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한 달간의 팀장 생활
월요일 아침 9시, 매주 이 시간에 팀장회의를 하곤 하는데 우리는 이 시간이 두렵다.
왜냐하면 주말동안 어떤 꼬투리를 잡아서 괴롭힐까 고민하고 오는 사람들처럼 대표와 이사는 매우 예민해져 있기 때문이다. 꼬투리 잡힌 팀장들은 회의가 끝나면 엉망인 기분으로 자리로 돌아오는데 그 감정이 사원들에게 미치기 때문에 모두가 싫어하는 시간이 아닐까 싶다.
세 번째 회사에 대한 에피소드는 정말 끝이 없다.
이 회사에서 자주 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바로 ‘통보’다. 다 결정한 후 게시판 공지사항에 올리면 끝이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팀장 회의가 한창이던 어느 월요일 아침, 갑자기 나랑 개발팀 과장님을 회의실에 소환했다. 왜 부르나 불안한 마음과 함께 회의실에 들어갔다.
빔 프로젝터 화면에 보이는 뭔가 이상한 조직도.
엥? SNS팀이 새로 생겼고, 그 팀 팀장 자리에 내 이름 세 글자가 적혀 있다. 이 전에 ‘진주대리, SNS팀 따로 만들면 어때?’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1도 없었다. 같이 소환 당한 과장님도 마찬가지. 무슨 팀이었는지 생각은 안 나지만 그도 새롭게 개설된 팀 팀장 위치에 이름이 적혀 있다.
당황스러웠다. 그렇게 나는 몇 초 만에 팀장이 되었다.
회의가 끝나고 내 자리로 돌아와서 앉으니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릿 속을 맴돌았다.
물론 회사 운영에 대한 건 임원진들이 의논하고 결정하는 것이 맞지만 그래도 그렇지, 팀 신설과 그 팀 팀장이 되는데 본인에게 일언반구 없이 진행을 한다? 진급을 하는 것도 아닌데 팀장 역할까지 해야 하는거잖아.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회사의 메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통보’다.
SNS 채널을 운영하는 브랜드는 두 곳. 거의 나 혼자 운영하다시피 했던 식품브랜드와 SNS팀 팀원인 '대리병 말기'가 운영하는 채널 하나가 있었다. 막상 팀장 해보니 당장에는 어려운 게 없었고, 오히려 좋은 점도 있었다. 팀장이라고 이름을 달아주니 내 선에서 컨펌하고 광고주한테 나갈 수 있었으니까. 디자인팀도 매우 좋아했다. 쓸데 없는 의견을 반영한 수정을 하는 등의 시간낭비 하지 않아도 되고, 쓸데 없는 억지부리는 악의 무리(윗 선)가 없었으니까.
그리고 며칠 뒤, 또 하나의 통보를 받는다.
그 것은 바로 SNS 팀을 없앴다는 것. 뭐 하는 거지?
왜 만들었고 왜 없앴는지 이유도 모른다. 참 희한한 곳이다.
그렇게 나의 팀장생활(?)은 한 달도 안 돼서 끝이 나고 말았다.
(아, 같이 소환됐던 개발팀 과장님의 팀도 같이 없어졌다.) 팀을 신설하면서 목표한 것이 있었는데 이를 이뤄내지 못 했거나 했으면 문제가 생겼다면 어느 정도 이해하겠지만 팀 신설도, 폐지한다는 것도 아~무것도 들은 것 없이 그들의 입에서 결정될 뿐이었다.
또, 이 두 개의 팀이 생기면서 대규모의 자리 이동도 있었다.
그리고 이 두 개의 팀이 사라지면서 또 다시 자리 이동이 있었다.
어느 회사가 갑자기 팀을 2개 만들었다가 전 직원 자리를 옮겼다가,
갑자기 팀을 없애고 또 다시 자리를 옮기겠는가?
이 얼마나 비효율적인 모습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