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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니슨 Jun 11. 2019

남편&아내에게 당부!
8년 차 선배맘의 현실 조언

독박육아 에세이

8년째 독박 육아를 하고 있는 선배맘의 입장에서 후배맘&대디에게 (주제넘지만)몇 가지 당부를 하려고 합니다. 제 경험을 토대로 한 현실조언이니 고깝게 생각하지 마시고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 글은 아내가 전업맘이며, 남편이 외벌이를 하는 경우를 전제로 합니다. 또한, 이 글을 쓰는 제가 아내이기에 아내의 입장에 다소 치우칠 수 있음을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남편에게 당부합니다


 01. '지적'보다 '제안'을 해주세요 


보통의 남편들은 아내가 아이를 돌보는 방법에 대해 '지적'을 합니다. "넌 왜 그러냐?", "이러니까 애가 저러지~", "너도 좀 그만해!" 등 아내를 질타하는 말을 하는 일이 많다면 오늘부터는 표현 방법을 바꿔주세요.


아내의 육아 방식이 옳지 않게 느껴지신다면 "이렇게 하는 것도 좋은데, 저렇게 해 보는 것은 어떨까?"라는 방식으로 제안을 해주세요.


남편에게 듣는 지적에 아내는 '애에 대해 뭘 얼마나 안다고!!'라며 반발하게 됩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부부싸움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요. 더욱이 육아에만 몰두하고 있는 아내가 "너 잘못하고 있어!"라는 말을 들을 때의 기분을 헤아려 주세요. 그건 남편이 "돈을 이거밖에 못 벌어와!"라는 말을 들을 때와 같지 않을까요?


남편과 아내의 육아 방식이 다를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은 아닙니다.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지적'보다는 '제안'을 해주세요.



 02. 아이를 혼낼 땐 모른 척 해주세요 


아내가 아이를 혼낼 때 남편이 보기엔 지나치게 감정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또 하루 종일 밖에 나가 일을 하고 돌아와 만나는 아이가 너무도 소중한데 그 아이가 혼나고 있다는 것이 불편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나한테 화가 나서 애한테 더 그러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아이 편을 들고 나서죠. "그만 좀 해! 애가 뭘 안다고!", "아빠한테 와~"라며 아이를 그 상황에서 탈출(?) 시켜줍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아이는 엄마를 만만하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어차피 아빠가 자기 편을 들어주면 엄마는 아무 힘이 없다는 것을 알아채는 것이죠.


흔히 부모가 아이를 혼낼 때 옆에 있던 조부모가 끼어들어 상황을 아이 위주로 정리하면 아이가 부모를 우습게 알게 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죠.


아이가 엄마를 만만하게 여기는 순간부터 육아는 굉장히 힘들어집니다. 아이의 잘못을 컨트롤하는 것도 어려워지지요.


아내가 아이를 혼낼 때는 남편이 생각하지 못한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감정적으로 화를 내는 것 같아 보이더라도 그 상황에 개입해 아이 편을 들기보다 아내가 왜 아이에게 화를 내는지를 헤아려주세요. 그리고 시간이 지난 후에 아이를 다독여주시며 엄마의 입장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세요.



 03. '부모님'만큼 '아내'도 생각해 주세요 


"주말에 엄마한테나 가자. 애들 보고 싶대"라는 말, 자주 하시나요? 부모님이 손주들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은 이해합니다. 당연히 보고 싶으시겠죠. 하지만 그전에 '아내'가 주말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부터 생각해 주세요.


어쩌면 아내는 일주일이 너무 힘들어서 주말에는 남편의 도움을 받아 몸도 마음도 쉬고 싶을 수 있습니다. 그런 아내에게 시가에 가자는 건 폭탄을 던지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이야 당연히 해야 할 도리지만 아내의 상황도 고려해 주세요.


또, 한 번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아이를 보고 싶어 하는 부모님이 여러분의 피가 섞인 부모님뿐 인지.



