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맛 좋은 라테처럼
균형 있는 삶을 살고 싶어서
카페에 가면 카페라테를 즐겨 마신다. 아메리카노를 마실 때도 있지만 집에 있는 커피머신으로도 쉽게 먹을 수 있는 메뉴이기에 어쩐지 아깝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단맛이 나는 커피를 마시고 싶지는 않고, 라테를 선호하는 편이다. 뜨겁거나 차가운 우유에 에스프레소만 부으면 될 것 같은 아주 간단한 레시피같지만 맛있게 만드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내 능력 밖의 일이기에 더욱 그렇다.
저가 커피숍(사실 이게 정상가 일 수 있지만)이 아닌 이상 커피 한 잔에 5,000~6,000원에 달하니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 그래서 '홈카페'의 흐름에 살짝 발을 들여놓으며 라테 만들기에 도전했던 적이 있었다. 먼저 뜨거운 라테에 도전했으나 스팀 기능이 없는 커피머신으로는 우유를 적당한 온도로 데우는 것이 어려웠다. 미지근해서 실패! '그럼 우유를 데울 필요 없는 아이스로 마시면 되겠지!'라고 다시 도전했으나 이 또한 처참하게 실패했다. 고소한 우유와 쌉싸름한 에스프레소가 조화를 이루는 맛을 기대했으나 얼음이 녹아 밍밍한 실패작만이 탄생할 뿐이었다. 도저히 먹어줄 수 없는 수준이었다.
@픽사베이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연스레 카페에 가면 으레 카페라테를 주문한다. 그런데 카페에 따라 라테의 맛도 천차만별이다. 어떤 곳에서는 우유와 에스프레소가 환상의 조화를 이루는 반면 어떤 곳에서는 커피의 쓴 맛이 강해 우유를 추가하기도 하고, 또 어떤 곳에서는 이유를 잘 모르겠지만 조화롭지 않은 맛에 첫 한 모금만 마시고 내놓기도 한다. 같은 카페여도 제조하는 사람에 따라 그 맛은 또 달라진다. 참 신기한 일이다. 뿐만 아니라 같은 비율로 만들어진 라테가 마시는 사람에 따라 맛있다고 느껴질 수도, 그렇지 않게 느껴질 수도 있다.
왜 이렇게 라테의 맛이 다른 걸까. 균형의 문제였다. 맛 좋은 라테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우유와 에스프레소의 비율이 있다. 물론 우유 스팀을 어떻게 만드느냐, 어떤 원두와 우유를 사용하느냐 등 세부적인 차이도 있겠지만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바로 '비율'이었다. 우유와 에스프레소의 양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결국 부조화의 맛만 남는 것이다. 이후 다시 홈카페로 라테에 도전한다며 인터넷 검색과 만들기를 반복했으나 아직도 미지근하거나 밍밍한 라테만이 만들어질 뿐이다. 그 균형을 맞추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픽사베이우리의 삶도 라테처럼, 어느 한쪽으로 기울거나 치우치지 않고 고른 '균형'이 필요하다. 나와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과의 균형. 그것은 일이 될 수도, 가족이 될 수도, 친구가 될 수도 있다. 대상이 무엇이든 '나'와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탈이 생긴다. 특히 그것들의 비중이 높아지고 '나'가 낮아지면 마음에 상처가 생기고 점점 곪아 대수술이 불가피한 상태가 된다. 내 경우를 보면 남편, 아이를 먼저 생각하다 보니 내 삶에서 정작 나는 없어지는 기분이 들 때가 많다. 또한 친정부모와 연락하고 만나는 횟수에 비해 시부모와 연락하고 만나는 횟수가 현저히 많아지면서 이에 따른 불만도 쌓인다. 이렇게 삶의 전반적인 부분에서 균형은 건강한 삶의 영위를 위해 아주 중요한 요소다.
내 삶에 불만이 쌓인다면, 삶에서 내가 없어지는 느낌이 든다면, 그래서 마음이 병들고 있다고 느껴진다면 일단 멈추고 생각해 봐야 한다. 마음의 상처가 말기로 진행되기 전에 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다른 것들과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
삶은 정확한 무게를 계량할 수 없는 분야다. 또한 매번 1:1인 것이 아니라 주체나 대상에 따라 1:3, 1:5 등 균형을 이루는 비율도 다르다. 특히 이 균형이라는 것은 굉장히 주관적이기에 사람마다 느끼는 정도가 상당히 다르고, 또 균형을 찾아가는 방법도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균형은 내가 알맞다고 판단되는 수준으로 정한 후 그것을 줏대 있게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찾아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여러 전문가들이 영상이나 책 등을 통해 이야기하는 조언들이 그 방향 설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단, 같은 비율의 라테도 사람마다 맛을 다르게 느끼는 것처럼, 그래서 자신에게 맞는 맛의 카페를 즐겨 찾게 되는 것처럼 비율을 정하는 것부터가 개인의 몫이다. 전문가의 조언은 도움이 되지만 정답은 아니다. 커스터마이징의 과정이 필요하다.
오랜 방황과 고심 끝에 내가 찾은 건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철저하게 개인시간을 확보한다. 육아와 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아이들이 학교에 간 사이에는 가능하면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낸다. 어린이집 등원시킨 후에 집안일을 하는 대신 쉬라는 전문가들의 조언처럼. 쉬고 싶으면 쉬고, 치우고 싶으면 치운다. 내 위주로 사고하며 좋아하는 장소에 가고, 차를 마시고, 거리를 걸으며 숨을 돌린다. 문제는 남편과 양가부모와의 균형인데... 일정 부분 포기하고 받아들이는 게 속 편하다는 결론을 얻어가는 중이다. 맛 없는 것을 알지만 어쩔 수 없게 먹어야 하는 것처럼.
카페라테의 황금비율을 알아도 바로 그 맛을 낼 수 없는 것처럼 삶의 균형을 맞추는 것에도 숱한 고민과 시련이 있을 수 있다. 그런 과정 자체로도 균형에 더 가까워진다. 각자의 입맛에 딱 맞는, 맛 좋은 라테처럼 균형이 잘 맞는 삶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다 보며 목적지에 다다를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혼자 카페에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