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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니슨 Mar 05. 2022

초등 학부모의 다짐

#육아에세이 #육아일기 혹은 #그냥육아 #그냥이야기

나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하지만 '다독'은 어렵다.


첫 번째 이유로 '속독'에 약하다는 핑계를 대고 싶다. 한 문장 한 문장에 담긴 의미를 곱씹다가, 앞과 뒤의 내용을 연결 지으며 감탄하다 보면 한 페이지를 넘기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오래 걸려도 '완독'을 한다는 것이다.


'편독'을 하는 것도 다독이 어려운 이유다. 고루고루 다양한 분야의 책에서 여러 분야의 지식까지 섭렵한다면 좋겠지만 취향에 맞지 않으면 눈에 담아지지 않는다. 사실 책뿐만이 아니라 모든 것에 걸쳐 내 취향이 아닌 것에 대해선 아는 것이 없다.


'육아 에세이'에 웬 책 얘기?

'속도'와 '취향'을 통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된 큰 아이와 이제 막 초등학생이 된 작은 아이를 이해해 보려는 다짐이라고나 할까.



초등 학부모의 다짐 ⓒ픽사베이


아이의 속도 기다리기


많은 부모가 하는 실수 중 하나, '비교'다. 특히 저학년 때는 속도가 문제다.

'옆집 누구는 벌써 구구단을 외운다는데...', '반 아이 누구는 알파벳 뗀 지 오래됐다는데...'

끊임없이 남의 아이와 내 아이를 비교하며 초조해진다. 그 초조함은 곧 아이를 닦달하는 화살이 되고 만다. 


그간의 경험을 돌아봤을 때 시간과 깊이의 차이는 있더라도 아주 못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아이의 속도를 믿고 기다린다면 아이는 무엇이든 기어코 해내고야 만다. 부모의 조급함은 오히려 아이를 망치고, 자녀와의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


'빨리빨리'라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 때문인지 무엇이든 '빨리', '잘'하길 바라는 부모는 시시때때로 아이를 압박한다. 아이의 속도가 아닌 어른의 속도에 맞춰서. 그러고는 아이가 그 속도에 맞춰지지 않으면 뒤처질까 봐 조급해진다.


나 역시 수시로 큰 아이에게 내가 맞춘 시계를 들이밀곤 했다. 옆집 누구, 반 친구 누구의 시계와 비교하며 느리다고, 배터리를 갈아 끼운 듯 빨라지라고 강요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와 큰 소리가 오갔다. 서로의 마음은 찢길대로 찢겨 힘겹게 나부꼈다. 그곳이 바로 전쟁터였다. 그러다 아이의 속도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하는 계기가 생겼다.


큰 아이가 8살 때의 일이다.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자해 어린이 수영 강습을 받았는데 아이의 실력은 도통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같이 강습받는 옆의 아이는 물살을 가르며 잘도 나아가는데 내 아이는 허우적댈 뿐이었다. '운동신경 없다'고 혀를 찼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는 몰라보게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잘'하는 수준까진 아니지만 분명하게 나아가는 것이었다. '아이마다 각자의 속도가 있구나' 깨닫는 순간이었다.

부모의 역할은 그 속도를 믿고 기다려 주는 것뿐이었다.



초등 학부모의 다짐 ⓒ픽사베이


아이의 취향 발견하기


많은 부모가 아이가 공부를 잘하길 바란다. 모든 과목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길 기대한다. 하지만 그런 아이가 몇이나 될까.


책을 읽는 데 취향이 있듯 아이에게도 타고난 기질이나 주어진 환경에 의해 잘하는 과목과 못 하는 과목이 있을 수 있다. 

큰 아이의 경우 다른 과목에 비해 과학을 좋아하고 잘하는 편이다. 그래서 과학에 대한 책이나 콘텐츠 등을 통해 좀 더 잘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못하는 과목은... 중간만 해도 감사할 일이지 않나 싶다.


공부는 잘하지 못하더라도 운동을 잘하거나 악기 연주를 잘하는 등 좋아하고 잘하는 분야가 하나쯤은 있을 수 있다. 그러니 '공부! 공부!'만 강요할 것이 아니라 아이의 취향을 발견하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남편과 '공부가 안 되는 것 같으면 일찌감치 다른 길을 찾아주자'라는 말을 하곤 하는데 허투루 하는 말은 아니다.


요즘 소위 앞서가는 부모들은 공부에만 목숨 걸진 않는다고 하지 않던가. 나도 앞서가는 부모라는 그들의 뒤를 따라가 보려고 한다.


초등 학부모의 다짐 ⓒ픽사베이


큰 아이가 4학년이 됐고, 작은 아이는 이제 막 초등학생이 됐다.

이젠 빼도 박도 못하는 '완전한 학부모'로서 다시금 다짐한다. 아이의 속도, 아이의 시계에 맞추자고. 아이의 취향을 찾아 적극 지원하자고. 아이가 스스로의 꿈을 찾고 그것을 이룰 수 있는 발판이 돼 주는 것, 딱 거기까지만 하자고.


언제까지 이 다짐이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목표를 세우고 다짐하기 좋은 새 학년 새 학기지 않나(^^).


누구보다 씩씩하게 자신의 길을 찾아갈 아이의 앞날을 기대하며, 전국의 모든 어린이와 부모들에게 응원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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