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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인기 Aug 24. 2016

노르웨이 스타방게르(Stavanger) 산책

마음이 편안해 지는 스칸디나비아의 작은 도시




밤 12시가 가까워서야 스타방게르(Stavanger)공항에 내리게 되었다. 5월말임에도 완전한 밤이 오지 않는 북유럽이었지만 스타방게르의 12시는 컴컴해 보였다. 입국 수속을 기다리는 동안 어디서 와장창~~ 하는 소리가 났고, 술병 하나가 바닥에 깨져 있었다. 예전에 노르웨이 친구가 노르웨이는 술, 담배, 휘발유, 차처럼 몸에 안 좋으면 무조건 비싸다고 얘기한 것이 기억났다. 누군가는 외국에 나갔다 들어오면서 술이 필요했었나 보다. 앞에서는 눈을 비비며 사람들이 서 있었고, 나는 호텔에 어떻게 가야할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내가 스타방게르에서 호텔을 잡은 이유는 프레이케스톨렌(Preikestolen)을 가기 위해서 였다. 퍼핏락(Pulpit Rock)이라고 불리우는 프레이케스톨렌에 가기 위해서는 등산 시간까지 합쳐 스타방게르에서 왕복 약 7시간이 소요되었고, 배를 타야 됬었기 때문에 부둣가 주변으로 숙소를 잡아야 되었다. 호스텔은 시외에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부둣가 앞의 저가형 호텔을 잡았다.


 


나는 약간 겁이 나서 앞에선 좀 친근하게 보이는 청년에게 물어보았다.


“여기서 시내로 가는 길이 멉니까?


“멉니다. 지금은 새벽 1시가 가까워서 버스도, 택시도 없는 것 같네요. 음….. 혹시 밖에서 누가 당신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나요?”


“아니요. 없습니다.”


“아~ 그러면 도시까지 갈 수가 없는데…. 혹시 어디를 가시나요?”


“저는 부둣가 앞에 있는 스칸센(Skansen)호텔에 갑니다.”


“음~ 그러면 저의 집에가는 길 중간에 있는 데, 제가 데려다 드리겠습니다.”


나는 잠시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 솔직히 여성분이라면 걱정하시겠지만 나 같은 덩치를 태워준다면 나보다는 태워다 주시는 분이 나에 대해서 더더욱 겁이 나실 것 같았다. ‘이사람 진짜 태평하네’하며 바로~ “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짐을 찾은 후 나와보니 그의 어머니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머니와 간단히 인사를 나눈 후 차를 타고 호텔로 달린다. 청년의 이름은 알렉산더(Alexander)~! 영화 연출을 전공했고 더욱더 큰 시장 진출을 위해서 영국 런던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스타방게르가 노르웨이에서 네번째로 큰 도시라고는 하지만 프레이케스톨렌과 뤼세피요르드(LyseFjord)를 제외하고는 볼거리가 많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지는 않는 곳이며 인구밀도도 높지않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이 순박했고, 내가 어려움에 처한것을 알고는 적극적으로 도와주려고 했다.


 

가장 큰 부둣가를 지나서 호텔에 도착했다. 5월 말이었지만 차 문을 여는 순간, 밀려오는 칼 바람과 바다에서부터 오는 한기가 가슴을 시리게 했다. 가방을 뒤졌다. 다행히 한국에서 가져온 전통 문양 책갈피가 하나 남았다. 간단히 감사의 인사를 한 후 알렉산더에게 책갈피를 주었다. 한국의 금색 전통문양이 신기했는지 알렉산더는 진정 감사를 표현하고 우린 헤어졌다. 




드디어 스타방게르에 왔다.   


밤 1시가 넘어서 도착한 스타방게르는 진정 차가워 보였다. 그리고, 너무 깔끔했다. 새벽 뒷 골목은 한적함만 느껴졌다. 5월이지만 칼처럼 스치는 바다 바람은 냉정한 느낌을 더해 주었다. 처음 도착해서 한적한 밤거리를 돌아보고도 싶었지만 내일 일정을 위하여 다음으로 미루고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 8시, 강렬한 아침 햇살이 창문을 통해 들어왔다. 북유럽을 자주 그리고, 오래 있어봤지만 북유럽의 겨울 그리고, 이른 봄 태양은 아침 8시가 가장 밝게 느껴진다. 간단히 조식을 먹은 후 호텔을 나와서 거리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노르웨이는 세계 최대 산유국 중 하나로서 북해산 브렌트 유를 생산하고 있으며, 스타방게르는 산유와 더불어 노르웨이에서 네번째로 큰 도시로 성장했다. 또한, 스타방게르 항구는 어획량이 많고 해양 교통에서도 중요한 위치에 있었기에 통조림 공장과 조선업으로도 유명하다. 

