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눈물의 의미

feat. 악어의 눈물?

by dindyuu

7살 많은 팀장이 내 눈 앞에서 아이처럼 눈물을 뚝뚝 흘릴 때,

당신은 어떤 마음이 들겠는가?


제안서 때문에 밤을 새고 클라이언트 미팅을 갔다 온 날이었다. 오전 미팅을 마치고 사무실에 복귀하니 점심시간이 지나 있었다. 특별한 일 없으면 일찍 퇴근하라는 메시지를 남긴 채 대표님도 일찍 퇴근하셨다. 당연히 업무 정리하고 퇴근할 줄 알았는데 팀장은 낮술을 먹으러 가자며 혼자 신이 났다. 나도 술을 좋아는 하지만 이런 날은 보통 집에 가지 않나? 나는 집에 가기 위해 '고생많으셨고 팀장님도 피곤하실 텐데 다음에 먹자'고 해봤지만 안 된단다. 본인 막내 때는~ 제안서 제출한 날은 무.조.건. 술로 마무리를 했다면서 말이다.

전형적인 '라떼 is horse'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며 팀장님이 자리를 비운 사이 팀원들은 난리가 났다. 나를 구해주겠다며 걱정 말란다. 그러나 막내들의 노력은 헛수고가 되었고, 막내 둘은 살리자는 마음으로 나는 팀장과 단 둘이 술자리를 갖게 됐다. 귀여운 막내 둘은 카톡으로 연신 죄송하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둘 살리고 나 하나 죽는 게 낫지.


팀장은 자신의 단골집이 있다며 나를 데려 갔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일본식 선술집이었다. 자주 왔는지 셰프님과 친근한 인사를 나누더니 익숙하게 자리를 잡았다. 아주 얇게 썬 광어회와 메밀소바, 튀김 등 다양한 메뉴들이 나왔다. 당시 팀장과 내 바로 위 선배(레이운전자)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업무적으로나, 관계적으로나 중간 역할을 하느라 굉장히 힘들었다. (아, 난 이 때도 새우였구나.)


꼰대 마인드 가득한 팀장의 디렉션은 레이운전자에게 늘 불만이었다. 둘 사이가 한창 좋지 않은 이 시점에 팀장은 이 자리를 굳이 왜 만든걸까. 단순히 제안서가 끝났음을 축하하는 자리라기 보다는 나를 포섭하고자 하는 의도가 다분했다. 약간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도 그랬다.


“언니가 다~ 사 줄게~ 많이 먹어~”


회사에서 만난 사람에게 지금까지도 사적인 호칭을 써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듣기 힘든 말이었다. 영혼 없는 대답을 하고 일단 회를 맛있게 먹었다. 물론 맛있는 술도 함께. ‘깔깔마녀’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시끄러운 웃음소리를 자랑하는 팀장님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다 그녀는 혼자 취했다. 그것도 많이.

그녀는 술을 좋아하지만, 잘 취한다. 그것도 너무 빨리.

그렇다고 많이 먹은 것도 아니다. 그렇게 취한 그녀의 주사가 시작됐다.


최악의 술버릇, 그렇다. 운다. 그것도 엉엉.

“나듀 너무 힝들구.. 막 힘든데.. 왜 나한테만 막 그러냐규..”



당시 나는 생각했다. 얼마나 힘들면 나 같은 사원 나부랭이 앞에서 7살이나 많은 팀장이 이렇게 엉엉 울까? 나라도 더 잘 해야겠다, 더 열심히 하고 잘 해드려야겠다. 아자아자!





이 후, 그녀의 눈물은 생각보다 자주 보게 되었고 울 때마다 같은 말을 반복했다. 힘들다는 얘기들..

그녀의 눈물의 힘은 나에게 있어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엉엉 우는 모습을 봐도 아무렇지 않은 내가 되어 있었다.


사실 나의 요즘 모습과 빗대면 나도 뭐 할말은 없다. 왜냐하면 눈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내 감정에 솔직해지기로 마음 먹은 이후, 울고 싶으면 울고, 울고 싶으면 또 울기로 했다. 예전엔 울고 싶어도 웃고, 화가 나도 웃고, 짜증 나도 웃었다. 언제나 밝고 유쾌하기만 한 사람이었고,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그러다 ‘25세, 깨달음의 해’를 지나고 나서 조금 변했다. 아마 팀장의 눈물을 보고 느낀 것도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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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카톡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광고주 매장에서 사진 촬영한 날이 있었다. 팀장은 다른 일정이 있어서 나랑 여자 후배 1명, 그리고 광고주 실무 담당자와 촬영을 진행했는데 그 때만 해도 촬영에 대해 익숙하지 않았던 나는 시간 분배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그 날 목표했던 촬영분을 끝내지 못했다. 이 내용을 보고했더니 온 카톡 내용이다.


“그 시간까지 못 찍은 거는 당신들이 고까지라는 이야기랍니다.”


이 말이 참 충격적이었다.

다른 말로 충분히 대답할 수 있지 않았을까? 촬영 업무가 익숙하지 않았다거나...


물론 업무를 다 끝내지 못한 건 내 잘못이지만 팀원의 사기를 이렇게 뚝뚝 떨어뜨리다니...

함께 하는 동안 이 사람으로부터 배운 건 뭘까? 뭐라도 있겠지만 생각나는 게 없다.

그래도 많은 의미에서 기억에 많이 남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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