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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나브로 Nov 28. 2022

요리하며 인생을 조금씩 알아간다

양식 저리가 기능사(양식 저리 기능사)

양식?

스파게티 스테이크?

이 정도면 양식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여러 소스, 육류, 해산물을 이용한 스파게티, 스테이크, 고기를 밀가루에 묻혀 굽는 조리 방법

 

요리 꽤나 한다고 생각한 나는 요리 인생 중 격한 진통을 겪었다.

직간접적으로 한식을 차려먹고 밥, 국, 반찬에 익숙한 한식 상차림에서 벗어난 육수를 내리고, 소뼈를 데치고 굽고 당근을 시럽에 조리고 등등

버터가 빠지면 아쉬운 요리들, 기름이 가득한 마요네즈 버터 소스 아,, 막막했다.


채소를 좋아하고 비건이 되겠다며 무엇을 먹을 것인가 책을 열어 들추던 나는 온데간데없고

닭 해부를 하고 소고기 피막을 제거하고 육류를 칼집 내고 두드리고 있었다.


왜 배우려고 한 것인가, 배워서 뭐 할 것인가...


내가 좋아하는 대로 만들어 먹으면 되는 것을 이란 생각의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다 보니 선생님이 내 스타일에 맞지 않은 것도 탓으로 돌리기 딱 좋았다. 내가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요리, 접하고 배우기 꺼렸던 재료 손질, 선생님의 급한 수업 진행과 투박한 지적이 더 눈엣가시처럼 보였다. 그리고 속이 상해서 울기도 했다. 시골서 나서 대도시로 유학하고 수도권에서 직장 생활 7년, 주부 15년 차 아이 셋 엄마로 살면서 지금 이 시기에 사람 문제로 속이 상하고 맞지 않음을 느낀 건 최대 난관이자 고비였다. 한 달 반이 지나고 나니 어두운 동굴 속에서 밝은 빛을 찾은 듯한 기분이고 지금은 마음이 평안하다. 신기할 노릇이다. 마음의 높낮이가 이렇게 차이가 날 줄이야...

마음먹은 대로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하지만 그 과정 속 내 마음의 파도는 태풍 전 제주 바다 같았다. 태풍이 지나고 난 고요하고 맑음 제주바다처럼 내 마음은 지금 해님이 가득하다.

그 소용돌이를 지나고 나니 요리 레시피를 외우며 내일 양식조리기능사 실기 시험이 기대도 되고 설레기도 하고 긴장도 된다. 지난 한 달 반의 시간이 노력과 수고가 헛되지 않음을 다시금 느낀다.


그리고 오늘 10시에 있을 실기 시험..

그렇게도 마음에 들지 않던 선생님이 주신 시험 마치고 챙겨 먹으라는 간식을 소중히 아껴두었다. 시험 끝나고 먹으려고 말이다.

그리고 선생님이 써주신 메시지가 내 마음에 들어온다.


"하던 대로 차근차근"


받고 나서 나도 모르게 선생님께 엄지 척을 날렸다. 평소와는 다른 내 선에서는 과한 표현이었다. 지금도 그때 나를 돌이켜보니 피식 웃음이 난다.


사람의 마음과 행동은 그 사람이 마음먹기에 따라 달리 보이나 보다. 다른 시선으로 상대방을 이해하고 돌이켜보고 고민하는 시간을 넘어선 나는 이제 좀 자라났다.


아이가 자라면 엄마도 자란다는 말에 대해 아이로부터 배워간다라 생각했다. 그것처럼 요리는 단지 나를 살찌우고 우리 가족을 먹여 살릴 뿐만 아니라 또한 나를 자라게 하고 생각의 깊이를 키워주는 소중한 내 친구인 듯하다.

 

고맙다 내 친구 요리!!


내일도 잘 부탁해... 마음속에서는 제발 내가 잘 알고 잘 다루는 과제가 나와주길 바라지만 내 마음대로만 되지 않을 것이란 것도 알아.

다만, 내가 편안히 마음 갖도록 나를 포근하게 안아주길 바라~~


욕심이 생기기도 해.. 한식처럼 원패스를 외치고 있다만... 한식 때보다도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만... 잘 부탁한다!!


차분히 분리세척 잘하고 채소류, 해산물, 육류 등 전 처리하고 빠진 재료 없이 내 눈이 360도 잘 돌아가길 바라고 농도 잘 맞추고 고명 깜박하지 않길 바라~~


내 곁에서 함께 해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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