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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니슨 Apr 24. 2019

독박육아 스트레스 해소에 필요한 것

독박육아 에세이

독박육아 8년 차. 독박육아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내 어깨에 남아 우루사 곰 몇 백 마리를 짊어지고 있는 듯하다. 마사지 배운 지인이 내 어깨를 볼 때마다 "아이고~~~. 이거 어쩌냐~" 라고 혀를 찬다. 실리콘 부항을 떴는데 열흘이 지나도 자국이 없어지질 않는다.


나는 분명 아이 넷을 낳고 싶었다. 아들 둘, 딸 둘. 그런데 현실을 알고 보니 결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육아로 힘들다는 내게 몇몇 지인은 "애 넷 낳는다며~~!!!" 라고 농담을 건넨다. 그러면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한다.


내가 무식했어! 애 낳기만 하면 알아서 크는 줄 알았지!
무식해서 용감했네~


8년째 독박육아를 하다 보니 독박육아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몇 가지가 있다. 시간과 취미, 체력, 동지, 남편, 돈이 그것이다. 꼭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있으면 독박육아(일반 육아 포함) 스트레스 해소에 일정 부분 도움이 된다.



#시간


육아맘에게는 혼자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단 1~2시간 만이라도 혼자 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엄마도 사람인데 어떻게 하루 종일 육아에 가사에, 워킹맘은 일까지 쉴 틈 없이 움직일 수는 없다. 하루에 일정 시간은 육아, 집안일, 일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오롯이 '나'를 위해 생각하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비록 그 시간 동안 가만히 누워있더라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다.


육아와 집안일이 집중되는 저녁 시간에는 틈틈이 그런 시간이 주어지면 좋겠다. 아이들 챙기며 밥하고 준비해서 먹이고 치우고 치우고 또 치우고 계속 치우고 씻기고 재우고. 쉴 틈이 없이 해야 할 것들이 몰아친다.


육아맘에게도 숨 쉴 시간이 필요하다.



#취미


시간적인 여유가 허락해준다면 취미생활을 하나 하는 것이 좋다. 물론 아이를 키우면 그런 시간이 있기 힘들지만..


나는 한동안 꽃꽂이를 했다. 향긋한 꽃향기를 맡으며 꽃꽂이를 하다 보면 나를 둘러싼 힘들고 어려운 환경들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다. 또 그 시간만큼은 나를 위해 썼다는 것도 뿌듯하다. 꽃꽂이를 한 이후에 아름다운 결과물이 남으면 성취감 또한 높다.

재충전했으니 다시 육아 전선에 뛰어들 무장이 된 느낌이라고나 할까.


꼭 정해진 시간에 어디를 가서 해야 할 필요는 없다.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가볍게 할 수 있는 취미생활이면 좋다. 캘라그라피나 컬러링 정도면 그뤠잇~이다.


낮 시간에 아이들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낸 후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특정 시간에 어딘가에 가서 할 수 있는 것을 추천한다.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데다 집을 벗어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체력


올해 들어 나는 유난히 골골거린다. 한 번은 감기에 독하게 걸려(독감은 아니었는데) 일주일 이상 병든 닭 같았는데 그 이후에는 입술과 잇몸에 잔뜩 염증이 생겨 일주일을 또 고생했다. 이제 좀 괜찮다 했더니 이젠 눈에 탈이 났다.


게다가 또 어찌나 피곤한지. 아이들 재우다가 같이 잠들었다가 다음 날 아침에서야 눈을 뜨는 날도 많아졌다. 나는 육퇴 후 혼자 쉬면서 드라마를 보거나 커피라도 마시고 싶었는데..


육퇴 후 조금이라도 내 시간을 갖고 싶다면 체력이 좋아야 한다. 덕분에 나는 내 체력을 위해 한동안 안 챙겨 먹던 영양제를 다시 찾고 있다(운동은 할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동지


친구를 굳이 '동지'로 표현한 이유는 같은 입장의 친구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친구는 여럿 있는데 나의 환경과 너무 다르게 생활하는 친구라면 내 힘든 육아에 독이 될 뿐이다(그렇다고 그 친구가 안 좋다는 것은 아니며, 그 친구를 만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나는 두 아이 독박육아로 하루하루가 전쟁 같은데 자주 이야기하는 친구는 아이 하나에 남편이 칼퇴근을 해서 육아도 가사도 너무 잘 도와준다면.. 친구는 나의 힘듦에 공감하지 못한다.


나는 힘들다는 것에 해답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힘듦을 공감 받고 싶을 뿐인데, 진정한 공감을 받으려면 같은 힘듦을 겪어본 적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나와 비슷한 상황에 비슷하게 힘든 친구, 단지 공감이 필요한 '동지'와 서로의 힘듦을 이야기하고 이해받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된다.



#남편


혼자 하는 육아, 독박육아인데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필요한 것은 남편이다. 남편이 지금보다 조금만 더 도와준다면 나의 육아는, 나의 가사는, 나의 일은 지금보다 나아질 것만 같다. 실제 남편이 쉬는 주말, 아침에 나보다 먼저 일어나 아이를 케어해 주는 날이면 하루가 조금은 가뿐해지는 느낌이다.


때로는 남편이 무엇을 도와주지 않아도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될 때가 있다. 물론 나는 혼자 집안일에 아이 챙기고 바쁜데 남편은 자고 있거나 놀고 있으면 화가 나겠지만 그 외의 경우, 예를 들면, 아이를 재우고 힘겹게 하루를 마감했을 때 혼자 있어 외로운 것보다는 함께 있어 든든한 것이 더 좋다(가끔 육퇴 후 정말 혼자 좀 쉬고 싶은데 그날따라 남편이 일찍 들어올 때가 있다. 왜 타이밍이 이렇게 안 맞을까..).



#돈


애석하게도 육아에는 돈이 필요하다. '속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아이를 낳고 키워본 사람이라면 절!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임신부터 출산, 육아까지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다. 뭐, 없어도 가능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비참함이란 겪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다.


지인 중에 한 명은 얼마 전 급하게 쓸 돈이 부족해 집에 있는 저금통을 다 털어서 아이를 업고 은행까지 10여 분을 걸어갔다고 한다. 그곳에서 동전을 바꾸려고 하는데 은행 창구 직원이 무시하는 듯한 어조로 "동전교환은 저쪽 기계를 이용하세요"라고 했다며 당시의 심정을 토로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미안하지만, 육아는 돈이 없으면 힘들다. 못하는 게 아니라 힘이 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음이 쓰리다.


안타깝게도 돈이 없어서 육아가 우울해질 때가 많다.


아이에게 무엇을 해주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어서. 힘들어서 밥 대신 외식을 하고 싶은데, 그럴 여유가 없어서 등등. 육아 스트레스로 달달한 것이 생각날 때도 돈 한 푼이 아쉽다.


금전적인 여유라도 있으면 좋겠는데...쉽지 않은 일이다.




독박육아 스트레스, 해소를 해야 다시 건강하고 밝은 육아가 가능하다. 독박육아와 육아에 지친 모든 육아맘들이 그날의 육아 스트레스는 그날 바로 풀 수 있길 바란다. 나 역시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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