 04. 아내도 '쉬고 싶다'는 것을 알아주세요 


하루 종일 열심히 일하셔서 퇴근 후에는 아무것도 안 하고 쉬고 싶으시죠? 평일 내내 열심히 일하셔서 주말에는 소파에 누워 TV 보면서 쉬고 싶으시죠?


그런데 말이죠, 아내에겐 '퇴근'이 없다는 것 알고 계세요? 아이가 자는 밤에도 뒤척이는 아이를 토닥여야 하고 한 번씩 깨서 우는 아이를 안아줘야 한다는 것, 그래서 밤새 쪽잠만 잔다는 것 알고 계시나요?


쉬는 날 만큼은 정말 '쉬고' 싶다는 것 잘 압니다. 아내 역시 그래요. 남편이 쉬는 날에는 아내도 쉬고 싶습니다. 늦잠 자고 일어난 남편을 위해 밥상 두 번 차리고, 소파에 누워 TV 보고 있는 남편 옆에서 청소하고 싶고, 낮잠 자고 있는 남편 옆에서 아이와 놀아주고 싶은 아내는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쉬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혼자 쉬기보다는 아내와 함께 쉬셨으면 합니다. 몇 시간씩 혹은 하루씩 돌아가면서 쉴 수 있는 시간을 나눠주세요. 쉬는 날 중 하루는 아내에게 늦잠을 양보해주세요. 저녁 설거지쯤은 남편이 해주세요. 그거면 됩니다.



 05. 집에서 '노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인정해주세요 


남편에게 "할 일 없이 집에서 노니까 좋겠네~" 뉘앙스의 말을 들어본 아내가 생각보다 많다는 데 깜짝 놀랐습니다. 제 주변에만도 여럿 있습니다. 아직도 전업주부, 전업맘이 '집에서 노는 사람' 취급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는 남편이 단 하루도 그렇게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한번 생각해 보세요. 지금까지 아내 없이 혼자 아이를 돌보고 살림을 하면서 단 하루라도 보내본 적이 있으신지. 많은 분들이 아이를 돌본 적은 있으실 겁니다. 그런데 아이만 돌보실 겁니다. 아이를 돌보며 밥을 하고 밥을 먹이고 먹인 것을 치우고 빨래를 돌리고 그 빨래를 널고 게고, 청소를 하고 등등까지 다 하는 남편들은 많지 않습니다.


집에 있지만 놀고 있지는 않습니다. 놀고 있을 시간이라도 있으면 그런 말 들었을 때 억울하지는 않겠죠. 남편이 회사에서 상사, 후배 눈치 보며 고생하시는 것 잘 압니다. 하지만 아내도 집에서 노는 게 아니라는 것은 인정해 주세요.



 06. '육아'는 아내 혼자만의 역할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집에만 들어오면 아무것도 안 하려는 남편분들 계십니다. 집안일은 물론이고 아이와도 잘 놀아주지 않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쉬고 싶기 때문이죠.


생각하기에 따라 '가사'가 아내의 몫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육아'는 아닙니다. 육아는 엄마와 아빠 모두의 역할을 필요로 합니다. 서로가 자극해 줄 수 있는 여러 감각들이 있습니다.


여러분께 '슈퍼맨'이 되라고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아빠'가 돼 주시면 됩니다.




아내에게 당부합니다



 01. '핍박'보다 '감사'를 해주세요 


가사와 육아,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남편을 원망하기도 합니다. 잦은 야근과 회식에 화가 나기도 하지요. 하지만 야근과 회식 모두 업무입니다. 남편 역시 (때로는) 원치 않는 회식 자리에 나가야 할 수도 있습니다.

밖에 나가서 일하는 남편의 노고에 고마운 마음을 가져주세요.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어떻게 살아!"라는 말을 하시나요? 그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기 위해 여러분의 남편은 자신보다 더 어린 사람에게 굽신거리고 자존심을 구겨가며 무릎을 꿇습니다.


