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대강철저 Aug 27. 2023

탄광 속의 카나리아

트리거

2023. 7. 19. 초등학교 창고에서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발령받은지 갓 1년이 지난 새내기 교사였다.

그 소식을 듣고 내 안의 무언가도 함께 죽었다. 

그곳에서 함께 죽어갔다. 


그리고 마치 불사조처럼 죽음과 함께 활활 타오르는 가운데 새로운 생명력이 느꼈졌다. 

회피하고 싶은 문제에 대해 정면으로 똑바로 바라보라고 세상이 내 턱을 붙잡고 고개를 쳐들어 현실을 직면하게 했다.


탄광에서 광부들은 카나리아를 앞세워 칠흑 속을 들어간다. 

카나리아가 유독가스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란다. 

카나리아가 죽으면 광부들은 앞에 유독가스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7월 19일 수요일 새내기 선생님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학교에서.

교사가 목숨을 끊은 일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있었던 죽음과는 장소가 달랐다. 그녀가 죽은 장소의 특징, 창문이 없는 교실에 붙은 창고는 장소만으로도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이 그녀를 삶의 벼랑끝으로 밀어붙였다. 

무슨 일이 있었기에, 꽃 피워보지도 못한 스물몇해의 삶을 스스로 마칠수 밖에 없었을까. 

손을 벌벌 떨게 하고 울음을 참지 못하게 한 나날들이 국화꽃 더미속에서 울고 있었다.  


마치 카나리아의 죽음이, 몰려오는 유독가스에 대한 신호가 되듯. 

임용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초보 교사의 죽음은 우리의 미래가 마치 유독가스를 품은 탄광처럼 암울함을 알려주었다. 


처음으로 집회에 나갔고 처음으로 학교를 뒤덮은 국화더미에서 울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움직였다. 


그 움직임이 계속되어 결국에는 우리의 탄광에도 해가 들기를.




서이초 일이 있고 한달이 지났다. 

그 사이 나는 복직을 했고 학교로 돌아왔다. 

학교라는 장소가 갖는 의미가 내게 얼마나 큰지 다시금 느끼고 있다. 


이 곳이 망가지도록 그냥 두고 싶지 않다.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 지켜내고 싶다. 

뜨거운 물속의 개구리처럼 서서히 삶겨지지 않고, 밖으로 튀어나와 불을 끄겠다.


개구리들이 힘을 합쳐 다 나온다면 불을 끌 수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