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끝난 사랑이 꿈에 나타나는 이유

꿈의 이별식

by 글꽃
어젯밤 꿈에 그가 나왔다.


내 집 침대 위에 아무 옷도 입지 않은 채 누워 있었다.

방 안에는 아침빛 같은 햇살이 들어와 있었고,

이상하게도 그 장면은 불안하지 않았다.

오히려 평온했다.


그는 평소보다 훨씬 더 길고 크게 느껴졌다.

마치 내 삶에서 차지했던 시간만큼 그의 몸이 길어져 있는 것 같았다.


그가 왜 여기 이렇게 누워 있지?
우리는 이미 헤어졌는데.


손을 뻗어 그의 등을 만졌다.

살갗의 온도와 질감이 그대로 느껴졌다.

피부의 작은 튼살까지도.


나는 이것이 꿈이라고 자각하고 있었지만

너무 생생한 감촉에 놀라며 현실이 아니더라도 이 순간에 더 오래 머물고 싶었다.


그의 얼굴과 표정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오른손과 발은 강렬하게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의 오른 손과 발의 뼈가 심하게 많이 오그라져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꿈속에서 그 이유를 단번에 헤아렸다.

생계를 위해 그가 무리해서 만져온 숯의 시간 때문이라는 것을.


그의 몸은 여전히 아름다웠지만

그 손과 발에는 거친 삶의 흔적이 서글프게 남아 있었다.


나는 그를 보며 안타까움을 느꼈지만

동시에 어쩔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우리는 무언가 말을 나눴었지만 무슨 말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감정은 또렷했다. 반가움, 슬픔, 그리고 평온함..


그가 키스를 했다.

키스는 진하지 않았다.

연인간의 키스 같기도 했지만,

아빠가 딸에게 작별 인사를 할 때 건네는 작은 입맞춤처럼

조심스럽고 부드러우면서도..

아, 그보다는 조금 더 애틋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그 순간 알았다.
우리는 여기까지라는 것을.



그건 원망도 미련도 아닌 하나의 신성한 의식처럼 느껴졌다. 슬프지만 아름다운 꿈의 이별식.


우리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돌아가고
서로 다른 곳에 속해 있던 톱니바퀴 같았다.
그래서 아무리 강하게 끌렸어도
우리는 함께 돌아갈 수는 없었다.

나는 그 집 밖으로 스스로 걸어 나왔다.

밖은 물의 도시였다.

베네치아 같이 물 위에 떠 있었는데

어딘가 고대 일본풍의 목조 건물들이 늘어서 있는 소도시였다.


나는 나무 데크 길에 연결되어 있는 물속으로 들어가 헤엄쳤다.

물은 탁함 없이 맑고 투명했다.


얼마 후 나는 물 밖으로 올라와 아주 큰 통창 앞에 섰다.

창문 밖에는 물이 보였다.


작은 물고기들이 평화롭게 헤엄치고 있었다.

고요하고 아름다웠다.


그런데 그 때 갑자기
거대한 물고기가 나타났다.


고래처럼 크고 무시무시한 송곳니들이 어지럽게 삐죽삐죽하게 솟아나 있는

징그럽고 섬득한 느낌의 거대 물고기였다.


그 물고기는 위협적으로 물 속을 헤엄치다가 하늘 높이 솟아 오르며

평화롭게 헤엄치던 작은 물고기들을 순식간에 삼켜버렸다.


거대한 물고기가 몇마리 더 나타났다.

이런 평화로운 물의 도시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괴물 같은 거대 물고기들이 너무 무서웠다.


하지만 다행인 건 나는 물 밖에 있었다는 것이다.


나는 그 공포와 경이로움이 얽혀있는 세계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 안에 휩쓸려 있지는 않았다.


어쩌면 이 꿈은

내 마음이 그를 떠나보내는 꿈인 것 같았다.

사람을 잊는다는 것은
지우는 일 보다
수용하는 일에 가깝다.

서로의 다름을 너무 잘 알게 되버린 우리는

마지막 순간에 이르렀을 때

더 이상 서로를 미워하지도 붙잡을 수도 없게 되었다.


나는 이제

내 삶의 소중하고 중요했던 한 부분이었던 그에게서 헤엄쳐 나와

그를 온전히 바라본다.


I se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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