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양이 아니라 차이다.

모건 하우절의 신간 [돈의 방정식]을 읽고.

by 대강철저

1. 방정식이 모냐고요. 방정식이.


​잠실 롯데월드몰 4층에 있는 아크앤북 한번 들어서면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는 서점이다.

다양한 방식으로 디스플레이 된 책들 사이사이 문구류를 포함해, 작고 예쁜 것들이 기깔나게 전시되어 있어서 공간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물욕을 극대화시킨다.

비단 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만, 종이책 덕후, 문구류 덕후들에게는 마음과 시간과 돈을 고루 뺏기는 그런 공간이다.

아무튼 오늘도 잠깐 들렀다가 신작코너를 둘러보는데 <돈의 방정식>이라는 식상한 제목의 책이 에 들어왔다.

별 기대 없이 후루루 책을 넘겨보는데 제목과 달리 본문은 너무 괜찮았다.

뭐지?싶어 다시 책 표지를 살펴 저자 이름을 보니 왠걸.


모건하우절이다.

모건 하우절은 경제관념에 관해서 내 정신적 스승이자 스토리텔러로서도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다.

과 관련한 가치관이 나와 맞다고 생각한 몇 안 되는 사람인데, 그의 다른 책인 <돈의 심리학>, <불변의 법칙>을 모두 소장하고 여러 번 반복독서 했었다.

그런데 이번 책은 목 번역이 너무했다.

원제가 'The Art of Spending Money'인데, 이걸 어떻게 방정식으로 번역을 하냐고요!!!

아트라고 써있는데 대체 왜 방정식인거니....

모름지기 방정식이라 함은 모르는 수인 미지수를 포함한 등식을 뜻하고, 방정식을 푼다는 것은 그 미지수에 들어가 정답을 구한다는 뜻이다.

즉, 방정식은 답이 정해져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 답을 찾는 게 목표다.

하지만 원제가 말한 'Art'는 무엇인가. 그것은 정답이 없는 세계, 개인의 가치관과 감각이 투영되는 주관적인 영역이다.

개인이 돈을 쓰는 방법은 수학 공식처럼 딱 떨어지는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삶에서 빚어내는 고유한 '기술'이자 '예술'이어야 한다.

이 세심한 결을 '방정식'이라는 딱한 단어에 가둬버린 번역이 못내 아쉬웠다.

출판사 양반들아, 아트란말이다, 아~트!!!



​2. 행복의 크기: 정답이 아닌 '차이'의 발견


​책제목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본문으로 들어가면, 하우절은 역시나 돈의 수치보다 인간의 마음을 읽어낸다.


​객관적으로 정의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란 없다. '좋음'의 크기는 기대와 실제의 차이에 의해 결정된다.


그렇다. ​행복은 절댓값이 아니다.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소유 사이의 간격, 즉 '차이'에서 발생하는 유동적인 감정이 바로 행복이다.

모건 하우절이 '좋음'의 크기를 기대와 실제의 차이에 의해 결정된다고 한 이야기를 읽고 김승호의 <돈의 속성>에서 읽었던 '소득의 4분의 1 수준으로 소비하라.'는 쿼터법칙 조언이 떠올랐다.

소비 수준이 자신의 소득 수준의 1/4을 넘지 않는 선으로 상한선을 잡아서 부로 소비 수준을 올려두지 않아야, 갑자기 어려운 상황에 닥치더라도 버틸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이걸 소비 수준의 상승속도가 소득 수준의 상승속도보다 1/4 수준으로 낮아야 그 차이를 차차 밟아나가면 오늘의 '기대'와 미래의 '실제'사이의 간격을 의식적으로 벌리며 행복의 단계를 차차 밟아나가며 극대화할 수 있다고 이해했다. 결국은 같은 의미인 게, 기대와 실제의 차이가 클수록 행복해진다. 함부로 소비 수준이 높아져버리면 기대 수준이 높아져버리면 실제는 초라하고 높은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기 일쑤다.

미래의 '실제'와 오늘의 '기대' 사이의 간격을 벌려두어 행복을 극대화하는 전략적 인내 바로 삶의 지혜다.



3. 10년을 기다린 괌, 그 '지연된 보상'의 찬란함


​이 '차이의 미학'을 나는 이번 괌 여행에서 온몸으로 실감했다. 10년 만의 해외여행이자 아이들과의 첫 출국. 사실 경제적 여건이 허락되지 않아 못 간 것은 아니었다. 다만 아이들이 여행을 온전히 즐길 수 있을 때까지, 우리 가족만의 '여행 계단'을 한 칸씩 밟아 올라가고 싶었을 뿐이다.

집에서 가까운 경기도부터 시작해 동해와 서해, 부산과 경주를 거쳐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여행의 거리와 난이도를 천천히 높여왔다. 아이들은 매 단계마다 새로운 장소와 자극에 감탄했고 그러한 경험이 켜켜이 쌓여 마침내 첫 해외여행에서는 아이들은 기대와 실제의 간격이 어마어마한 행복으로 치환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새벽 3시부터 누가 깨우지도 않았는데 셋다 모두 일어나 설레하던 아이들의 모습은 그동안의 기다림이 만들어낸 거대한 '차이'가 선물해 준 최고의 장면이었다.

아마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해외여행으로 시작했었다면, 처음부터 좋은 호텔로 여행을 시작했더라면, 아이들이 이렇게 좋아하고 기대하고 행복해하지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게 기준이 되었을테니까. 그러나 조금씩 기대 수준을 높여가면, 그 모든 단계에서 경탄과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4. 나만의 'Art'를 완성해 가는 삶


​결국 돈을 잘 쓴다는 것은, 나에게 최적화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것은 정해진 미지수를 찾아내는 '방정식'의 과정이 아니라, 나의 기대치를 다스려 감동의 역치를 관리하는 정교한 '아트'다. 소비의 속도를 소득의 속도보다 늦추는 것, 여행의 단계를 서두르지 않고 밟아 나가는 것. 이 모든 과정은 결국 더 큰 행복의 '차이'를 맛보기 위한 나만의 예술 활동이었다.

​행복은 양이 아니라 차이다.

이 문장을 가슴에 새긴다.

정해진 정답을 맞히기 위해 급급한 삶이 아니라, 나의 기대치를 현명하게 조율하여 삶의 매 순간순간 더 큰 '차이'의 기쁨을 빚어내는 삶의 예술가로서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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