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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니슨 Mar 19. 2019

둘째 낳자마자 멘붕? 내가 가장 힘들었던 것 BEST5

독박육아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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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가 4살일 때 작은 아이를 낳았다. 말이 4살이지 겨우 29개월 정도 차이가 나는 것 같다. 큰 아이도 아기였는데 그보다 더 아기인 작은 아이까지. 평일은 혼자 육아를 해야 하는데 혼자 몸으로 그 두 아이를 키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당시 내가 가장 힘들었던 것은 큰 아이 등 하원 시키기와 잠재우기, 작은아이 수유하기, 안아주기였다. 쓰고 보니 육아의 모든 것이었던 것 같다. 지금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그전보다 더 바빠진 남편의 역할까지 다 하려니 난 수시로 산후우울감을 느꼈던 것 같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참 별것 아닌 것들이었는데도 말이다.


둘째를 갓 낳고 '나 혼자만 이렇게 힘든 거야?'라고 자책하고 우울해하는 엄마(혹은 아빠)들과 내 경험을 공유하려고 한다. 다음은 작은 아이가 돌이 되기 전까지 내가 가장 힘들었던 상황에 대한 이야기다.



최대 미션은
같은 시간에 밤잠 재우기


내 가장 큰 미션은 두 아이의 밤잠 시간을 맞추는 것이었다. 작은 아이가 신생아일 때는 하루 중 잠자는 시간이 대부분이었으니 밤잠 시간을 따로 맞출 필요가 없었지만 노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밤잠을 같은 시간에 재워야겠다는 필요가 커졌다. '육퇴'를 하고 나도 좀 쉬고 싶었다.


작은 아이가 50일을 넘어서면서였던 것 같다. 어떻게 해서든 두 아이의 밤잠 시간을 맞추자고 다짐했던 게.
당시 내가 아이를 재우기 시작한 시간은 9시. 내가 가운데 눕고 두 아이를 내 양옆에 눕혔다. 한쪽 팔은 큰 아이 팔베개를 해주고, 다른 한 팔은 가까스로 작은 아이를 토닥이며 재워야 했다. 큰 아이든 작은 아이든 누구든 울기 시작하면 그날은 망하는 것이었다. 최대한 두 아이의 비위를 맞춰서 조용한 잠자리를 유지해야만 했다.


처음에는 낮잠을 여러 번 잔 작은 아이가 쉽게 잠들지 않아 애를 먹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공갈젖꼭지를 물려주면 혼자 뒤척이다 잠이 들곤 했다. 고맙게도. 두 아이가 다 깊이 잠들기 전까지 난 옆에 찰싹 같이 붙어서 있었다. 누구 하나 깨지 않고 깊은 잠에 빠져 숨소리가 바뀌면 성공~!


일주일 정도의 노력 끝에 두 아이가 같은 시간에 잠들기 시작했다. 작은 아이도 잠들면 새벽 5~6시까진 통잠을 자줬고.


엄마가 잠이라도 잘 자야 체력이 버틸 수 있다. 두 아이의 자는 시간이 맞지 않으면 엄마도 쉴 수 없으니 스트레스만 쌓인다. 그 스트레스의 직격타를 맞는 것은 결국 아이다. 그것도 큰 아이. 그러니 가능하면 무조건 잠드는 시간을 맞추자. 아이가 졸리지 않다고 해도 일단 집안 불 다 끄고 같이 눕는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 문제지만 결국 잠이 들게 된다. 가끔은 집안일 미뤄놓고 엄마도 그냥 자버려도 좋다. 하루만 오래 자고 나도 좀 살 것 같다. 나는 요즘도 가끔씩 설거지고 청소고 다 미뤄놓고 자버린다.



큰 아이가 샘내는
모유·분유 수유


작은 아이 때는 모유가 잘 나오지 않아 혼합수유를 했었는데 모유 수유를 하든 분유 수유를 하든 큰 아이가 샘을 냈다. 모유 수유를 셈 낼 땐 아빠 쭈쭈를 먹으라며 "아빠 쭈쭈는 특별히 OO(큰 아이 이름)에게만 주는 거야~"라며 의미를 부여했지만 어이없는 방법으로 달랬고, 분유 수유를 샘 낼 땐 큰 아이에게도 조금씩 타주곤 했다. 그래서인지 큰 아이 살이 많이 올랐다(^^;). 작은 아이가 공갈젖꼭지 빨고 있는 것을 큰 아이가 부러워해 큰 아이에게도 공갈젖꼭지를 물렸던 기억도 난다.


나중엔 작은 아이 수유를 할 때 큰 아이에게 팩에 든 우유나 과자 등 별도의 보상을 해줬더니 질투하는 것이 나아졌다.


엄마가 자기가 아닌 동생을 안고 수유를 할 때 질투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때 질투하는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 주고 작지만 큰 아이에게만 줄 수 있는 것을 주면서 '넌 특별한 아이여서 주는 거야'라는 식의 의미를 부여해 준다면 점차 나아질 것이다.



큰 아이 등 하원,
통학버스를 사수하라!


