괜찮은 날들이 이어졌다.


오미크론이 가족의 몸을 침범해 깃발을 꽂은 가운데에도 뜻밖의 행복이 있었다.


정말 감사하게도 증상이 경미했다. 언론에서는 증상이 약하더라도 폐나 심장에 심각한 문제가 초래될 수 있다고 하지만 일단 크게 앓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 감사할 일이다. 


독박육아가 아니었던 것도 행복 중 하나였다. 남편은 늘 바빴다. 그래서 평일에는 가족을 챙길 틈이 없었고, 주말에는 외부에 나가는 일정이 있지 않는 한 쌓인 피로를 풀어야만 했다. 당연히 나에게는 남편에 대한 결핍이, 아이들에게는 아빠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다. 때문에 비록 격리가 이유였어도 온 가족이 같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게도, 아이들에게도 기묘한 행복이었다. 


더욱이 남편이 초파워 면역체일 때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삼시 세끼를 준비하기까지 했다. 지인들이 '타고난 적성을 찾은 것 아니냐'고 농담을 던질 정도로 남편은 매번 새로운 메뉴로 감탄을 이끌어냈다.


개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침에 늦잠을 잘 수 있다는 것도 내게는 큰 행복 중 하나였다. 나는 아침잠이 많은 편이다. 밤에 늦게 자기 때문이기도 한데 일찍 잠자리에 들어도 아침에 못 일어나는 것을 보면 전생에 잠자는 숲속의 공주 정도 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다. 그래서 등교하는 아이들 챙기려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쉽지 않은데 일찍 일어날 필요가 없으니 얼마나 편했겠는가. 참 철없는 아이 같은 생각이고, 게으름에 대한 고백이지만 편한 건 편한 거니까. 하교 시간에 맞춰 데리러 나가는 수고를 덜 수 있는 것도 좋은 점이라면 좋은 점이었다. 


확진자가 최고치를 찍었어도 걱정을 덜 할 수 있다는 것에도 감사했다. 매일 아침 확진자 수를 볼 때마다 걱정이 앞섰는데 집에 있는 동안만큼은 그런 걱정은 지루한 책의 책장을 덮어버리듯 미뤄둘 수 있었다. 


물론 격리 기간이 꿈과 환상의 시간은 아니었다. 

격리 기간이 길어지면서 느는 것은 살과 화뿐이라더니 뱃살은 더욱 많이 접혔고, 오미크론보다 내 화가 우리 가족에게 더 위협적이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런 행복을 찾을 수 있었기에 확진자가 됐다는 충격과 개학으로 얻어야만 했지만 빼앗긴 내 자유에 대한 아쉬움도, 코막힘과 잦은 기침이라는 후유증도 상쇄하는 효과가 있었다. 


코로나 확진 중 찾은 의외의 즐거움 ⓒ픽사베이




전국 1일 확진자 수가 62만을 넘어서며 미국, 유럽보다 인구수 대비 높은 확진율을 기록했다고 각종 매체가 이야기했다. 등교 후 어린이 확진자의 수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안타깝지만 예견된 결과다. 


이젠 지금까지 코로나에 걸리지 않은 사람이 더 신기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누적 확진자 수가 많고, 매일이 위험한 상황이다. 아무리 조심을 해도 어떤 순간에 방어선이 뚫릴지 모를 일이다. 오미크론이란 녀석은 참 집요하고 교활해서 찰나의 순간도 놓치지 않고 파고든다. 올림픽 금메달급이다. 


이미 코로나의 침입을 당했다면, 그래서 지난한 격리 기간을 버텨야 한다면 가능한 긍정적인 의미를 찾아보자. 

비록 격리 기간은 우리를 소금에 절여진 오이처럼 쳐지게 만들지만 그 안에는 격리 기간에만 찾을 수 있는 것들이 분명 있다. 또한 그 긍정의 에너지는 격리 해제 후의 하루에 더욱 값진 의미를 부여할 것이며, 일상에 더 감사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코로나 확진 중 찾은 의외의 즐거움 ⓒ픽사베이

코로나 확진으로 힘든 기간을 보내고 있을 모든 분들께 '선배 확진자'로서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또한 재택치료/입원치료 중인 모든 분들이 하루 속히 완쾌되길 기원한다.



덧붙이는 말.

행복이고 나발이고 코로나, 이제 좀 꺼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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