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박육아 에세이
부끄럽지만 나는 평소 화가 많은 편이다. 굉장히 필요 이상으로 엄하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는 일도, 화를 내는 일도 잦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아이들을 향해 소리를 지른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아이들에게 화를 내지 않기로 했다. 특별히 아침에는 화내지 말고 소리도 지르지 말자고 다짐했다. 큰 소리 내고 아이들을 등원시킨 날은 나도 아이들도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지 않으니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직 자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다짐을 되새겼다.
시작은 참 좋았다. 밥 먹을 때도, 옷을 입을 때도 나는 아이들에게 화를 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날 아침에만 참을 인忍자를 수백 번은 쓴 것 같다.
밥상 앞에서 세월아 네월아 밥알을 세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도, 옷 입을 때 꾸물거리는 큰 아이를 보면서도, 엄마가 고른 옷이 맘에 들지 않는다며 징징거리는 작은 아이를 보면서도, 세수하고 양치하라니 물장난이나 치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도, 나가야 하는데 장난감을 잔뜩 가져온 아이들을 보면서도 나는 이를 악물고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 애를 썼다.
아으으윽~
불쑥불쑥 화가 치미는 것을 느꼈지만 나지막이 탄식을 할 뿐 평소처럼 짜증 가득한 목소리로 아이들을 대하지 않으려 했다.
마음속으로 계속 되뇌었다. 아이들의 떼에는 "그랬구나~" 라는 공감의 말로 응수했다.
소리를 지르지 않으니 아이들은 등원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뭉그적거렸다. 엄마의 부름에 바로 대답하지도 않았으며 뭐든 꾸물거리기만 했다. 내 속은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계속 화가 치밀어 올랐다.
속으로 이런 생각도 했다.
그렇게 화 한번 내지 않았더니 아이들의 등원시간이 평소보다 30~40분 늦어졌다.
어쩌면 아이들은 나의 화에 길들여졌는지도 모른다.
엄마가 소리를 지르지 않으면 엄마 말이 말 같지가 않아!!!!
그제서야 아이들은 정신이 번쩍 나는지 내 말에 반응하기 시작한다. 평소 자주 화를 내고 소리를 질렀기 때문에 아이들은 이제 그런 모습에 적응이 된 모양이다. (내 생각에)온화한 목소리로 아이의 말이나 행동을 제재하려 하면 들은 척도 하지 않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럴수록 나는 더 큰 자극을 주기 위해 악을 쓰듯 소리를 지르고 불같이 화를 낸다.
좋게 말할 때 들으라고 했지!!!!
아이들에게 화를 내지 않으리라 다짐했지만 그날 아침뿐이었다. 나는 다시 화를 많이 내는, 불같은 엄마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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