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의 유감

by 정인기

몇 년전 회사에서 생활가전 제품 영업관리직으로 근무할 때였다. 당시 위례신도시 건설이 한창이었고 내가 맡은 건설사 현장은 아파트가 이미 거의 완공이 되어있었다. 그런데, 2년 전 수주했던 모델의 부분변경이 있어서 협의차 건설 현장의 포스트장을 만나기 위해 강남에서 버스를 타고 위례로 가고 있었다. 그때가 대리 3년차였지만 인사팀에서 영업팀으로 옮긴지 얼마 안된 상황이었기에 같은 부서 과장님께서 동행해 주셨다.


15분이 지나 버스가 문정동을 지날 즈음...


갑자기 옆(과장님)에서 노래가 들리기 시작했다.


“넓고 넓은 바다에 어디어디 어딘가에 세상에서 가장 예쁘게 노래하는......”


그때는 위례 신도시로 넘어가기 전 문정동에는 동남권 유통단지, 동부지방 검찰/법원/구치소 등 건설이 한창일 때여서 나는 창밖을 바라보며 대규모 현장에 감탄하고 있었다.


옆에서 과장님은 계속 노래를 부르고 계셨다. 그런데, 이 노래 어디선가 많이 들어보았다.

그러다가 후렴구에서 아무 생각없이 무의식적으로 나왔다.


“꾸룰루 꾸룰루 꾸꾸룰루 꾸.꾸.룰~루...”


노래를 함께 부르며 과장님과 눈이 마주쳤다. 두 사람 모두 그 노래를 아는 것에 서로가 당황했다. 30대 후반의 대기업 과장과 30대 중반의 대기업 대리가 위례로 가는 버스 안에서 함께 부르고 있던 노래는 바로,



‘뽀로로 고래의 노래’ 였다.




과장님의 키가 키 188cm었고 몸무게는 95kg 정도, 나는 키 184cm에 몸무게가 88kg였으니 우리 부서 대표 덩치들의 환상의 조합이었다. 그 둘이 대중가요도 아니고 팝송도 아닌 뽀로로의 노래라니...


공감의 유감이었다.


과장님은 늦둥이 아이가 있었고 나는 조카가 집에 놀러 왔을 때 들었던 노래가 뇌리 속에 남아 이런 듀엣이 탄생하게 된 것이었다. 그래도 그렇지 뽀로로 노래라니...ㅎㅎ 이러한 유쾌함 가운데 다행히 우리는 현장에 잘 도착하였고 과장님 덕분에 단종 모델 관련 협의도 수월하게 처리되었다.


훗날 알게 된 사실인데 과장님은 내 어릴 적에 같이 자라난 동네 형과 절친이었다. 그날 건설 현장으로 갈 때 가장 예쁜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주신 과장님과의 추억이 웃음 속 기억으로 남는다. 그나저나 뽀로로는 브랜딩, 포지셔닝 제대로 했다.


※ 교훈

회사생활 어디서 누군가를 만날지 모른다.

그러므로 본인의 품위를 위해서는 아는 것도 모르는 척할 필요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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