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여러분들은 직장생활의 꿈이나 목표가 있나요?

20년차 직장인의 꿈

by 회사선배 INJI


슬프게도 저는 어느 덧 20년차 직장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20년이란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갔습니다.

20년이면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군대 갔다가 대학까지 졸업할 수 있는 엄청 긴 시간인데,

저는 그렇게 긴 시간 동안 직장생활을 했습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그 동안 좋은 일도 많았고 슬프고 힘든 일은 더 많았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퇴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마음은 이미 퇴사를 결심했고 하고 싶은 일도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너무 불편합니다.

"퇴사 이후에 잘 할 수 있을까? 금전적인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혹시 너무 나만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많이 합니다.

제가 이렇게 퇴사를 갈등하는 이유는 와이프의 만류도 있고 미래가 두렵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제 자신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일 겁니다.

원래 미래는 불확실한 건데 도대체 뭐가 두려워서 이렇게 망설이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저는 두렵습니다.



그리고 20년전 회사에 입사했을 때,

저의 꿈은 업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CEO가 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상처도 입고 오해도 감내하면서 많이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수많은 야근과 주말 근무를 하면서 워라밸은 박살 났고 건강도 많이 잃었구요.

번아웃과 워커홀릭에 대한 보상으로 승진은 빨랐지만 그래도 공허했습니다.

게다가 입사 때 가득했던 자신감은 거의 사라졌고 지금은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한 자존감만 조금 남았습니다.

정신적으로 완전히 걸레가 된 것 같구요.

그 동안 사람과 일에 치이면서 너무 지쳤나봅니다.

그리고 회사를 그만두기 더 힘든 이유는 나름 인정받는 대기업 부장이고 연봉도 꽤 되니까 퇴직에 대한 기회 비용이 너무 크다는 사실입니다.

솔직히 조용히 입 닥치고 회사를 다니면 최소 5년은 더 다닐 수 있을 것 같구요.

어쩌면 인정도 받고 있으니까 임원이 될 지도 모르죠.

하지만 모든 게 다 필요 없고 하루라도 빨리 회사를 그만두고 싶습니다.



또한 주변을 둘러보면 어쩔 수 없이 회사를 다니는 동료들이 꽤 많이 보입니다.

20년이상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저와 비슷한 동료들도 많구요.

저를 포함해서 동료들이 회사를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는 자녀들의 학자금이나 아파트 부채, 생활비 등 금전적인 문제가 1순위죠.

퇴사을 하면 지금의 연봉 수준도 못 받을 확률이 훨씬 높구요.

그리고 2순위는 퇴사 후 하고 싶은 일이 없거나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죠.

아무리 자존심 상하고 힘들어도 회사를 계속 다니면 연봉 걱정도 없고 사회적 인정도 받을 수 있구요.

회사가 싫거나 정이 떨어졌어도 20년이상 생활했기 때문에 그다지 어렵지가 않죠.

그래서 "회사를 나가면 지옥이니 그냥 여기에 남아 있어!"라는 말이 더 크게 들리기도 하구요.

어쨌든 회사를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수십 가지가 있죠.



그렇다면 여러분들께 묻고 싶습니다.

지금 여러분들의 직장생활의 꿈은 무엇입니까?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여러분들의 직장생활 목표는 무엇입니까?


저는 신입사원 때 CEO가 되는 것이 막연한 꿈이자 목표였다면,

직장생활을 하면서 CEO가 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불가능한 일인지를 확실하게 깨달았습니다.

저 혼자서만 열심히 한다고 해서 가능한 것도 아니구요.

그래서 지금의 꿈은 제가 원하는 시기에 자신 있게 퇴사를 선택할 수 있는 것입니다.

원래 아쉬운 퇴사는 있어도 아름답고 행복한 퇴사는 없겠지만,

그래도 누구에게도 미움 받지 않고 당당하게 퇴사를 선택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직장생활의 목표는 퇴사를 선택하는 시기까지 최대한 돈을 많이 모으는 거구요.

조금은 늦었지만 나름 파이어족이 되고 싶습니다.

퇴사 후 하고 싶은 일도 있고 더 이상 저의 시간을 회사에 낭비하고 싶지 않구요.

그래서 저는 입사 후 가장 용기 있는 행동을 계획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출근하는 날에 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20년 넘게 너무 고생했고 너는 최선을 다 했어!"라고 말이죠.




인자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https://youtu.be/3vJtBgXfHPE

keyword
작가의 이전글회사에서 인정받는 S급 인재는 누구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