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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니슨 Feb 20. 2022

아이와 거리두기…  육아에 위안이 필요할 때

#육아일기 #육아에세이 #에세이

오늘도 수고한 여러분은, 무엇으로 위로받고 계시나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0만을 넘었다. 3월에는 20만 명을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30만 명 이상 쏟아져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젠 가까운 누가 확진이 됐다고 해도 전혀 놀랄 일이 아닌 상황이 됐다. 오죽하면 주변에 확진자가 1명도 없다면 '왕따'라는 말까지 나올까.


코로나19 이후 최대의 위기다. 때문에 격리 생활을 하는 가정이 늘었는데 특히 어린 자녀가 있는 경우 위험률을 낮추기 위해 '셀프격리'를 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픽사베이


타의든 자의든 격리 생활을 하다 보면 '지옥이 이런 모습일까' 싶을 정도로 절망의 순간들이 찾아온다. 절망은 곧 무시무시한 천둥을 동반한 번개로 내리친다. 그리고 꽂힌다. 가장 연약한 것에게.


늘 같은 패턴이다. 혹자는 어차피 걸릴 사람 걸리고, 안 걸릴 사람 안 걸린다고 편하게 생각하지만 어린아이를 키우는 가정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나는 아파도 내 새끼만은 아프지 않길 바라는 게 부모의 마음이니까. 아이의 아픔까지 삼켜버리고 싶은 게 바로 부모니까.


그런데, 그런 마음인데, 대체 왜 하루에도 수십 번씩 내 신경은 자이로드롭을 타는 것인가. 분명 하늘은 맑은데 우리 집에는 수시로 번개가 내리친다. 잠시 적막이 흘렀다가 다시 번개가 존재감을 드러낸다.


번개의 직격타를 맞은 연약한 존재는 나만큼이나 마음이 너덜너덜해질 것이다. 그것을 알기에 절망은 더욱 커지고 다시 천둥과 번개가 동반되는 이상한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럴 땐,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이 필요하다. 깊게 한숨을 들이마시고 내쉴 틈이 필요하다. 아이들과 잠시라도 거리 두기를 해야 한다. 

'커피 한 잔 마실 시간도 없는데 무슨 헛소리'냐고 할 수도 있지만 짧더라도 그 시간이 없으면 번개의 횟수는 더욱 잦아질 것이며, 그 크기 또한 어마어마해질 것이다. 코로나19가 시작된 직후 약 2년간 밥 먹듯이 셀프격리를 해 온 경험을 돌아봤을 때 이것은 '팩트'다.


내가 아이들과의 거리를 두고 숨을 고르기 위해 찾은 도피처는 '재즈'다. 음악 스트리밍 애플리케이션이나 유튜브를 통해 재즈를 찾아 듣는다. '음알못'이지만 재즈가 주는 묘한 위안이 있다. 잠시 아이들이 없는 방에 들어가 재즈를 듣는다. 혹은 아이들이 노는 것을 바라보며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미친 소처럼 날뛰던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을 느낀다. 살겠다고 팔딱대는 도마 위 광어 같던 신경이 편안해진다. 어느새 나도 짐승에서 사람으로 진화한다.

ⓒ픽사베이



육퇴 후에는 말 못 할 외로움과 허탈함에 잠식당한다. 그렇게 원했던 고요함은 하루의 내 모습을 반성하고 후회하는 데 소비된다. '내가 엄마 자격이 있나'라는 생각에 자존감이 지구 내핵을 지나 반대편으로 뚫고 나간다. 이럴 때도 내게 위안이 되는 것은 재즈다. 나를 터치할 사람이 아무도 없기에 재즈에 'DIY 명화 그리기'나 '보석 십자수'를 더한다. 낮에 보지 못한 책도 펼친다. 후회와 반성과 자책으로 쓰나미가 밀려들던 내게 솟아오르는 태양이 보인다.



ⓒ픽사베이


내가 살아야 아이도 산다. 그러니 죽겠다 싶을 땐 살 궁리를 해 보자. 누구의 도움을 받기 보다 나 혼자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도움을 구해도 돌아오는 것이 없을 때 느끼는 상실감은 번개의 먹잇감이 될 뿐이다.


나는 요즘 하루의 대부분을 재즈와 함께 한다.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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