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할 수 없는 고통의 품

by 글꽃

파리채가 온몸을 내리칠 때마다

어린 살점이 떨렸다

엄마의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에

온 마음이 얼어붙었다


매질이 끝나면 엄마는 불렀다

"이리 와, 우리 딸..."

떨리는 발걸음으로 다가서면

따뜻한 품이 나를 감쌌다


세월이 흘러 그날에

그가 등을 돌리자

나는 무너져 내렸다

"제발 가지 마..."

허공을 향해 손을 뻗었지만

메아리도 없이 흩어졌다


매번 그랬듯 그들은 돌아왔다

따뜻한 손길로

차가운 상처를 쓰다듬으며

"널 미워해서가 아니야"

"널 사랑하지 않은 게 아냐"


이제야 알았다

내가 왜 그의 냉정함도 받아들였는지

왜 그토록 쉽게 용서했는지

어린 날부터 배워온

사랑이란 이름의 혼돈 속에서

나는 여전히 그날의 소녀로 살고 있다


마흔이 훌쩍 넘은 지금도

사랑 앞에 떠는 어깨는

파리채의 아픔을 기억하고

폭력과 사랑이 뒤섞인

그날의 혼란을 반복한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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