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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중 이정화 Nov 17. 2019

때문에, 아니 덕분에.

실수를 안아주며

마음의 걸음마.

고아한 빛을 내는 종이가 자리를 잡고 차분히 앉으면

붓은 온 정신을 모아서 점을 안겨준다.

그렇게 태어난 점은 기지개를 펴며 획이 되고,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으며 문자가 된다.

그리고 그는 자신과 닮은 친구들과 함께 세상에 빛을 내고,

오래도록 향기를 내뿜는 ‘작품’이 되는 꿈을 꾼다.     


작품의 꿈이 이뤄질 지는 빨간 도장이 찍히기 전 까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 기준은 서로 다투지 않고 조화롭게, 그러니까 얼마나 자연스러운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그렇기에 그들은 어느 순간에는 몸을 웅크리며 작아지기도 하고,

팔을 펴서 다른 친구를 안아주기도 하며 조화를 이뤄낸다.     


그러다가 벌어지는 실수들은 서로 조금씩 양보하여 감싸준다.

물론 그 실수들이 지우개로 지운 것처럼 사라지진 않겠지만,

포용한 그들의 모습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이 엿보인다면

한 번에 완성한 작품 보다 오히려 더 큰 가치를 지닐 수 있다.     


점이 작품의 꿈을 꾸는 것처럼,

인간도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만족할 만큼의 작품으로 완성시키고자 하는 꿈을 꾼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작은 실수들 앞에서 때로는 좌절하기도 하고,

열심히 일해도 별 다를 것 없는 하루에 힘이 빠지기도 한다.

마치 바람에 움직이는 배를 희망 없이 타고 있는 것처럼.     


하지만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들의 대부분은 사실 다 ‘덕분’인걸 알지 않은가.  

   

어제의 실수는 오늘이 감싸주고, 반복적인 하루는 조금씩 깊어지면서 삶은 완성 될 것이다.

별일 없이 지나간 하루도 모아두면 그 얼마나 위대한 생生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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