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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준 Jan 02. 2020

#3 해외에서 컨설턴트로 살아남기

IBM Hong Kong 왓슨 컨설턴트 : 고난 그리고 성장

’16년 가을  IBM Hong Kong 입사 후 공유드렸던  홍콩 정착기 #1 : It was all about mind set  이후 오랜만에 포스팅이네요..   긴 여정 끝에 현재는 싱가폴에 있는 은행에서 그룹 인공지능 전략을 담당하고 있답니다.   약 13년의 컨설턴트 생활을 졸업하고 처음으로  소위 ‘고객사'(또는 ‘갑’) 입장에서 일하게 되었는데요..  다음 포스팅에서 자세히 다뤄보고자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조금은 늦었지만,  IBM Global Relocation Program으로 시작하게 된 IBM Hong Kong에서의 경험을 공유해 보고자 합니다.  더 공유해주었으면 좋겠다 하는 내용은 답글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늘 포스팅 시작 전 말씀드렸지만,  제 블로그는 성공담을 그려내는 곳이 아닙니다.  전혀 해외 경험도 , 커리어 멘토도, 우수한 학업적 백그라운드도 없는 ‘저’라는 사람이 어떻게 커리어를 개발해 나가는지, 어떤 시행착오들을 겪는지 진솔하게 공유하는 공간입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시작해보겠습니다.



“외국인 컨설턴트로서 포지셔닝 하기,  고난, 성장(성공이 아닌), 그리고 Next 커리어”


 먼저, 포지셔닝에 관해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운이 좋게도 한국IBM 컨설팅 조직에서 여러 왓슨(Watson) 관련 프로젝트들을 잘 수행하여 Hong Kong까지 입성할 수 있었지만,  전혀 다른 시장에서 ‘컨설팅(쉽게 말해 사람과 서비스를 파는)’ 이라는 직종에서 살아남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이에 끊임없이 어떻게 제 자신을 포지셔닝 해야할지, 광둥어(Cantonese)라는 로컬 언어를 전혀 못하는 외국인 컨설턴트가 어떻게 성취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고민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사서 고생하러 왔기 때문에(한국IBM라는 온실을 뛰쳐나온 것은 제 선택) 긍정적으로 임했던 것 같습니다.  주재원처럼 몇 년 기간을 정해두고 IBM Hong Kong에서 일하지 그랬느냐 말씀해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일리 있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만약 그랬다면,  제가 3년간 얻은 것들은 얻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  몇 년 후 돌아갈 곳이 없었기에, 단지 Resume에 Hong Kong이력을 추가하러 온 것이 아니기에  ‘Stay Hungry(Never be satisfied, and always push yourself)’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IBM Hong Kong Office가 위치한  Taikoo place. 각종 글로벌 금융회사,  Tech 및 컨설팅 회사들이 밀집해 있습니다)


 포지셔닝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것이 컨설팅 비즈니스의 전체적인 흐름(LifeCycle) 중, 어디에 집중할 것인가에 관한 것입니다(컨설팅이라는 ‘업’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조금 필요하니, 궁금한 점은 알려주세요).


 구체적으로,  IBM Watson관련 프로젝트를 발굴하는 앞단(Presales 또는 Engagement Manager라는 표현을 씁니다)에서 일할지, 아니면 일단 프로젝트가 성사되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Delivery 하는 역할에 집중할 것인지 입니다.  아무래도 앞단이 좀 더 시장과 고객들을 잘 이해하여야 하며,  더 유창한 영어를 요구하겠지요(고객들은 여러 컨설팅펌 중 신뢰가 가는 팀을 정성/정량적으로 선택하기 때문).   프로젝트 수행에 있어서는,  일단 프로젝트  Scope 등이 다 정해졌고 팀으로 일하게 때문에, 예를 들어 로컬 언어를 못하는 단점 등은 상쇄될 수 있습니다.  데이터 분석 위주로 일한다면 영어가 유창하지 않은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구요..


 결론적으로 저는, 처음 1년 6개월(총 3년 중)은 프로젝트 Delivery에 집중하여 Hong Kong시장과 고객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려고 노력했습니다(부족한 영어를 보완하려 부단히 노력하기도 하였습니다).   이후에는 내부에서 포지션을 변경,  금융고객들만 전담하여 IBM Watson 컨설팅 프로젝트를 발굴해내는 Engagement Manager로서 IBM Hong Kong에 공헌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비즈니스 상황이 좋지 않거나 로컬 언어를 해야만 참여 가능한 프로젝트가 대부분이라,  프로젝트에 몇 달 이상 투입되지 못해 위기에 놓인 적도 있습니다.  결국 고민 끝에, Hong Kong의 글로벌 보험회사 등(한국 IBM에서 경험이 많았던)  금융고객을 대상으로 프로젝트를 따오는 역할을 하겠다고 적극적으로 의지를 표현했고, 결국 일종의 Hybrid 역할(Delivery 50% + Engagement Manager 50%)을 맡게 되었습니다. 회사나 매니저의 방침만 기다렸다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갔을지 알 수 없습니다.


