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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인기 Dec 07. 2020

세상 모두에게 조건 없이 비추는 생명의 빛

글과 말이 존재하기 전부터 빛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로 전해 내려왔다. 선, 의, 영광, 더 나은 이상향의 모습 그리고 희망이란 의미로 자리매김해왔다. 이러한 빛은 세상 모든 사람이 살아가면서 시간과 장소, 처한 상황에 따라 다가오는 모습 또한 다를 것이다.     


그리고 지금,      

회사 사수였던 선배와 함께 서 있는 이곳 생명의 빛 예배당에서 빛은 우리에게 ‘은혜’라는 모습으로 찾아왔다.      

“천천히 앉아서 이곳의 빛과 향을 음미해 보세요.”      


선배에게 이야기한 후 잠시 나와 화장실에 다녀왔다. 막 화장실을 나오는데, 중년의 아저씨 세 분이 남서울은혜교회[주1]밀알학교[주2], 생명의 빛 예수마을[주3]에 관하여 물어보셔서 기꺼이 설명해드렸다. 아저씨 중 한 분이 말씀하셨다.      


“나는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이곳은 정말 감동이 느껴지는 곳이군요.”     

 

언제 시간이 되시면 밀알학교도 가보시라고 간단히 인사하고 다시 예배당으로 돌아왔다.      


천장을 바라보았다.     


예배당 안으로 빛이 들어온다. 

경건한 마음이 우리 주위를 감싼다.      


천장에 떠 있는 나무 기둥과 숨을 들이마시면 나는 홍송의 내음이 

신비감과 더불어 우리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준다.      

선배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하늘 같은 선배가 내 앞에서 눈물을······.’     


내가 선배를 처음 만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12년전 삼성전자 신입사원 입문교육을 물려받으면서이다. 흔히들 이야기한다.      


‘삼성에는 전자와 후자가 있고 전자에는 무선(휴대폰 사업부)과 유선이 있다.’      


무선사업부는 주요 아이템이 휴대폰이기에 제품도 재미있고 실적도 좋아 보너스도 많이 받는다. 그 때문에 모든 삼성전자 입사자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어왔다. 하지만 그들을 관리하는 부서는 바로 본사 경영지원팀이다.(참고로 삼성전자 본사는 경기도 수원시 매탄3동 소재) 내가 회사에 입사한 2007년도에는 본사 경영지원팀이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에 있었다. 나는 수원에 있는 연수원에서 근무하였고 항상 태평로 본사의 지시를 받아 업무를 수행하였다.      


2008년말 삼성전자에 새로운 CEO가 취임하면서 태평로 본사는 모두 수원으로 통합되었고 그때 선배는 나에게 삼성전자 신입사원 입문교육을 물려주게 되었다. 선배는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S대 출신이었고 엘리트 집단인 태평로 본관 출신답게 혹독하게 교육을 하였다.      


“인기야. 그 정도 멀티 태스킹이 안되면서 어떻게 본사 스탭부서 업무를 하겠다는 거니?”, “여기는 니가 그렇게 웃으면서 일하는 곳이 아니야. 본사 스탭은 사업부에서 보기에 격이 떨어지면 권위를 상실하게 된다.”    

  

회의실에도 끌려가기도 하고 여러 번의 질타도 있었지만 

년간 8,000 ~ 10,000명의 신입/경력 입사자들을 교육하는 신입사원 입문교육은 사장단, 임원단들의 관심이 높아 교육담당자들 중에서도 아무나 물려받을 수 있는 과정이 아니었기에 영광스러운 마음으로 임하였다. 덕분에 배운 점이 더 많았다.     


엘리트 집단인 태평로 본관에서 일했던 하늘 같은 선배가 지금 내 앞에서 두 눈에 눈물을 흘리며 기도를 하고 있다.      


선배에게 정오의 빛이 내린다. 

그 빛은 생명의 빛이다.      


“인기야. 고맙다. 내가 오히려 너에게 배운 것이 더 많다. 우리 둘 다 지금은 회사를 나왔으니 앞으로는 격 없이 형제처럼 지내자.”      

둥근 원은 예로부터 모든 이들이 동등한 권리를 가진다는 의미로 해석되어왔다. 지금 생명의 빛 예배당 안에 원형으로 되어있는 자리에서 우리는 내가 생각해왔던 하늘과 땅의 격차를 없애버렸다. 그건 어쩌면 명예일 수도 있고 어쩌면 지나친 겸손이나 과도한 충성심이었을지도 모른다.      


생명의 빛과 원형 좌석은 그 모든 것을 태워주었다.

홍송의 향과 함께 공기 속으로 사라졌다.      


예배당 한가운데에 원형으로 된 우물이 있고 우물 위에 십자가가 서 있었다. 물은 생명과 정화의 의미가 있다. 그리고 십자가는 구원의 의미가 있다. 


내가 의도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덕분에 선배와 형제가 되었다.      


‘나는 내가 회사 선배와 함께 생명의 빛 예배당에 올 줄 절대로 몰랐어.’ 

꿈에도 몰랐겠지.      


돌아오는 길. 선배가 운전을 하고 있다. 아니 이제 형님이다. 

우리 둘 다 찾고 싶었던 것을 찾아가는 것 같아 기쁘다.      


생명의 빛.      


화장실에서 만난 아저씨가 이야기했듯이 누구에게나 조건 없이 내려지는 감동. 

이곳에서 그 감동은 빛으로 우리에게 찾아온다.      


그 생명의 빛이 우리 모두에게 비추길 소망해본다.      


  



[주1] 남서울은혜교회

서울시 강남구 일원동 소재인 한 교회. 큰 예배당을 지양하는 밀알정신에 입각하여 밀알학교 체육관을 임대하여 예배실로 사용하고 있다.      


[주2] 밀알학교 

강남구 일원동 소재인 발달장애 아동을 위한 특수학교.(1997. 3. 1. 설립) 으레 특수학교, 복지시설이라면 일반적인 학교나 시설에 비해 낙후된 모습을 생각할 수 있다. 부족한 시설을 이용하는 발달장애, 지적장애 아동의 실상에 안타까워한 남서울은혜교회 홍정길 원로목사에 의해 건립되었으며 이후 우리나라 건축 100년사의 기념적인 건축이자 KBS 선정 한국 10대 건물로도 선정된 바 있다.      

채광이 잘되는 실내, 내외부가 모두 이어지는 체육관, 카페, 밀알 미술관, 세라믹팔레스홀(도자 벽화로 유명한 음악홀) 등을 통하여 단순한 특수학교가 아닌 지역주민의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였다.      


[주3] 생명의 빛 예수마을 

은퇴 선교사님들이 사역을 마치고 모국으로 돌아오면 거주할 곳이 없는 것을 안타까워한 남서울은혜교회 홍정길 원로목사에 의해 건립 중에 있는 선교센터이다.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설곡리에 있으며 예배당, 정원, 숙소동(건축 중)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 생명의 빛 예배당이 가장 잘 알려져 있는데, 

자신을 위해 기도한 어머니를 위해 예배당을 짓기 원하는 한 사업자가 기증한 홍송,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교회를 설계하기 원했던 건축가, 그리고 예배당을 짓기 원하는 교회가 절묘하게 만나게 되면서 지어진 교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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