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은 처음이라 1

by dindyuu

그렇게 애정했던 회사를 그만 둔 이야기를 드디어 털어놓는다.

사회 생활 첫 사수이자, 두 번째 회사까지 함께 했던 사람의 이야기다. 눈물이 헤픈 악어팀장도 퇴사욕구를 끓게 한 요인이기도 하지만 1순위는 첫 사수다. 악어팀장과 사수의 갈등은 점점 심해져만 갔다. 평화주의자이자 넓은 시야를 가진 대표님 눈에 이 갈등이 안 보일 리 없었다. 삼자대면도 하고, 대표님과 각각 면담도 했지만 업무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서로를 싫어하는 두 사람의 입장은 확고했고, 지친 대표님은 둘이서 해결해라, 나는 이제 손 떼겠다고 선포했다. 둘은 간간히 결판을 지으려 시도했지만 잘 해결이 되지 않았다. (내가 보기엔 그냥 서로 너무 안 맞았다.) 결국 악어팀장이 이직을 선언했고, 악어팀장의 부재로 사수는 대리에서 과장으로 승진함과 동시에 임시로 팀장을 맡게 됐다.


처음엔 너무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선배가 사원에서 대리, 과장이자 팀장으로 오는 과정을 함께 했고, 심지어 우리 팀 팀장님이라니! 함께 성장한 것만 같은 기분에 들떠 있었다. 그런데 팀장은 처음인 그녀는 모든 것이 서툴렀다. 본인 업무만이 아닌 팀 업무를 챙겨야 하고, 간간히 팀장 같은 포스도 내뿜어야 하고 카리스마도 표출하고 싶어 했지만 그 누구도 팀장이 되는 방법을 알려준 적 없었을테지.


어느 순간부터 ‘멋진 팀장’에 대한 욕심이 팀원들에게 불편함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나랑 2년 정도 연차 차이가 났는데 이상한 테클들을 걸어서 답답했던 적이 많았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내가 운영하던 채널에 콘텐츠 하나가 잘못 올라간 것이다. 다행히 바로 알아차려 바로 교체했고 광고주와도 공유드리고 해결한 후 이를 (임시)팀장에게 보고했다. 심지어 광고주는 먼저 확인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도 전했고, 전혀 문제될 상황이 아니었다.


그런데 (임시)팀장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왜 맘대로 판단해? 나한테 먼저 보고했어야지!’


사실 보고할 필요도 없을 만큼 소소한 일이었지만 보고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서 보고한 건데 세상 정색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며 펄쩍 뛰는 모습이 한없이 낯설기만 했다. 내가 좋아하고 열심히 따랐던 예전 선배님의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이 외에도 나와 관련된 업무를 윗선에 이상하게 보고하거나 메신저로 전해도 될 얘기를 모두가 듣도록 크게 소리 내서 말하거나, 윗사람들에게 액션하기 바쁜 모습이 자꾸 보였다. 그런 모습에 나도 점점 지쳐갔다. 팀회식을 하면서 이야기도 해봤다. 그런 부분에서는 이해가 안 갔다, 이렇게 말씀해주셨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요 등등. 하지만 또 다시 같은 모습이 반복됐다. 나는 또 지쳐갔다.


그러면서 자꾸 불편한 상황들이 일어났고 임시팀장과 나 사이에서 동갑인 1년 후배는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가 되어갔다. (몸집이 커다란 친구니까 이하 ‘킹새우’라고 부르겠다.) 당시 킹새우에게도 참 미안했다. 중간에서 몸도 마음도 불편했을 테니까. 악어팀장과 임시팀장 사이에서 한때 새우 역할이었던 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게 얼마나 힘든지.


대표님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임시팀장과 내 사이가 좋지 않음을 알아차렸다. 대표님은 자꾸 불화가 생겨나는 것이 임시팀장 때문은 아닐까 하는 고민도 하셨다고 했다. 결국 나와 임시팀장은 1:1 면담을 하게 됐다. 나는 임시팀장에게 이미 그만둔다는 얘기를 했던 상황이었다. 그녀는 왜 그만두냐는 질문을 했다. 무슨 정신으로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바로 당신 때문이라고 했다. (물론 ‘당신’이라고는 안 했다. 팀장님 때문이라고 했지.)


이 말을 들은 그녀는 ‘내가 싫어?’ 라고 물었다. 그렇다고 말했다. 정확히는 ‘네, 싫어요.’ 라고 말했다. 임시팀장은 적잖이 충격을 먹은 듯 했다. (그나저나 그 때 그 패기 다 어디 갔지? 하하.) 그렇게 그녀와의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고 나는 퇴사를 하게 됐다. 처음을 함께 했기에 더욱 소중한 인연이었는데 그런 측면에서는 아쉬운 마음이 컸다. 하지만 아쉬운 마음보다 더 큰 괴로움이 있었기에 퇴사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누구나 처음은 서툰 법인데, 이에 대한 나의 이해가 부족했다고도 생각한다. 지금은 다른 회사 다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잘 살고 있으려나? 처음이 서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나도 그렇고 모두가 그렇듯. 그 상황들을 이해하기엔 나도 그녀도 많이 어렸고, 지금 이해해봤자 달라지는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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