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어느 날 아침 여섯 시 반, 덕유산 향적봉 대피소에서 눈을 떴다. 아직 이른 아침이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벌써 일어나 짐을 꾸리고 있다. 나도 얼른 일어나 짐을 챙겼다. 조금 있으니 여사장님께서 사람들이 일어난 것을 보시고 실내등을 켜셨다.
어느덧 7시 30분. 해가 뜰 시간이 되어서 밖에 나가보았다. 감사하게도 밤사이에 눈이 와 있었고 안개가 자욱했지만 떠오르는 태양에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산바람이 눈보라를 일으키고 있었다. 아침이어서 그런지 조금 많이 춥기는 했지만 황홀한 모습에 넋을 잃고 한동안 바라보았다. 너무나도 찬란하고 빛나는 영광스러운 아침이었다. 내가 믿는 하나님께 너무 감사했다.
이제 간단히 요깃거리를 먹은 후 어제 대피소 여사장님께서 추천하신 중봉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있는 나무와 나뭇가지, 상고대가 너무 아름다워 사진을 찍는다. 중봉까지 가는 30분의 길에 계속 셔터를 눌렀고 장갑을 끼웠어도 손이 시리기는 했지만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 걸을 때마다 바람에 날린 눈이 눈보라를 일으킨다. 나뭇가지들이 나와 부딪히면서도 눈보라가 생겼다.
어느덧 중봉에 도착하니 향적봉과는 또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향적봉도 멋있었지만 중봉에서 바라본 파노라마 풍경이 일품이었다. 왜 사장님이 중봉에 가야 한다고 말씀하시는지 알 것 같았다. 경치가 좋아서 그런지 중봉에는 벤치도 여럿이 있다. 날씨는 춥지만 벤치에 앉아 하염없이 바라본다. 다른 봉우리들과 덕유평전의 모습에 주변에 누가 오고 가는지 모르게 넋을 잃고 한동안 앉아있었다.
10시가 조금 넘자 태양은 점점 더 높아졌고 하얀 나무들을 빛냈다. 산 정상의 겨울바람에 덕유평전 곳곳에서 눈보라가 일어난다. 밤사이 얕게 내린 눈이 산바람에 날아가며 장관을 연출한다. 이제 낮의 햇살에 눈이 조금씩 녹고 바람에 떨어지기 시작한다. 떨어지는 눈들이 아쉽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함박눈이 쌓인 것보다 조금은 얕게 붙은 나무들이 멋있게 느껴졌다.
이제 다시 향적봉으로 돌아간다. 곤돌라가 금일의 일정 개시를 했는지 올라오는 사람들과 마주친다. 사람들의 감탄과 웃음소리가 들린다. 나에게도 기쁨과 여유가 충만했다. 이제 곤돌라에 탑승하기 전 마지막으로 아이젠을 벗었다. 어제와 오늘 나의 안전을 책임져준 소중한 아이젠을 벗고 몇 걸음 움직이다 꽈당~하고 넘어졌다. 아프긴 했지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렇게 정신이 육체를 지배해 본 적이 언제 또 있었지?’
곤돌라가 산 아래에 닿았고 출구로 나오자 지금 올라가는 사람들이 이제 막 내려 집으로 향하는 나를 어리둥절하게 바라본다.
“좋은 구경 하세요!”
겨울은 여행 비수기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름다운 산을 품고 있고 대륙의 끝자락에 있기에 바람도 많이 불어 겨울에만 느낄 수 있는 풍경이 많다. 우리가 조금의 의지를 가지고 돌아본다면 겨울도 여행 성수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낀다.
※ 마지막으로 덕유산에서 1박을 하며 든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1. 덕유산은 중봉까지 가면 아주 많이
더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
2. 향적봉 대피소에서 1박을 하면 아침에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다.
- 대피소는 예약으로만 이용 가능하며
화장실은 따듯하고 수세식이지만
세면대가 없기에 물티슈를
많이 챙겨가야 한다.
3. 눈이 얕게 내린 후가 가장 좋다.
4. 아이젠이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