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나도 고마워.
어느 아무 날,
생각치도 못했던 친구들에게 꽃 한 송이를 선물 받았다.
그것도 먹빛이 가득 담긴 예쁜 꽃을.
문방사우라고 불리는 종이와 붓, 그리고 먹과 벼루.
이 네 친구들과 함께 지낸지도 스무 해가 훌쩍 넘었다.
나는 그들을 처음 만났던 일곱 살 때 보다 키도 크고, 얼굴도 변했는데
이들은 처음 만났던 그 모습 그대로 여전하다.
하지만 어릴 적에 읽던 동화책이 성인이 되면 또 다른 방향으로 보이는 것처럼,
예전에는 그냥 사용하기 바빴던 문방사우가 해를 거듭할수록 다양한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머릿속에 둥둥 떠돌아다니는 생각들을 붓 끝에 모아
종이 위에 묶어두고 오래도록 이어질 수 있다는 매력을 넘어,
그들이 나를 위해 해왔던 수많은 희생에 감사함의 눈길이 쏟아진다.
투명한 물에게 벼루와 먹은 그들의 몸을 점점 닳아내며 우주의 빛이 가득한 옷을 선물한다.
그러면 붓은 기꺼이 자신의 하얀 몸에 먹빛을 가득 묻혀
나의 마음을 토해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종이 또한 마찬가지로 아무 말 없이 나의 생각을 자신의 온 몸에 담아준다.
자신의 온 생을 바쳐 누군가의 삶에 의미를 더해주는 그들.
어느 날, 새벽에 작업을 마치고 벼루에 먹이 남아 있어서
먹물이 가득 잠긴 벼루에 붓을 담가두고, 종이로 덮어두었다.
다음날 덮어둔 종이를 들어 보니 그 곳에 아주 예쁜 먹빛의 꽃 한 송이가 피어 있었다.
그들이 선물해 준 꽃을 보자마자 눈물이 핑 돌았다.
스무 해가 넘는 긴 시간동안 함께 해 주어서 고맙다고,
앞으로 더 잘해보자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그 마음이 정말 고마워서 옆에 작은 시를 한 수 지어 우리의 우정을 표식 해두었다.
연지에서 피어난 그대 마음 한 송이, 잘 간직하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