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저히 이길 수가 없다
지난 명절, 엄마와 크게 다퉜다. 70대와 40대의 생각차이에서 오는 아주 사소한 차이였는데 왜 그리 날카로웠을까. 한참을 소리 높여 엄마는 엄마의 생각을, 나는 나의 생각을 주장했다. 즐거워야 했을 명절 연휴는 그렇게 최악으로 기억되는 날이 되고 말았다.
집에 돌아와서도 마음이 편치 않아 엄마와의 다툼을 마음속으로 여러 번 복기했다. 나로서는 억울하고 답답하기도 했다. 엄마의 말이 억지와 고집인 것만 같아 자꾸만 불만을 중얼거렸다.
생각을 비우고 싶어 하릴없이 카카오톡을 열었다. 메인 화면에 대문짝만하게 친구목록의 사진들이 열렸다. 멍하니 스크롤을 내리다 오래된 느낌의 사진에 시선이 머물렀다.
엄마였다.
며칠 전 업데이트 된 엄마의 젊은 시절, 20대의 엄마 사진이 너 덧장이나 올라 있었다. 봄날의 꽃 같은 엄마가 사진 속에서 활짝 웃고 있었다.
'참 예뻤네, 우리 엄마.'
갑자기 가슴에 울컥 무언가 걸린 느낌이었다. 이렇게 곱고 여린 여자가 나를 낳고 키우느라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했을까, 얼마나 많은 시간을 울었을까, 얼마나 많이 외로웠을까.
'엄마도 나처럼 젊은 날을 그리워하고 있구나.'
가슴이 미어지는 듯했다. 머리가 희고 주름살이 늘어가는 줄도 모르며 키워낸 딸자식이 며칠 전 그렇게 대들었으니 엄마의 마음이 어땠을까 생각하니 견디기 힘든 고통이 밀려왔다.
엄마가 되고 보니 엄마의 마음이 느껴진다. 내가 받아먹은 엄마의 시간과 젊음과 정성을 생각하니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내가 미안해요. 엄마한테 그러면 안 됐는데, 잘못했어."
소화제를 먹은 듯 꽉 막혀있던 가슴이 후련해졌다.
봄날같이 환하던 엄마는 지금 어느 계절에 살고 있을까. 그 생각만으로도 나는, 도저히 엄마를 이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