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박육아 에세이
큰 아이 낳자마자의 이야기다.
조리원 2주 생활을 마치고 친정에서 요양을 했다. 친정에서 쉬면 마냥 편하기만 할 줄 알았는데 하루에도 몇 번씩 친정엄마와의 사이에서 트러블이 생겼다. 몇 가지 예를 들면, 속싸개와 이불, 안아주기가 친정엄마와 싸우게 되는 대표적인 상황이었다.
신생아는 자기 팔 움직임에도 깜짝깜짝 놀라는 데다 안정감을 줘야 하기 때문에 속싸개를 꼭 해줘야 한다는데 친정 엄마는 자꾸만 풀어주려고 한다.
결국 우리 아이는 속싸개를 해주면 답답해하고, 풀어주면 지 팔에 놀라는...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그런 아이가 돼버렸다ㅠㅠ
또! 친정엄마가 자꾸 안고 있으려고 하니 한 달도 안 된 아이의 등에 슬슬 센서가 켜지려고도 한다. 내가 가장 경계했던 부분인데..
그리고... 아이가 매일 땀범벅이었다.
아기들은 열이 많이 나고 땀을 많이 흘려서 시원하게 해 줘야 한다고 그렇게 얘기를 해도 어느 순간 속싸개 위로 이불이...
아이 생각해 주는 친정엄마의 마음은 알겠는데 왜 아이 엄마 말은 듣지도 않고 어른들 생각대로만 하려고 하는지..
친정에서의 일주일 요양을 마친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시댁에 들렸다. 시어머니 시아버지는 아이의 속싸개는 물론 기저귀까지 풀어놓았다. "남자는 시원해야 돼"라는 게 이유였다.
친정에서는 친정엄마가 속싸개만 풀어도 화를 냈던 나인데 시부모님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자니 친정엄마한테 미안한 마음이 몰려왔다. 몰래 방에 들어가 어찌나 눈물을 훔쳤는지..
위의 예는 일부일 뿐, 출산한 지 겨우 3주 됐을 뿐인데 여기저기서 이래라저래라 참견하는 말들을 많이도 했다. 정작 아이 엄마는 나인데 말이다.
제발 제 뜻대로 하게 놔두세요~
애 엄마는 저잖아요!!
아이가 웬만큼 큰 지금 생각해 보면 속싸개를 풀어놓고, 기저귀를 풀어놓고, 아이를 많이 안아주고.. 별 의미가 없는 것이었는데 그때는 왜 그렇게 예민했는지 모르겠다. 첫 아이는 '이론'으로 키우게 되기 때문일까. 어차피 어른들도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에 그랬던 것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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