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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니슨 Apr 04. 2019

독박육아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

독박육아 에세이


나는 올해로 독박육아 8년 차다. 여전히 독박육아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해 툭하면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고 아이들을 '쥐잡듯' 잡는 못나고 부족함 투성인 엄마다. 때로는 '짐승'에 가깝기도 하다.


독박육아는 주양육자인 나뿐 아니라 남편, 특히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이번 글에서는 그 이야기를 조금 적어보려고 한다.


아이들은 늘 아빠가 그립다.


남편은 보통 아이들이 자고 있을 때 나가서 자고 있을 때 들어온다. 평일에 아이들이 아빠를 볼 일은 거의 없다. 가끔 아빠가 늦잠을 자서 출근이 늦어지는 날 빼고는.


아이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아빠는? 아빠 벌써 회사 갔어?"라며, 밤에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아빠는 언제 와?"라며 아빠를 찾는다. 밤에 잘 준비를 하며 영상통화를 하기도 하지만 아빠의 체온을 느낄 수 없는 아이들은 늘 아빠가 보고 싶다.


아이들은 아빠가 쉬는 주말만을 기다리며 "토요일엔 아빠랑 ~~~해야지"라며 아빠와 놀 생각에 신이 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아빠는 쉬는 날에는 쉬고 싶다. 늦잠도 자고 싶고 텔레비전 틀어놓고 누워 가만히 있고 싶기도 하다.


아이들이 같이 놀자고 올라타고 귀찮게 하면 남편은 마지못해 조금 놀아주지만 이내 지칠 때가 많다. 그나마 같이 놀아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주니 다행이다.


이렇게 아빠와 함께 하는 시간이 적은 아이들에게 아빠는 불편한 상대일 경우도 있다. 자신들의 평소 버릇이나 식습관 같은 것도 잘 모르고, 친한 친구와의 일도 잘 알지 못한다. 서로 공유할 수 있는 대화주제가 적다는 의미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 프로그램이나 장난감도 남편에겐 생소하다. 더욱이 잠자리에 들 때도 늘 함께인 엄마가 아닌 아빠의 품은 어색하다.


그런 아이들을 보는 남편의 마음도 좋을 리 없다.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소외된 듯한 기분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독박육아에서 가장 큰 문제는 나다. 독박육아가 내게 주는 스트레스로 인해 아이들에게 불똥이 떨어질 때가 많다.


나는 종종, 아니 자주 아이들이 예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밉다고 표현하는 게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왜 애를 둘이나 낳아서 이 X고생을 하고 있을까', '혼자 살아야지, 혼자'라고 혼자 읊조리기도 한다. 이런 스트레스는 계속 쌓여 나는 언제 터질 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이들의 작은 잘못에도 나는 나라 팔아먹기라도 한 죄인 대하듯 불같이 화를 내고 소리를 질러댄다. 그렇게 해서라도 내 안의 화를 풀어야겠다는 마음이 있는 것도 같다. 아이들은 내게 가장 만만한 상대이기 때문에.


하루도 화를 내지 않고 보내는 날이 없다. 아이들과 기분 좋게 시간을 보내다가도 갑자기 한두 번씩 불같이 화를 내고 또 아이들에게 미안해 반성했다가도 다시 화를 내기를 반복한다.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평소같이 놀다가 갑자기 불호령이 떨어져 당황스러울 것이다.


요즘 나는 유독 아이들이 귀찮다. 그냥 혼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더 많이 화를 내고 더 심하게 혼을 낸다. 그런 내 눈치를 보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아, 내가 또 무슨 짓을 한건가' 싶다.


내가 그렇게 생각을 하기 때문인지  아이들이 주눅들어 보일 때도 있다.


하루는 작은아이의 어린이집 알림장에 쓰여 있는 글이 내 가슴을 미어지게 했다. 작은 아이가 "엄마는 왜 만날 화만 내요?"라고 물었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나의 말을 잘 들어주지 않는 것도 있지만 이는 어떤 아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이유는 간단하다.


'엄마가 화가 많아서'


결국 독박육아는 주양육자에게도, 그 배우자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일정 부분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고 누구를 원망할 수는 없다. 누구에게도 책임을 넘길 수는 없다. 그저 서로가 서로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어른인 우리 부부가 서로의 노고를 인정하고 힘든 마음에 공감해주며 스트레스를 풀어주려고 노력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지금 이 독박육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사람은 역시 주양육자인 나다. 내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고 나의 스트레스를 아이들에게 풀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아이들에게서 내 힘듦의 원인을 찾지 말고 늘 '사랑'으로 대하려고 해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이론은 잘 아는데 실천이 잘 되지 않는 게 문제다.



나는 이렇게 8년째 독박육아를 하고 있다.


오늘 아침에도 나는 아이들에게 크게 화를 냈다. 바쁜 등교/등원시간에 빨리 빨리 움직이지 않고 꾸물거린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웃지 않는 얼굴로 등원한 작은아이의 모습을 떠올리니 가슴이 쓰리다. 오늘 오후에는 어떤 날보다 더 따뜻하게 안아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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