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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중 이정화 Nov 17. 2019

가지 같은 시간, 손톱 같은 사람들.

끊어내야 이어지는 삶



꼭 그런 시간들, 그런 사람들이 있다.

썩은 가지를 닮은 시간과 손톱 같은 사람들.

아무리 예쁘게 꾸미고 가꾸더라도

결국에는 잘라내야 한다. 생을 다한 것들이기에.

하지만 그동안 고생스럽게 아니,

사실 고집스럽게 지켜왔기 때문에 놓는 것이 쉽진 않다.

그렇기 때문에 터질 듯해도 꼭 안고 있었다.     


枝, 가지지.

이 글자는 <나무 목>과 <지탱할 지>의 합자이다.     


가지가 줄기에 붙어서

"내가 널 지금까지 지탱했어. 날 버리지 못해!" 라고

아무리 주장해도 나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줄기,

더 중요한 것은 뿌리이다.

썩은 가지라는 것을 인지라고 힘껏 쳐낼 수 있다는 것은

달리 바라보면 감사하게도 뿌리는 괜찮다는 것.      


챙기지도 못하는 많은 인연에 미안함과,

이리 저리 휘두르는 사람들에 대한 서운함에 지쳐있는

나에게 엄마는 말씀해주셨다.

가지가 많은 나무는 줄기가 굵을 수 없다고.

삶이라는 것은 늘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분별 하여 시간과 마음의 가지를 잘 쳐낸다면

하루를 잘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럼 삶은 얼마나 더 아름다워지겠느냐고.     


과감히 놓아야 한다.

너무 길러서 손톱이 내 몸을 다치게 하지 않고,

너무 짧게 잘라서 만질 때 마다 쓰라리지 않도록.

서로에게 딱 알맞을 관계까지만 정돈해야 한다.     


잘라버리면 다시는 나올 것 같지 않은 나무의 가지는

오히려 더 튼튼한 모습으로 성장하는 것을 알고 있으니.

‘그래도’ 라는 이름으로 붙잡지 말고 힘껏 내리치자.

진짜 지탱해주는 뿌리를 믿고.


가지치기.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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