'나 혼자'를 생각한다면 그렇게까지 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아내와 아이, 내 가족을 생각하기에 가능한 것이죠.


그러니 남편의 노력을 폄하하기 전에  "수고했어~"라는 따뜻한 말을 건네주세요. 그 말 한마디로도 남편은 더 힘내서 일할 수 있을 테니까요.



 02. 아이를 혼낼 땐 모른 척 해주세요 


저는 남편이 아이를 혼낼 때 그렇게 화가 나더군요. 평일에는 만나지도 못하고 주말에 몇 시간 같이 있으면서 아이를 혼내는 것이 못마땅했습니다. 겨우 몇 시간, 재밌게 놀아줘도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겨우 몇 시간 볼 수 있는 남편도 아이의 잘못된 언행을 바로잡아줄 필요는 있더라고요. 때로는 감정에 치우쳐 아이를 혼내 보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남편이 아이를 혼낼 때는 끼어들지 말아 주세요. 아이가 아빠를 무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지 말아 주세요.


돈을 많이 못 벌어도, 아이와 잘 놀아주지 않고 혼을 내더라도 남편은 여러분 가정의 '가장'입니다. 아이들이 아빠를 존경할 수 있게 해주세요.


남편이 아이를 혼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시간이 지난 뒤에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의 입장 차를 좁히시길 바랍니다.



 03. 시가도 '가족'임을 인정해주세요 


대부분의 아내는 '시가는 시가'라고 생각합니다. '내 부모가 아닌 네 부모'라고 생각하지요. 하지만 일단 결혼을 했으니 '네 부모가 아닌 내 부모'이기도 합니다. 물론 시가에서 여러분을 '가족'으로 생각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평소에는 '가족'이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는 '남'이 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경험에 비춰 봤을 때 아내가 시가와 거리를 두면 둘수록 더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간혹 아내가 시가에 하는 것보다 남편이 친정에 하는 것이 턱없이 부족해 보이기도 합니다(반대의 경우도 있지요). 또 시가의 스타일이 여러분과 맞지 않아서 만나는 것조차 꺼려지기도 합니다. 비교하지 말아주세요. 거부만 하지는 말아 주세요. 그리고 시가를 가족으로 인정해 주세요.


저는 '막장 드라마'스러운 시집 생활을 경험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지금은 부모님이 많이 편해졌습니다. 7년간 하지도 않던, 시아버지와 술도 마십니다. 이 모든 것은 부모님을 '내 부모'로 생각한 데서부터 시작됐습니다.  



04. 쉬고 싶은 남편의 마음을 이해해 주세요.


쉬는 주말, 늦게까지 자고 있는 남편을 보면서 화가 날 때가 있습니다. 나는 평소처럼 일찍 일어나 밥을 하고 아이를 케어하고 밥을 먹이고 등등의 일을 하고 있는데 한밤중인 듯 자고 있는 남편을 보는 것이 힘들기도 합니다. 아이와 좀 놀아주길 바라지만 소파에 드러누워 TV만 보고 있는 남편의 모습이 꼴보기 싫기도 하지요.


평일에 고생한 남편이 주말에 쉬고 싶어 하는 마음을 이해해 주세요. 아무것도 안 하고 잠만 자고 싶고, TV만 보고 싶은 마음을 받아들여 주세요. 여러분도 그럴 테니까요.


먼저 조금만 이해해 주면 남편은 알아서 여러분께 도움이 되려고 할 거예요. 안 하던 청소를 하려고 할 수도 있고, 설거지를 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일 수도 있습니다. 힘드니까 외식을 하자고 제안할 수도 있지요. 그러니 먼저 받으려고 하는 마음은 잠시 접어두고 먼저 베풀어 주세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행복하기만 할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세상 사는 게 어디 좋기만 할까요.


육아든 가사든 일이든 가족 문제든, 나에게 맞추려고만 하지 않고 서로를 인정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합니다. 평생을 함께 할 남편과 아내에게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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