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니슨 Dec 07. 2020

"'괜찮아. 자고 나면 다 나아~"

독박육아 에세이

얼마 전 아이가 어딘가에 긁혀 발등에 상처가 났다고 했다. 살펴보니 살짝 긁힌 정도였다. 입김을 호 불어주고 말했다.


"괜찮아. 금방 나아~"

"괜찮아. 푹 자고 나면 금방 나아~"


아이가 어디가 아픈 것 같다고 하면 내가 잘 하는 말이다. 몸에 작은 상처가 생겼을 때도 입김을 호 불어주며 이렇게 말하고, 배가 아프다고 하면 배를 문질러주며 이렇게 말한다.


어제도 아이가 놀다가 부딪혔다며 다리를 문지르며 나를 불렀다. 부딪혔다고 얘기하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아무 티도 나지 않았지만 손으로 문질러주며 "괜찮아. 이런 건 금방 나으니까 하나도 걱정할 필요 없어"라고 했다. .


예전엔 아이의 작은 상처에도 큰 일이라도 난 것처럼 걱정이었는데 이젠 웬만한 상처에는 '괜찮아'라는 말부터 하게 된다.




큰 아이가 태어나고 20여 일 됐을 때의 일이다. 아이의 얼굴, 그것도 눈 밑에 선명하게 긁힌 자국이 생겼다.


'대체 어디서 이런 상처가 생긴 걸까?'

'나한테서 긁히기라도 하나 걸까?'


이런 저런 생각이 뇌리를 스치며 자책을 했는데, 알곱보니 상처의 주범은 바로 '아이의 손톱'이었다. 손싸개를 오래 해 두면 소근육 발달에 좋지 않다길래 손싸개를 빼놨더니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자기 손톱에 긁힌 작은 상처에도 호들갑 떨며 안절부절 못하는 게 바로 엄마의 마음. 게다가 하필이면 긁힌 데가 눈 바로 밑이라니. 마치 깡패들이 싸우다가 눈 옆에 찢어져서 꼬맨 흉터 같아 보여 얼마나 마음이 쓰렸는지 모른다.


손톱으로부터 아이 피부를 보호하려면 손싸개를 해줘야 하는데 손싸개가 소근육 발달을 저해한다고 하니..  대체 뭐가 맞는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내 새끼 얼굴에 흉이라도 지면 어쩌지?' 걱정을 할 뿐.


당시 난 놀란 가슴을 부여 잡고 폭풍검색을 했었다. 다행히 자기 손톱에 긁히니 건 금방 없어진다는 선배맘들의 이야기에 안심했던 기억이 난다.


손싸개가 손톱에 얼굴이 긁히지 않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더 좋은 방법은 손톱을 잘라주는 것. 그런데 초보엄마는 이번엔 손톱을 잘라주다가 상처를 낼까봐 또 걱정이었다.



아이가 지금보다 더 어릴 때는 이렇게 손톱에 긁힌 작은 상처 하나로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둘째 아이때도 그랬던 것 같다. 정도는 다소 약해졌지만.


그렇게 엄마의 호들갑(?) 속에 자란 아이들은 어느덧 유치원,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고 하루에도 여기저기 부딪히거나 긁히거나 상처가 나곤 한다. 때로는 피가 나기도 하고, 멍이 들기도 한다. 아이의 팔과 다리에는 아직도 크고 작은 흉터들이 여럿 남아있다.


아이의 상처가 늘어날수록 상처를 대하는 엄마의 마음도 달라졌다. 웬만한 상처에는 놀라지도 않는다. 피를 봐도(철철 흐르지 않는 이상) 소란떨지 않는다. 오히려 아이의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어머나! 피가 철철 나잖아? 지금 당장 구급차 불러서 병원 가야겠다~"고 오바를 한다.


"괜찮아~"

"놀다보면 다치기도 하는 거지, 뭐"


괜찮다며, 자고 나면 다 낫는다는 말이 거짓은 아니다. 수차례의 경험에 빗대어 보면 그건 어떤 진리같은 것이기도 했다. 이상 증상이 지속된다면 병원을 찾는 것이 당연하지만 일단 지켜보는 건 다년 간의 육아 경험에서 찾은 답이기도 하다.


다만 아이가 커가면서, 엄마로서의 시간이 늘어날수록 아이의 상처에도 마음이 무뎌지는 게 (아이에겐 참 미안하지만)서글프다. 그만큼 아이가 많이 컸다는 거니까. 그만큼 나도 나이가 들었다는 거니까.



ps.

큰 탈 없이 잘 자라고 있는 내 아이들에게 참 고맙다 :)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는 지금 노미디어 육아 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