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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1 아이의 수학 학원을 끊었다

엄마 역할은 여전히 어렵다

by 이니슨

“선생님, 그동안 잘 이끌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꼭 다시 인사드릴 날이 오면 좋겠어요.”

큰아이의 수학 공부방을 그만두며, 선생님과 아쉬운 인사를 나눴다.

Image by sandid from Pixabay


중학교 1학년. 누군가는 학원을 추가하고 업그레이드하는 시점에 나는 오히려 그만두는 결정을 내렸다.

“○○가 수학 공부를 너무 힘들어해요.”

선생님의 말씀은 익히 알고 있던 사실이라, 충격보단 씁쓸함이 밀려왔다.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잘 부탁드려요. 저도 가정에서 잘 지도하겠습니다.”라는 말뿐이었다.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밀고 당기기를 반복했다.
중학생이 된 후 한때 수학에 열의를 보이기도 했지만 여전히 아이는 좋아하는 한국사나 정보산업(엔트리)에만 몰두했다. 시키지 않아도 그런 건 참 열심히 하는 게 신기할 정도다.

'지금 상태로는 학원 전기세만 납부하고 있는 느낌인데…'

가뜩이나 가세도 쪼그라들던 터라 고민은 끝이 없었다. 그때, 아이의 초등학교 6학년 담임 선생님의 말씀이 문득 떠올랐다.

“○○가 한국사를 굉장히 잘 알아요. 어떤 건 저도 모르는 걸 알려주기도 해요.”

“그런데 선생님, 그것만 하는 게 문제예요.”

“너무 걱정 마시고 기다려주세요. 한국사에 몰입했던 경험이 언젠가는 다른 분야로 확장될 거예요. 이렇게 깊이 몰입해 본 경험이 있는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더 빠르고 깊게 몰입할 수 있답니다.”

단지 나를 위로하기 위한 말일지도 모른다. 그렇다 해도 그 말에 조심스레 기대 보기로 했다.
교육 전문가시니 틀린 말은 아니겠지 싶었다.

내 마음이 기운 탓인지, 결정은 의외로 쉽고 허무할 정도로 간단했다.

“일단 책을 좀 읽혀보려 해요. 문해력도 길러야 하고요. 저랑 같이 수학 개념 조금씩 짚으면서 엉덩이 힘도 키워보려 해요.”

“맞아요, 어머니. 너무 어려운 문제보다는 쉬운 문제 위주로 가볍게 접근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공부방 선생님의 마지막 조언을 한 움큼 쥔 채, 나는 주 2회 아이의 수학 선생님, 주 1회 독서 선생님이 되기로 했다.

Image by LUM3N from Pixabay

이게 과연 잘한 선택일까. 아이에게 수학을 비롯한 공부에 대한 관심이 생기는 날이 오긴 할까. 아이는 자라는데, 나는 여전히 ‘부모’라는 역할이 낯설고 어렵다.


그래도 선을 다해 믿어보려고 한다. 지금의 작은 선택이 언젠가 더 큰 몰입과 성장으로 이어질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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