<노르웨이 석유 박물관NORSK OLJEMUSEUM>

해안가를 따라 걷다가 노르웨이 석유 박물관을 지나자 배 한대가 서 있었다. 배안에는 새우들이 쌓여 있었고, 어부와 손님들은 가격을 흥정하기 시작했다. 이미 마지막 흥정이었는지 쇠로 된 두 개의 박스 중 한쪽의 박스는 이미 다 비워져 있었다. 계산기를 두드리며 가격을 흥정하는 항구의 모습은 우리나라나 지구 반대편 노르웨이나 마찬가지로 보였다. 맑고 투명한 검은 바다, 시원한 북구의 바다에서 잡히는 새우들은 살이 통통하고 기름기도 많아 보였다. 

바닷가를 걷다가 노르웨이 석유박물관을 조금 지나 시내 중심가 쪽으로 꺾어졌다. 중심가 안쪽으로는 쇼핑가가 이어지고 있었다. 하얀색 노르웨이 전통 집들이 기념품 가게와 카페, 옷 가게 등의 쇼핑가들이 보행자 도로를 따라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이 길들의 하이라이트는 일명 카페 거리라고 하는 Øvre Holmegate~! 알록달록한 집들 속에 노천 카페, 레스토랑, 북카페, 기념품 가게들이 아기자기하게 모여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좁은 공간 사이사이에 앉아 태양을 맞으며 스타방게르의 나른한 오후 햇살을 즐기고 있었다. 분위기 상으로는 오후지만 시계를 보니 실제론 오전이었을 정도로 스타방게르의 오전 햇살은 너무나도 강렬했다. 그 강렬한 햇살이 더더욱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듯 했다. 


그리고, 계속 쇼핑가 사이사이를 걷다가 길의 중심에서 약간의 언덕을오르니 VALBERG TÅRNET 전망대가 나왔다. 전망대 언덕 위에서는 스타방게르 전체를 두루두루 살펴볼 수 있었다. 전망대 주변으로 대포들이 전망대를 호위하고 있었고, 주변으로 깔린 잔디에도 사람들이 나와 북유럽 오후의 강렬한 햇살을 온몸으로 받고 있었다. 전망대가 중심가 중앙에 자리잡고 있어서 인지 이 곳은 사람들의 휴식공간이 되어주고 있었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스타방게르 대성당(Stavanger Domkirke)을 둘러본 후 대성당 바로 뒤편에 있는 호숫가를 바라보았다. 호숫가에는 악어 동상이 있었는데, 악어라는 것이 무색하게도 새들의 놀이터가 되어 있었다. 기분 좋은 북구 햇살이 비치는 호숫가의 악어 동상 위에 새들이 한가하게 앉아서 사람들이 던져주는 먹이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비웃음을 자아냈다.     


‘지구 반대편 북쪽 스타방게르 호숫가의 새들 팔자 한 번 좋구나.’



<노르웨이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스타방게르 대성당>


다시 반대편 광장으로 나왔다. 어느 유럽 광장과 마찬가지로 시장이 서 있었다. 마켓에서는 노르웨이 전통 제품과 기념품, 그리고 가장 유명한 스웨터들을 팔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노르웨이 스웨터를 갖는 것이 너무나도 소원이었기에 유로로 가격을 흥정하여 스웨터를 구매하였다. 내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눈 내리는 분위기인 스칸디나비아 전통 문양이있었고, 추운 겨울 이것 하나만 걸치면 온 몸이 녹아 내리기 때문에 아주 만족하게 사용하고 있다. 

득템 후, 발걸음을 재촉하여 항구 주변으로 갔다. 수많은 사람들이 역시나 북구의 나른한 햇살을 즐기면서 맥주 한잔을 하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봄의 기운을 즐기려는 듯 와인과 테이블이 준비된 보트도 있었으며, 레스토랑과 펍(Pub)들이 해안가를 따라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다. 따사로운 북유럽의 햇살을 맞으며 맥주 한잔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평화로워 보였다. 북유럽의 혹독한 겨울의 끝을 알리는 봄 햇살이기에 더욱 따스해 보이는 것은 아닐까 싶다. 비단, 레스토랑에 있는 사람만이 아니었다. 항구를 따라 세팅이 되어있는 벤치에 앉은 사람들, 가격을 흥정하는 장사꾼과 손님, 계단에 앉아서 항구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젊은 커플들, 항구 벤치에 앉아서 무슨 생각인지 서로의 생각만을 주고받는 노부부의 모습이 항구가 주는 특유의 평화로운 분위기, 나른한 분위기를 만끽하게 해 주었다. 항구 한쪽 편에서는 웬만한 빌딩보다 더 큰 크루즈 선이 승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예전에 타본 적이 있었지만 그 배들은 북유럽을 순항한다. 