작은 아이를 1월에 낳았다. 도우미 이모님의 도움은 일주일 받았고. 당시 큰 아이는 어린이집 통학버스를 등 하원을 했는데 다행히 집 바로 앞에서 버스 승하차가 가능해 작은 아이가 신생아 일 때는 눕혀놓은 상태로 빨리 큰 아이를 보내거나 데려오곤 했다. 문제는 아침에 등원 버스를 놓쳤을 때였다. 편도 10여 분 거리에 있는 어린이집까지 도보 등원을 해야 하는데 작은 아이가 누워서 잠만 잔다고 해도 놓고 갈 수가 없었다. 결국 두 아이를 데리고 등원을 시켜야 했는데 말이 쉽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당시 내가 살던 집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빌라 4층이었고, 혼자 몸으로 유모차를 내릴 수가 없어서 무용지물이었다. 게다가 난 운전을 할 줄 몰랐다. 할 수 있는 건 작은 아이를 슬링으로 꽁꽁 싸 안아 내 외투로 덮은 후 큰 아이 손을 잡고 걷는 것. 가뜩이나 추운 날씨에 신생아까지 챙겨서 등원을 시키는 것은 서로에게 못할 짓이었다.

 

이 문제는 정말 답이 없다. 그냥 해야 한다. 최대한 통학버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서두르는 것이 최선이다. 작은 아이가 좀 큰 후에는 쏘서나 점퍼루에 태워놓고 큰 아이를 등 하원 시키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아이의 성향에 따라 다르다. 나의 경우엔 불가능했다.



안아주기 참 힘들지만
팔이 두 개여서 다행


어쩔 수 없이 작은 아이를 안고 있는 시간이 길었다. 자연스레 큰 아이가 엄마 품에 있을 시간은 반비례했다. 내 입장에서야 그게 어쩔 수 없고 자연스러운 것이었지만 큰 아이 입장에서는 '뺏긴'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때 내가 큰 아이에게 했던 말이 있다.


"이것 봐. 엄마 팔이 두 개잖아? 이건 ㅇㅇ(큰 아이)랑 ☆☆(작은 아이)를 한 쪽씩 안아주라고 있는 거야~"


그 말로 아이를 달래고 양쪽에 아이 하나씩 끼고 있는데 '아, 이게 행복이지~' 싶다가도 그대로 움직일 수도 없는 내가 스스로 애처롭기도 했다.


아이는 부모의 사랑을 먹고 자란다고 했다. 아이가 어릴수록 그 사랑은 더 많이 필요하다. 작은 아이가 갓 태어나긴 했지만 큰 아이 역시 어린 것은 마찬가지. 엄마(혹은 아빠)가 조금 힘들더라도 두 아이 모두에게 사랑이 골고루 전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만이 이 문제의 답인 것 같다.



혼자라는 게
여전히 외롭고 힘들다


아이가 하나일 때보다 둘일 때 내 외로움은 배가 됐다. 남편은 아이가 둘이 되니 그 책임감에 더 바빠졌다. 당연히 두 아이의 모든 것이 다 내 몫이었다. 하루 동안 두 아이를 돌보랴 살림하랴 많이 힘들어 누군가와 이야기라도 나누고 싶었다. 아이가 아닌 어른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내 부모나 친구보다는 남편에게 많이 의지했던 것 같다.


늦게 들어와 지쳐 있는 남편에게 내가 힘들었던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없으니 나는 계속 속앓이만 해야 했다. 그러다 쌓이고 쌓여서 폭발~. 그런데 남편 역시 힘들었던 데다 내 상황을 몰랐기에 같이 화를 내 싸움으로 이어지기 일쑤였다. 나는 남편을 배려해 남편에게 얘기하지 않고 혼자 감당하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서로에게 손해인 선택이었다.


많은 전문가와 선배맘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힘든 것에 대해서는 힘들다고 남편에게 이야기를 해야 한다. 남편이 스스로 알아서 자기를 잘 챙겨주길 바라지만 남편들은 구체적으로 얘기하지 않으면 모른다고 한다. 그러니 뭐가 힘든지 정확하게 이야기 하자. 단, 따지듯이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남편의 상황도 헤아리면서 이야기 할 것. 남편에게 말하는 것이 여의치 않다면 가족 누구에게든 도움을 청하자.


우울감은 극심한 우울증으로 이어져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가족 모두가 알아야 한다.



그땐 그렇게 힘들었는데 그 아이들이 벌써 8살, 5살이다. '징글징글하다'는 말이 나오도록 개구쟁이 중에 개구쟁이이다. 둘이 싸우긴 또 얼마나 싸우는지. 게다가 말도 참 안 듣는다. 다 큰 녀석이 징징거리고 있을 때면 한숨부터 나오는 요즘이다. "애 둘을 낳았다는 건 전생에 죄를 많이 지었다는 거야"라는 말을 할 정도로 그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힘들다. 물론 육아에 익숙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육아가 내게 주는 스트레스는 갈수록 다양하고 깊어진다.


지나가다 갓난 아기나 어린아이들을 보면 "그때가 참 좋았지~"싶다. 먼 훗날엔 또 지금의 이 시간을 떠올리며 그때가 좋았다고 하고 있으려나~.


그러니, 조금만 더 힘내세요~.
처음엔 서로가 서로에게
적응할 시간이 필요해서
힘든 게 어찌 보면 당연해요.
일단 적응만 되고 나면
아이 둘과 함께 하는 일상에
익숙해 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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