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미국 뉴저지에서 30년 동안 살아오신 이모가 있다. 이모부, 친척동생들과 친하기도 하고, 이모부 댁이 뉴욕과도 가깝기 때문에 뉴욕 예찬론자인 나로서는 휴가 때, 이모 집에 방문하는 것이 하나의 애뉴얼 이벤트이기도 하다.
방문 중 하루는 이모부가 재미난 말씀을 하셨었다.
“미국 어디를 가나 성조기를 볼 수 있어. TV를 보더라도 애국을 강조하는 광고들을 많이 볼 수 있지. 중국이 공산국가인데, 길거리에 국기가 있는 나라는 왜 미국일까?”
개인적으로 뉴욕을 좋아하기 때문에 자주는 일년에 두 번, 적어도 2년에 한번씩은 미국 이모집을 방문하는 나로서 나름 미국에 자주 방문하는 사람이라고 자부해 왔는 데, 이제까지 미국을 다니면서 이모부가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 보지 못해 왔었다.
하지만 그 시점 이후로 내가 바라보는 시야의 관점이 완전히 바뀌었다.
맥도날드 앞에 성조기가 있었다. 미국 마트에 가보니, 입구에 탄산음료를 쌓아서 성조기를 만들었다. 신발 브랜드 컨버스에서도 신발로 성조기를 만들었다. 백화점 어디를 가더라도 성조기가 가슴팍에 새겨진 옷이 있었으며, 성조기 비키니, 성조기 반바지, 성조기 모자에 양말까지 있었다. 심지어는 배트맨도 성조기 앞에 서 있었다.
가는 곳마다 성조기가 있었기 때문에 심지어는 ‘상점, 식당, 레스토랑에 성조기를 나타내는 상징물이 의무인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우리는 초중고교 역사시간에 냉전시대, 베트남 전쟁 등에 관하여 공부하며, 미국은 자유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배워왔다. 다수의 전쟁영화나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헐리우드에서 만들어졌기에 미국 중심의 사고 방식에 입각하여 미국은 자유의 상징이자 개개인의 힘이 사회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민주주의 국가라는 것이 더욱 각인되게 되었다. 심지어 미국인이 아닌 외국인 친구들과도 민주주의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그리스보다는 미국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고 이야기 한다.
자유와 민주주의의 상징인 미국에서 왜 이렇게 전체주의처럼 사회를 몰아가는 것일까?
그 이유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 보니 좀 간단한 답이 나왔다.
유럽에 관심있는 분들은 감자와 밀, 토마토가 유럽사람들의 주식이란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특히, 감자가 주식이었던 북부 유럽에서 과거 감자파동 시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기도 하였다. 예나 지금이나 해가 많지 않은 날씨와 척박한 토양인 북부 유럽은 식자원 생산량과 종류에 제한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이에 반하여 미국은 드넓은 토양에, 강한 태양, 수많은 자원 등으로 육류, 곡류, 과실류 등등 식자원의 종류와 수량이 풍족하고 넘쳐난다. 자동차 휘발류 가격만 하더라도 한국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그야말로 적은 가격으로 많은 것들을 누릴 수 있고, 이에 따라 소비문화를 조장하는 경우도 있다. 단일 국가로서 미국은 최고, 최대시장이다.
이러한 이유로 과거는…..물론, 현재에도 많은 사람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외치며, 미국으로의 이민을 꿈꾼다.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미국은 다민족, 다문화의 이민자들이 세운 국가이다. 특히, 햇살이 쨍쨍하고, 기후가 좋은 서해안(West Coast)쪽, 대표적으로 캘리포니아 주에는 멕시칸,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 등 다양한 민족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민족과 문화의 사람들이 모여서 미국을 이루고 있다. 실제로 캘리포니아의 어느 카운티(동네)를 방문하면, 영어보다는 스페인어가 통용되고, 한국어가 통용된다.
반면, 다수의 책이나 매체에서 ‘미국에서 가장 미국다운 도시는 시카고’라고 이야기 한다. 시카고는 현대 철골 건축의 견본이기 때문에 그러한 표어를 붙일 수 있겠지만 미국의 제 1, 2 도시인 뉴욕과 LA(로스앤젤레스)가 너무나도 다양한 민족들은 내포한 국제도시이기 때문일 것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뉴욕과 LA는 미국이 아니다. 세계 어딘가의 도시이지…..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살기 때문에 국가에서는 애국과 하나됨을 강조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들 부모의 나라가, 그들의 핏줄이 내려온 조상의 나라가, 그들의 피부색이, 그들의 모국언어가, 멕시코, 한국, 중국, 일본, 아랍 내 다수의 국가와 문화, 언어이기에 복합된 사회에서 문화적 이질성으로 발생되는 사고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애국과 하나됨을 강조하는 것이다.
최근 미국 내에 중국인 부동산 매입비율, 극우 이슬람주의자에 의한 테러 등이 늘어나면서 현재 미국은 이민정책을 보수적으로 펴고 있다.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며, 자국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하여 정책적으로 보호를 하는 것이다. 공화당에서는 이민제한을 국정운영과 대선을 위한 정책목표로 내걸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그들도 이민자라는 꼬리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예전에 나바호 부족공원(NAVAJO TRIBAL PARK)에 있는 모뉴멘트 벨리(Monument Valley)에 방문하였을 때, 신기한 미국 지도를 보았다. 미국 전역에 퍼져 살고 있던 아메리칸 인디언 부족들에 관한 지도였는 데, 지도상으론 원주민들이었던 아메리칸 인디언들은 미국 내에서 한,두 곳에 모여 살았던 것이 아닌 전역에 퍼져 살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알던 아파치, 모하비 등등의 부족들은 신대륙 발견과 더불어 백인들을 피하여 점점 산과 사막으로 이동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의미로 굳이 원주민과 이민자들을 나누자면, 지금의 백인들도 이민자들인 샘이다. 최초로미국 땅을 밟은 아메리칸 인디언 이외의 모든 민족은 이민자들이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정치적인 것들을 함축하고 있기에 이쯤에서 간단히 마무리 짓겠다.
다시 국기와 애국에 관한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다양한 사람들이 살기 때문에 애국과 하나됨을 강조하고자 미국에서는 성조기를 어디서나 볼 수 있다. TV에서 뿐만 아니라 백화점, 레스토랑, 강을 건너는 다리에서 조차 성조기를 볼 수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쉽게 친해지고 입을 수 있도록 상업화 시켰다. 하지만, 상업화되었다고 해서 그나라 사람들은 그들의 국기를 함부로 하지 않는다. 반대로 경건하게 생각하고 국가에 대한 자부심을 갖는다.
그럼 우리는 얼마나 태극기에 대해서 자부심을 갖고 있을까? 때로는태극기를 너무 경건하게 신성시하기 때문에 멀게만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 태극기 관련 상품은 월드컵 때빤짝하고 지나가는 것은 아닌가?
나 자신이 태극기와 얼마나 친한지, 태극기를 좋아하는지, 외국에 나갔을 때나 이벤트가 있을 때만 태극기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보았으면 좋겠다. 피츠버그 구장에서 한국인 선수가 나올 때마다 태극기를 휘두르시던 나이 많은 외국인 팬이 오늘도 생각 속에 잔상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