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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관광버스 춤을 추다가

이제 뉴진스 춤 출거거든!

by 이니슨

내 나이 비록 마흔이지만 이십대처럼 살리라!




사십대. 내겐 영원히 오지 않을 것만 같던 중년의 시기.

"나 아직 중년 아니거든! '청장년'에서 퉁치자~"고 목소리를 높이는 시기.

'마음은 20대'라는 내게 세상은 참 야속하게도 삶의 곳곳에서 나이듦을 깨닫게 한다.


눈에 띄는 흰머리가 늘어서.

머리 숱 사이로 살이 비치는 면적이 넓어져서.

눈가 주름이 많아져서.

팔자 주름이 짙어져서.

베개 자국이 쉽게 돌아오지 않아서.

뱃살이 늘어져서.

체력이 떨어져서.

씻고 로션을 바르지 않으면 피부가 때겨서.

자꾸만 아픈 데가 생겨서.


어찌나 다양한 방법으로 사십대를 느끼게 되는지 신기할 정도다.

그 중 최근 나를 충격에 빠뜨린 일이 있었는데, '관광버스 춤 in 노래방'이라 이름 붙인 사건이다.


마흔, 관광버스 춤을 추다가 ⓒ픽사베이


친구들과 10여년 만에 노래방에 갔다. 출산 이후 처음이었다. 감동의 날이었다.


술도 마셨겠다, 친구들의 노래에 흥이 올라 자동반사적으로 움직이는 내 몸뚱이를 내려다 보며 너무 놀라 멘홀 속으로 빠지기라도 한 기분이었다. 거기엔 질펀한 엉덩이를 양쪽으로 세차게 흔들어대며, 다이아몬드 스텝인지 뭔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스텝을 밟고, 손가락을 들어올려 사방팔방 찍어대는 볼썽사나운 모습의 내가 있었다. 어릴 적 놀리듯 '아줌마들의 관광버스 댄스'라고 웃던, 바로 그것이었다.


내가 왜 이러고 있는 거야!!!
이럴 순 없어!!!


자동으로 움직이는 내 신경을 끊어내고 싶었다.


과거엔 춤을 잘 추지 못하더라도 인기곡의 안무 정도는 알고 있지 않았던가. 포인트 안무쯤은 꽤 따라 출 수 있지 않았던가. 지금의 나는.... 노래방에서 그때 그 시절의 관광버스 춤을 추는, 사십대 아줌마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았다.


의외의 곳에서 받은 충격은 꽤 오랜 시간 이어졌다. 누구에게도 얘기한 적 없는, 숨기고픈 자괴감이었다.


마흔, 관광버스 춤을 추다가 ⓒ픽사베이


최근에 9살이 된 딸아이가 방송댄스를 배우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배운 곡은 뉴진스의 Ditto였다. 아이는 집에서 한참이나 춤 연습을 했다. 그때마다 "엄마도 같이 해봐~"라며 나를 불러댔다. 나는 당연히 "엄마가 그런 춤을 어떻게 춰, 나이가 몇 갠데~? 네가 추는 거 보는 걸로도 재밌고 좋아~."라며 거절하고.


"엄마. 춤 추는데 나이가 무슨 상관이야! 그냥 재밌게 하면 되지~. 이리 와 봐. 내가 쉽게 가르쳐 줄게~"


내 손을 벽으로 잡아끌며 웨이브 추는 방법을 알려주는 아이를 따라 되지도 않는 몸을 움직여 봤다. 그 모습이 너무 웃겨 자지러지게 웃는 것으로 마무리!


아이는 요즘 (여자)아이들의 Nxde를 배운다. 언제나처럼 집에서 한바탕 춤 연습이 이어지는데 그 앞에는 아이의 춤을 따라 추려 버둥대는 마흔의 내가 있다.


내 비록 나이는 사십대지만 마음은 스물이다. 노래방에서 관광버스 춤을 질펀하게 춰댔지만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최신곡으로 쫙 뽑아내고 말겠다!!



이렇게 또, 세월이 몰아쳐도 휩쓸리는 대신 잘 타고 노는 법을 배운다. 나이에 나를 끼워 맞추지 않고 뭐든 하고 싶은 것을 하다 보면 감추려고만 했던 자괴감도 자신감과 자존감으로 키워낼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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