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직장 선후배

by 정인기

후배가 개념없어 보인다.


몇 년전 마지막으로 신입사원 입문교육을 맡았을 때, 회사에서는 파격적인 채용 기준을 단행하여 외국 유학생, 외국인 신입사원을 국내 대학 졸업생들과 동일한 기준으로 채용한 적이 있다. 그 신입사원들은 국내에서 근무하게 된다.


교육을 하던 도중 신입사원 한명이 운영실로 찾아왔다.


“담당자 정인기 대리님 계십니까?"


“네”


“아~ 저 채용 담당을 만나고 싶습니다. 연봉협상을 다시 하고 싶습니다.”


“ㅡ____ㅡ”


운영실에 있던 지도선배들이 키득키득 웃기 시작했다.


‘신입사원 연봉협상, 신입사원 연봉협상, 신입사원 연봉협상…….ㅡ____ㅡ;;;'


속으로 연거푸 ‘신입사원 연봉협상’을 되새기다가~ 그냥 웃으면서 채용으로 토스하였다.


“네, 제가 채용담당에게 전화해서 ㅇㅇㅇ씨에게 연락드리도록 할게요.”


신입사원은 자리로 돌아갔다. 바로 전화를 들고 채용에 연락했다.


“ㅇㅇ아~ 신입사원인데~ 연봉협상 다시 한단다….ㅋㅋㅋㅋㅋ 건투를 빈다. ㅎㅎㅎ”


지금 생각해보면 토론과 협상을 통한 해결에 대하여 몸에 익혀 교육을 받은 미국, 유럽 유학생이라면 신입사원이 연봉협상을 한다는 것이 당연하게 생각될 수도 있다. 단지, 우리나라의 문화상, 사회통념상 맞지 않는 것이겠지. 그런데, 그때는 신입사원이 연봉협상을 한다고 채용담당을 다시 불러달라는 것은 말도 안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마 내가 다시 회사에 들어가서 그런 신입사원을 보게 된다면 다시 또, 배경은 생각 안하고 무조건 개념없다고 생각할 것 같다.


난 꼰대로 변해가고 있다.


이미 수년 전부터 마피아 영화처럼 어깨 위에 코트를 걸치고 팔짱을 끼고 들어오는 신입사원이 회사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입문교육을 진행하던 막판에는 재미있는 신입사원들을 많이 보았다. 부장 교육에서는 요즈음 신입사원들은 뭐라고 야단하면 부모님한테 전화가 올 수 도 있다고 농담 삼아 이야기한다. 외국식 교육과 새로운 패러다임의 교육을 접하는 젊은이들이 늘면서 회사도 변하고 있다. 하지만 선배들이 보기에 신입사원들은 점점 버르장머리가 없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문화적 배경은 이해 못하고 그것을 태도의 불성실로 본다.


누구에게나 신입사원들은 갈수록 빠져 보인다. 일이라도 잘하면 좋으련만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는 신입사원은 일도 잘 못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 회사 선배와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다. 선배는 애들이 너무 이기적이라고 이야기 한다.

선배가 술 한잔하자고 하면 후배는 따라간다. 매번 술자리에서 돈은 선배가 낸다. 매번!


그리고, 선배는 집인 용인으로 떠나고 후배는 아우디를 타고 집에 간다. 내 생각도 선배와 마찬가지이다. 적어도 아우디, 볼보 이런 차 타고 다닐 정도면 선배한테 “매번 선배님께서 사주시는데, 이번 한번은 제가 대접해 드리겠습니다.”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후배는 선배랑 술자리 가지는 것 자체가 싫을 수 있겠다. 억지로 끌려가면 시간 낭비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선배에게 이야기 했다. “그냥 그런 친구들은 피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점점 갈수록 개념없고 버릇없고 이기적인 후배들에게 너무 정 주지 마시고, 일과가 끝나면 그냥 개인의 삶을 지켜주시라고….


정말 개념없는 친구들이 많이 들어오는 것인지, 선배들의 눈이 잘못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선배들 눈에는 후배들의 태도가 불성실해 보인다. 일명 빠져 보인다.





선배들은 말도 안되는 군기 잡으려 한다.


신입사원들이 들어오면 회식을 통한 환영회를 한다. 아니라 아니라 이야기하지만 그 자리에서 선배들은 신입사원들을 평가한다.


"첫째, 술을 얼마나 잘 마시나? "

"둘째, 술버릇은 없나?"

"셋째, 술 마신 다음날 아침에 일찍 회사에 나오는가?"



여기에서 모순이 발생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선배들은 신입사원들에게 술은 많이 먹이지만 술버릇이 안좋거나 다음날 지각을 하는 것을 더더욱 싫어한다. 술은 먹지만 조용히 잘 받아 마시고, 술버릇이 없으며, 다음날 일찍 출근하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후배들 중에서 무조건 받아 마시는 것이 미덕인줄 알고 자신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마시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데, 굳이 따지자면 사실 술 잘 안먹고 사고 안치는 후배를, 술 모두 받아 마시고 사고치는 후배보다 더 좋아한다. 모순이다. 마실 때에는 웃는 얼굴이지만 얘가 목소리는 높아지는지 다음날 출근은 제때 하는지 모두 지켜보고 있다.


후배들에게 선배들과의 술자리가 더 싫은 이유는 후배를 위한다고 “형이” 술 한잔 사준다고 간 자리가


술 마신지 30분이 지나면 오늘 후배가 한 업무상의 과오에 대해 비판하는 자리


가 되어있다.


술은 좋은 감정을 증폭시키는 것처럼 나쁜 감정도 증폭시킨다. 술자리에서 매번 잔소리 하는 선배는 정말 보기 싫다. 그리고, 잔소리는 안하더라도 최소한 술자리의 주제는 업무이야기가 되어있다. 회사에서 퇴근하면 회사 일은 잊고 싶은데, 술과 함께 업무가 연장된다. 이는 변하지 않는 씁쓸한 진실이다.


술자리에서 업무이야기가 아닌 다른 이야기로써 이어나가지 못한다면 본인에 대해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선배들은 업무말고 후배들과 이야기가 통할 무언가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