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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니슨 Mar 19. 2019

둘째 출산 후에도 조리원에 갔어야 했다

독박육아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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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출산하고도 조리원에 갔어야 했다. 괜히 집에서 조리하겠다고 큰소리 뻥뻥 쳤다. 이제 와서 보니 팔다리 관절이 쑤시고 아랫배가 싸~하다. 뜬금 없이 팔이며 다리가 뻐근하기도 한 것이 산후풍이 있는 것 같다.


아. 나 이렇게 골병 드는거야?



둘째 출산을 앞두고 몸조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첫째보다 엄마 몸이 먼저야~", "첫째가 정서적으로 안 좋지 않을까?" 주변에서 하는 얘기들을 들으면 이 말도, 저 말도 다 맞는 것 같다. 어떤 선택을 하든 하나는 얻되 다른 하나는 포기하게 마련이다.


조리원을 선택한다면 첫 째의 정서적인 안정을 포기해야 하고(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집에서의 조리를 선택한다면 엄마 몸의 더딘 회복과 후유증 아닌 후유증을 견뎌내야 한다.


그때 나의 선택은 집에서의 조리였다. 첫째에겐 동생이 생긴 것도 충격일텐데 엄마와 떨어져 지내기까지 하면 정서적으로 매우 좋지 않을 것이란 염려가 컸다. 게다가 아이 아빠는 늘 바빠서 아이를 제대로 케어해 주기 힘들 것도 같았다.


비용도 문제다. 둘째 아이까지 태어나서 평소 육아에 들던 비용이 두 배 이상 들게 생겼는데 조리원에 몇백만원의 비용을 쓰는 게 쉽지 않다. 엄마는 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주부이기도 하니까.


산후도우미 부를거라 괜찮아요


모두의 염려와 만류가 있었지만 결국 나는 첫째를 위해, 우리 가정의 가계를 위해 내 한 몸 희생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대신 조리원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산후도우미 서비스를 받기로 했다. 양가 어머니의 도움을 받기엔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혼자 몸조리를 할 수는 없으니까.



그래. 그 때 난 자신이 넘쳤다. 나 정도 체격에 나 정도 의지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더욱이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첫째가 동생을 좋아하고 아껴주는 모습을 보니 내 선택이 옳았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잘못된 선택이었다. 집에선 몸조리라는 게 불가능하다. 달려드는 첫째를 뿌리칠 수 없다. 첫째가 뛰어노는데 가만히 누워 있을 수도 없다. 혹시라도 첫째가 질투할까봐 둘째를 마음껏 안고 수유를 할 수도 없다. 또 내 집인지라 집안일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도 없다.


아이고. 팔다리무릎어깨허리야



둘째 출산 후 몸조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탓에 나는 수시로 허리와 어깨, 무릎을 두드리며 "아이고~" 소리를 달고 산다. 평소 병치레를 잘 하지 않았는데도 1년 반만에 벌써 응급실 두 번에 링거도 몇 번이나 맞았는지 모른다. 몸이 축나고 있다는 게 그대로 느껴진다.


누군가는 얘기한다. 셋째를 가져서 낳은 후에 몸조리를 제대로 하면 몸이 다시 돌아온다고. "이보세요. 내 인생에 애는 둘이면 충분합니다."


그리고 그 때 몸조리를 더 잘 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두 아이를 놓고 조리원에 들어간다는 결정을 하긴 더 어려울테니까.



주위의 둘째 출산을 앞둔 사람들은 내게 묻는다. 몸조리 어떻게 했냐고. 그러면 나는 무조건 조리원에 가라고 답한다. 2주가 힘들다면 1주라도.


첫째의 안정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엄마의 몸이 더 중요하다. 엄마가 몸조리를 잘 해야 건강하고 튼튼한 몸으로 첫째도, 둘째도 더 잘 양육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 아픈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지 않다. 엄마는 아이들 앞에서 늘 커다란 버팀목이어야 한다.

아이를 위해 내 몸을 희생해야 할 일은 앞으로도 충분히 생길 수 있다. 그 희생이 엄마 몸이 가장 쉬어야 할 그 때일 필요는 없다.


이‎미 몸조리에 실패한 나는 집이 무너질 듯 뛰어나디는 첫째와 첫째를 따라 벌써부터 침대에서 점프해 내려오는 둘째를 향해 소리친다.


너네 낳고 키우느라 엄마 골병 들었으니까 너네가 끝까지 책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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