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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천 원짜리 술빵의 교훈

계획적으로 지출합시다

by 이니슨

퇴근하자마자 아이들이 간식을 사달라고 성화를 부렸다. 10월 마지막 주,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시기였다.

"안 돼. 우리 이번 주에 돈 아껴야 한다고 했잖아~"
"하나만~~!!"

마침 옆 단지 아파트에 장이 서는 날이었다. 타코야끼가 먹고 싶다는 아이들을 앞세워 장으로 향했다. 타코야끼 9알에 4,500원. 타코야끼 한 봉지를 들고 돌아오는 길에 시큼하고 고소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술빵이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술빵을 보니 군침이 돌았다.

"사장님. 술빵 얼마예요?"
"4,000원이요"

4000원 앞에서 민망하게도 선뜻 달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이미 4,500원의 지출을 했는데 계획에도 없던 4,000원의 지출을 더하는 건 나로서는 부담되는 상황이었다.

술빵 앞에서 발을 떼지도, 그렇다고 사지도 못하고 망설였다. 그러다 결국 MBTI 'P'답게 지름신 강림!

"술빵 하나 주세요!"

한 손엔 타코야끼, 한 손엔 술빵. 8,500원은 생각보다 가벼웠고, 기쁨은 그것보다 몇 배는 되는 듯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아이들에게 타코야끼를 꺼내줬다. 이제 내 차례! 술빵을 크게 뜯어내 입 속에 가득 넣었다. 그런데, 이게 뭐지? 촉촉하고 시큼하고 달콤한 맛을 기대했으나 내 입속엔 퍽퍽하고 밍밍한 맛만 남았다. 마치 덜 익은 밀가루 면을 먹는 것처럼.


지출을 극도로 줄여야 할 시기에 필요 없이 돈을 써서 벌이라도 받은 걸까? 돈은 돈대로 쓰고, 맛은 맛대로 없고.. 후회로 얼마나 땅을 쳤는지 모른다.


4,000원의 술빵 덕에, 계획 없는 지출은 언제나 후회를 부른다는 걸 다시 한번 알았다. 다시 철저하게 계획적으로만 지출하자고 수십 번 다짐했다. 이렇게 또 주부로서 한 꼬집 성장한다고 여겨야지.


"괜찮아, 엄마. 이번 주는 냉장고 털어서 먹자~"


나를 이해해 주는 애들이라도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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