배가 떠나자 구시가지인 감라 스타방게르(Gamle Stavanger)가 눈앞에 나타났고, 나의 발걸음은 자연스레 동화 속 마을인 그 곳으로 옮겨졌다. 




감라 스타방게르(Gamle Stavanger)    


감라(Gamle)라는 말은 노르웨이어로 옛날을 뜻한다. 예전에 스웨덴 웁살라(Uppsala)에 갔을 때, 바이킹 왕조의 무덤가를 간 적이 있었다. 이름은 감라 웁살라(Gamla Uppsala)~! 웁살라는 스톡홀름 이전 고대 바이킹 왕조의 수도이었다. 옛날을 뜻하는 스웨덴어 Gamla와 노르웨이어 Gamle를 보아서도 알겠지만 두 언어는 정말 비슷하다. 하긴, 스웨덴 북극권 넘어 키루나(Kiruna)에 갔을 때에 길을 물어보려고 붙잡은 사람들 중 다수가 노르웨이 사람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 북구의 나라들은 경계를 초월한 듯 보인다. 그때 그 노르웨이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가인 스웨덴으로 물건들을 사고 휘발유를 채우기 위해 넘어왔던 것이다.     


감라 스타방게르는 18세기에 지어진 오래된 하얀색 노르웨이 전통 가옥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이 곳의 전통 가옥들은 수백 년이 지났다는 것이 무색하게 보존도 잘 되어져 있었고 실제로 사람들도 살고 있었다.   


창 틈으로 보이는 집들 속에는 그림, 수공예, 꽃 등의 작업실과 공방들도 같이 있었다. 노르웨이 친구 타냐에게 물어보니 도시 중심에 있고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기 때문에 이 곳 집값이 상당히 비싼 편이라고 한다. 하얀색 목재 집들이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을 보니 스타방게르는 무공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것 같았다. 


집 앞 계단에 걸터앉아서 쉬시는 할아버지, 우물가 옆 그늘에서 사람들이 지나가건 말건 낮잠을 즐기는 깨끗하고 오만한 길 고양이, 공원 벤치에 다리를 올리고 수다를 떠는 노르웨이 아가씨들, 길 옆 난간 외벽 위에 밭을 일구는 아저씨 등등의 모습들이 노르웨이 전통 가옥, 거리와 어우러져 한 폭의 평화로운 그림을 만들고 있었다. 내 개인적으로 프레이케스톨렌을 제외한 스타방게르만을 생각한다면 이 곳이 하이라이트이자, 북쪽 끝 서쪽 끝의 이 작은 항구마을에 다시금 오고프게 만드는 곳이었다.     


오늘의 여행을 마감하여 호텔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친구인 타냐 그리고, 그녀의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시내에서는 조금 떨어진 외딴 해안가로 나가 보았다. 해안가를 따라 작은 도시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모던한 모양의 아파트들이 보였다. 그리고, 바닷가에는 끊임없이 소용돌이 치고있는 거대한 유리 기둥이 보였다. 스타방게르가 그렇게 크지 않은 도시이고, 인구도 많지 않지만… 그리고, 이 곳이 중심가에서 떨어진 외딴 바닷가이지만 디자인에 신경쓰는 모습이 신기했다. 우리나라였으면 이 비효율적인 조형물을 언론에서 압박주고 당장 치웠을 것인데…..  


바닷가 잔디에 사람들이 누워있다. 노르웨이의 도시는 인구밀도도 적고, 바쁘게 보이지도 않기 때문에 도시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렇게 평화로워 보이는 스타방게르가 노르웨이에서 네번째로 큰 도시라고는 하지만 크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펍에서 맥주를 마신 후 시내 중심으로 다시 나왔다. ‘노르웨이에선 몸에 나쁜 것은 비싸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술이 너무 비쌌다. 마찬가지 논리로 버거킹도 비쌌다. 하지만 우리는 버거킹을 찾아 시내 중심가로 다시 향했다. 밤 12시가 넘었는데, 스타방게르는하루, 이틀 만에 밤이 없어졌다. 5월말이지만 밤공기 역시 시원했고 저 바다 끝에서 ‘자기자신이 북유럽의 석양이란 것을 뽐내듯’ 사그라드는 석양이 여운을 남긴다.


‘새벽 12시가넘었는데 석양이라니…..’ 스타방게르의 아침, 점심, 저녁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청정의 순수함을 간직한 마을의 모습이었다.


이제 알렉산더가 왜 나를 도와줬는지 이해가 간다. 어쩌면 ‘가장 청정하고 평화로운 자신의 삶이기에 순수한 마음에서 주변에 어려운 사람이 있다면 기쁨으로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나는 지금 한국으로 돌아와 매미소리를 들으며 여름의 이 무더위를 버텨내고 있지만 아직도 그 때 그 청정하고 시원했던 하늘을 잊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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