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거나 저쨌거나 이제 좀 꺼져줘라
그렇게 경계하고, 모두가 고개를 저을 정도로 조심했건만. 코로나 쓰나미는 결국 우리 집까지 침범해 들어왔다. 큰 아이가 새 학년이 되어 등교하자마자 생긴 참사였다. 그동안 외부 활동을 하는 남편만 조심하면 된다고 생각했지, 아이가 우리 가족의 첫 번째 타자가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급식도 먹지 않고, 학원도 다니지 않는 아이가 어떻게 바이러스의 침입을 허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닥치고 보니 걱정이나 두려움보다는 '차라리 초반에 걸린 게 다행이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오미크론의 위력이 정말 대단하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감사하게도 아이의 증상이 경미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큰 아이로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는 작은 아이와 내게로 마수를 뻗쳤고, 우리는 속수무책인 상태로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남편만이 7일간 최강 슈퍼 면역체를 유지했는데 유효기간은 거기까지였다. 결국 온 가족 확진이었다.
그렇게 피하려 애쓴 코로나는 우리 가족을 보란듯이 집어삼켰고, 다행히도 걱정보단 괜찮은 날들이 이어졌다.
정말 감사하게도 증상이 경미했다. 언론에서는 증상이 약하더라도 폐나 심장에 심각한 문제가 초래될 수 있다고 하지만 일단 크게 앓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 감사할 일이다.
독박육아가 아니었던 것도 행복 중 하나였다. 남편은 늘 바빴다. 그래서 평일에는 가족을 챙길 틈이 없었고, 주말에는 외부에 나가는 일정이 있지 않는 한 쌓인 피로를 풀어야만 했다. 당연히 나에게는 남편에 대한 결핍이, 아이들에게는 아빠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다. 때문에 비록 격리가 이유였어도 온 가족이 같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게도, 아이들에게도 기묘한 행복이었다.
더욱이 남편이 초파워 면역체일 때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삼시 세끼를 준비하기까지 했다. 지인들이 '타고난 적성을 찾은 것 아니냐'고 농담을 던질 정도로 남편은 매번 새로운 메뉴로 감탄을 이끌어냈다.
개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침에 늦잠을 잘 수 있다는 것도 내게는 큰 행복 중 하나였다. 나는 아침잠이 많은 편이다. 밤에 늦게 자기 때문이기도 한데 일찍 잠자리에 들어도 아침에 못 일어나는 것을 보면 전생에 잠자는 숲속의 공주 정도 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다. 그래서 등교하는 아이들 챙기려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쉽지 않은데 일찍 일어날 필요가 없으니 얼마나 편했겠는가. 참 철없는 아이 같은 생각이고, 게으름에 대한 고백이지만 편한 건 편한 거니까. 하교 시간에 맞춰 데리러 나가는 수고를 덜 수 있는 것도 좋은 점이라면 좋은 점이었다.
확진자가 최고치를 찍었어도 걱정을 덜 할 수 있다는 것에도 감사했다. 매일 아침 확진자 수를 볼 때마다 걱정이 앞섰는데 집에 있는 동안만큼은 그런 걱정은 지루한 책의 책장을 덮어버리듯 미뤄둘 수 있었다.
격리 기간이 길어지면서 느는 것은 살과 화뿐이라더니 뱃살은 더욱 많이 접혔고, 오미크론보다 내 화가 우리 가족에게 더 위협적이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런 행복을 찾을 수 있었기에 확진자가 됐다는 충격과 개학으로 얻어야만 했지만 빼앗긴 내 자유에 대한 아쉬움도, 코막힘과 잦은 기침이라는 후유증도 상쇄하는 효과가 있었다.
전국 1일 확진자 수가 62만을 넘어서며 미국, 유럽보다 인구수 대비 높은 확진율을 기록했다고 각종 매체가 이야기했다. 등교 후 어린이 확진자의 수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안타깝지만 예견된 결과다.
이젠 지금까지 코로나에 걸리지 않은 사람이 더 신기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누적 확진자 수가 많고, 매일이 위험한 상황이다. 아무리 조심을 해도 어떤 순간에 방어선이 뚫릴지 모를 일이다. 오미크론이란 녀석은 참 집요하고 교활해서 찰나의 순간도 놓치지 않고 파고든다. 올림픽 금메달급이다.
비록 격리 기간은 우리를 소금에 절여진 오이처럼 쳐지게 만들지만 그 안에는 격리 기간에만 찾을 수 있는 것들이 분명 있다. 또한 그 긍정의 에너지는 격리 해제 후의 하루에 더욱 값진 의미를 부여할 것이며, 일상에 더 감사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코로나 확진으로 힘든 기간을 보내고 있을 모든 분들께 '선배 확진자'로서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또한 재택치료/입원치료 중인 모든 분들이 하루 속히 완쾌되길 기원한다.
덧붙이는 말.
행복이고 나발이고 코로나, 이제 좀 꺼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