 결국 전례가 없던(First of its kind)  Watson NLP(Natural Languages Processing, 자연어 처리) 프로젝트를 글로벌 A보험사 대상으로 발굴하는 데 성공하였으며, 같은 A보험사의 글로벌 혁신팀 대상으로 ‘인공지능 역량진단 및 Target Operating Model’이라는 IBM에서 따내기 어려운 소위  ‘전략’ 프로젝트 역시 발굴할 수 있었습니다.



 자칫 성공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성공은 하지 못하였지만 성장했다 표현하고 싶습니다.  약 1년 여 전략적인 영업활동을 계속해야 했던.. 외국인 컨설턴트로서 고용안정성에 대한 스트레스와 하루 하루 살얼음을 걷는 듣한 느낌이었습니다.


 전례가 없던 프로젝트 들을 서비스 하기 시작했다는 의미 외,  회사 입장에서 보면 재무적으로 아주 큰 공헌을 했다 보기 어려웠을 것입니다(프로젝트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음).

또한 프로젝트 발굴 실패 경험도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또 다른 글로벌 보험사 대상의  Watson NLP프로젝트(머신러닝 기반 고객 응대 이메일 자동화) 발굴 노력은 수개월의 전략적 투자에도 불구, 해당 보험사 프랑스 본사의 의사결정에 따라 경쟁  IT벤더사가 아시아 지역을 모두 가져가기도 하였습니다.


 외부적인 요인 역시 존재하였는데,  Hong Kong이라는 Global Finance시장에서 타 컨설팅펌(딜로이트, 엑센츄어)이나 MS, AWS, Google 등의 컨설팅팀이 수주하는 인공지능/머신러닝/데이터사이언스 프로젝트 물량 대비, IBM Hong Kong의 물량은 많이 부족하여 비즈니스 상황은 좋지 못했습니다.  시장 변화의 흐름(오픈소스, 클라우드, Citizen Data Scientist,  Micro Service 등)에 대한 대응이 늦었던 것이 주된 원인이었습니다(후속 글에서 공유드릴 예정이며,  다음 글에서는 컨설턴트 이후의 커리어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기타,  3년여 Hong Kong에서의 컨설턴트 근무 경험을 통해 배웠던 것들을 공유드려보겠습니다.(아래 모든 주제들 모두 하나의 포스팅 주제가 될 수 있는 것들이지만, 여러분의 관심사를 아직 몰라 우선 간략하게 적어봅니다. 답글이나 제 블로그 injunkim.com을 통해 궁금한 점 알려주세요)




(시장과 고객 관점)


고객들의 의사결정 과정이 한국과는 많이 다름. 예를 들어, 컨설팅 파트너를 선정하는 과정은 한국 대비 훨씬 합리적임.  다른 예로, 인공지능 프로젝트에 대한 ROI에 대한 관점이 한국보다는 중장기적임.


‘외주를 준다’는 개념이 아닌,  ‘Co-Creation’ 방식으로 외부 파트너와 일하려고 함


한국이 IT시스템 개발에 Agile/Scrum 방법론을 주로 적용하고 있다면, 인공지능 및 데이터사이언스 프로젝트에 해당 방법론을 적용한 사례를 더 많이 찾아볼 수 있음



(프로젝트 관점)



한국에서는 Project Manager = 리더 또는 윗사람이지만,  Hong Kong에서는 그냥 여러 스킬 중 Project Management를 특화한 사람이 맡는 경우가 많음(한국에서의 경험으로 인해,  저보다 경험이 부족한 멤버가 Project Manager로 지정되는 것에 대해 처음에는 이상하게 생각했으나 이러한 방식의 장점도 나중에는 인정하게 됨)


한국어에 대한  NLP(자연어 처리) 프로젝트는 한국IBM에서 여러 번 성공적으로 수행하였으나,  영어와 광둥어를 혼용해서 사용하는 Hong Kong에서 NLP프로젝트는 여러 다른 고려요인과 Technic들이 필요함(가능성과 한계에 대해 이해하려는 고객의 의지는 상대적으로 높음).   또한, 고전적인 방식의 NLP프로젝트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제안했던 머신러닝/딥러닝 기반 방법론들에 대해 고객들은 대부분 열려있음(단순히 납기를 맞추는 것과 윗사람의 ‘수명 사항’에만 신경 쓴다면 나오기 힘든 반응)



(IBM에 대한 이해 관점)



한국IBM 보다 훨씬 Global IBM인력들과 협업이 많은 IBM Hong Kong 그리고 China경험은,  IBM이라는 Global회사의 현재 역량을 좀 더 피부로 이해할 수 있게 하였으며 미래 역량도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게 해 주었음(글로벌 회사에서 커리어를 개발할 경우, Seoul Office만 경험하고 회사를 판단하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 아님)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답글이나 제 블로그(injunkim.com)를 통해 궁금한 점은 알려주세요. 고맙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1 첫 문을 열다. Hong K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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