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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니슨 Apr 01. 2019

아이와 나,
키즈카페에 가는 서로 다른 목적

독박육아 에세이

오늘은 저의 부끄러운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키즈카페에 가는 목적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저같은 엄마들도 계시겠지만 저를 욕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마음을 다잡기 위해 부끄러운 고백을 하는 것이니 너그러운 마음 부탁드려요~ :)



"엄마! 키즈카페 가요~"



애들 아빠가 일 때문에 회사에 나간 주말이나 심심할 때, 큰 아이는 종종 키즈카페에 가자고 한다. 늘 보는 텔레비전 만화와 어제도 갖고 놀았던 장난감에 질린건지 아이는 계속 내 옆을 맴돌려 키즈카페 노래를 부른다.


큰 아이가 그러니 작은 아이도 덩달아 되지도 않는 발음으로 "치치포포(키즈카페라는 뜻)"를 외쳐댄다.


"그래, 좋아. 가자~!"
"야호~!"


아이들도 나도 기분 좋게 집을 나선다. 


사실 나는 내심 '키즈카페에서 애들 노는 동안 나는 좀 쉬어야겠다'는 생각이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 하고 싶은 것이다. 그곳에선 굳이 내가 놀아주지 않아도 되니 쉴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 부푼다. 어떤 날은 낮에 다 하지 못한 내 일을 그 곳에서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노트북PC를 챙길 때도 있다.


키즈카페에 도착하면 아이들은 입장(정확히 말하면 입장료 계산하기도 전에)하자마자 신발을 벗어 던져놓고 직진! 둘이 흩어져서 어디론가 쏜살같이 달려간다. 입장료를 계산한 영수증을 보며 "돈만 많으면 애 키우기 참 편하네~" 라고 생각하는 찰나 작은 아이가 뛰어온다.


"엄마아아아아~~"


키즈카페. 아이는 집이 아닌 새로운 곳에서 집에 있는 것과는 다른 장난감을 갖고 노는 재미가 있는 곳이다. 또래 아이들도 많고. 게다가 집에서처럼 엄마가 "뛰지마!"라고 소리지르지도 않고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환상의 나라기도 하다.


반면, (나같은)엄마에게 키즈카페는 '쉼을 위한 곳'이다. 아이가 놀고 있는 동안 커피 한 잔(그것도 남이 타주는) 마시며 쉴 수 있는 장소. 친한  아이&엄마들과 함께 가서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놀고 엄마들은 수다 한바탕 풀어내고 싶은 그런 곳이다. 그렇다고 아이를  '방치'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아이가 노는 것을 지켜보는 '관찰자'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키즈카페는 놀이시설 공간만큼이나 테이블 공간을 넓게 확보하고 있는데다 커피 메뉴도 인기 카페처럼 다양화 돼 있다.

또 부모 대신 아이를 챙기고 놀아주는(내 아이 전담은 아니지만) 직원이 있는 키즈카페들도 있다.


'애들 놀게 좀 풀어놓고 커피 마시면서 좀 쉬어야겠다'고 찾는 키즈카페. 하지만 내 기대와는 다른 상황이 펼쳐진다.


"엄마~ 엄마~ 엄마!"


아이 특히 작은 아이는 집에 있으나 키즈카페에 가나 엄마만 찾아댄다.



"엄마 이리 와요~ 엄아 엄마 엄마!"
"엄마 여기서 커피 조금만 마시고 갈게. 가서 놀고 있어~"
"같이 가아아아아~~"



아이의 성화에 못 이겨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가 이끄는 곳으로 간다. 그리고 그 곳에서 나는 집에서처럼 아이와 놀이를 한다. 아니다. 집에서도 잘 하지 않던 놀이를 한다. 그렇게 조금 놀고 있으면 큰 아이가 쪼르르 달려와 또 나를 불러댄다.


"엄마~ 이리 좀 와 봐~"
"잠깐만. 엄마 동생이랑 먼저 놀고 있었잖아. 잠깐만 기다려죠. 아니면 이거 같이 할까?"
"싫어. 난 저거 할거야. 엄마 그거 빨리 하고 나랑 같이 가~~~~"


집에서도 두 아이 챙기느라 진이 다 빠질 지경인데 키즈카페까지 가서 두 아이 쫓아다니느라 엉덩이 붙이고 앉아있을 틈이 별로 없다. 심지어는 일면식도 없는 아이들까지 내게 다가와 내 무릎에 올라타는가 하면 이게 안 된다 저게 안 된다 계속된 요청을 한다.


마음 속에서 짜증이 스물스물 올라온다. 내가 키즈카페에 가는 목적은 '쉼'이었는데


키즈카페에서나 집에서나 다를 게 없잖아!!!!
키즈카페가 왜 때문에 더 힘든거냐!!!!



큰 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에는 3살부터 같이 어린이집 다녔던 친구들과 만나 키즈카페에 가곤 했는데 그 땐 친구들이 많아서인지 엄마가 어디 가는 지도 모르고 놀았었다. 그런데 지금은 같이 연락해서 키즈카페에 갈 만한 친구가 아직 없어(그들에게 부담이 될까봐 같이 가자고 제안하기도 신경 쓰이고) 키즈카페에 가도 아이는 늘 혼자다. 그래서 키즈카페에 가도 아이는 계속 심심한 모양이다. 가끔 키즈카페에서 아이가 친구를 만날 때가 있는데 그때는 '해방'되는 것 같다.


어떤 날은 노는 것보다 먹는 것에 더 관심이 많다. 키즈카페에 들어서자마자 매점(?)으로 가 장난감이 들어 있는 초콜릿을 사달라고 하거나 만화 캐릭터 주스를 사달라고 졸라댄다. 키즈카페 비싼 입장료 내고 간식 먹으러 간 느낌적인 느낌.



번득 '어쩌면 아이는 엄마와 함께 놀고 싶어서 키즈카페에 가자고 한 것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 곳에선 엄마가 집안일을 하지 않아도 되니 자기랑 놀아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집에선 아이가 같이 놀자고 할 때마다


"잠깐만. 엄마 이것 좀 하고~"
"엄마 지금 이거 하고 있잖아!!"


라며 늘 뒤로 미루던 내 모습이 뇌리를 스친다.


아이는 집에 없는 놀이시설들 때문에 키즈카페에 가자고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거기에 가면 친구들이 있을 것이라는 바람으로 가는 것일수도. 그런데 내 죄책감 때문일까. 키즈카페는 그저 수단일 뿐, 사실은 엄마랑 놀고싶었던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뛰지마!!", "조용히 좀 해!!!" 라고 소리치는 엄마 대신 "엄마 집안일 하느라 바쁜 거 안 보여?" 라며 윽박지르는 엄마 대신, 같이 놀아주는 엄마를 바라는 마음에 키즈카페에 가자고 하는 건 아닐까.


키즈카페에 데려가 주고, 입장료를 내 주고, 캐릭터 음료수와 과자를 사주고 '엄마 노릇' 다 했다고 생각한 내 자신이 몹시 부끄러워졌다.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크고. 그제서야 그 곳에서도 아이들과 계속 같이 놀아주는 엄마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키즈카페에 가는 엄마들의 마음이 다 나와 같은 건 아니었다.




키즈카페에서 아이들의 부름에 열심히 응하며 놀아준 날. 돌아오는 길에 큰 아이가 내게 말했다. 


"엄마~ 오늘 너무너무 재밌었어요!"



같은 키즈카페인데 그 곳에 가는 아이와 나의 목적은 서로 참 많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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