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영어를 매우 잘하시는 부장님이 있었다. 해외 생활을 매우 오래하셨기 때문에 우리부서 사람들은 그분이 여러 다른 문화에 대해서 상당한 지식이 있으시다는 것과 영어를 매우 잘하신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토익과 오픽 등의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시지는 못했고 새롭게 채용되는 외국인 고급인력들과 토익, 오픽 등의 점수가 높은 후배들 틈에서 점진적으로 해외 업무에서 배제되어갔다. 지금은 다른 부서에서 열심히 일하시고 계시지만 스펙만으로 평가하는 조직에서 조금 아쉽기도 했던 기억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여러 개별적인 이유가 많겠지만 회사에서 외적인 스펙이 중요한 이유는 쉽게 생각해 두가지 부분이 있다.
먼저, 누구나 알고 인정하는 부분이겠지만 한정된 시간과 노력에서 쉽게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인 방법이 그것밖에 없다. 내가 다니던 회사는 당시 국내 10만명, 해외 11만명 정도의 거대한 조직체였기 때문에 파견이나 업무 배치시 본사, 사업부 인사팀에서 모든 희망자를 1:1로 면담하여 배치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므로 담당자 입장에서 가장 빠르고 기본적인, 1차적 기준은 역시 스펙이다. 어쩔 수 없지만 모두가 아는 부분이고 동의하는 부분이라 생각된다.
둘째로, 관리자의 입장에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부분도 스펙이다. 생각을 관리자의 입장으로 약간 옮겨보자.
우리 동기 중 인사업무에 배정받은 사람은 약 17명 정도되었다. 우리가 입사할 당시에 본사에서는 신입사원을 필요로 하지 않았기에 우리는 모두 사업부로 배치받았다. 그러던 중 5년차 정도되었을 때, 본사의 일부 부서에서 우리 동기 한 명을 뽑아갔다. 그 친구의 업무능력에 대해서는 모두가 인정했다. 그리고, 그 친구는 우리가 아는 S대였다. 그 친구가 배치받은 부서가 인사팀 내에서도 고위인력과 정보들을 다루는 부서였기 때문에 위로나 아래로나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업무에 대한 중요성이 상당했었다. 이러한 직무에 여러분이 관리자라면 어떤 사람을 뽑겠는가?
관리자는 인력과 업무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사람이고 혹시라도 일이 잘못 처리되었을 경우 인력 구성에 대해서 상관에게 질책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에서 엘리트로 평가받는 S대 구성원은 어쩌면 관리자로서 최선을 다한 선택으로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보통 실수를 저지른 사람이 S대라면 “어쩌다 실수를 할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에 하위권 학교 출신이 실수를 저지른다면 “이렇게 중요한 업무에 누가 이 친구를 여기에 배치시켰어?”라는 이야기가 나오며 배치에 대해 비판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뭐라고 할 수 없는 것은 누구라도 상급자라면 이러한 상황에 대한 방어/대비책 같은 것을 마련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실질적으로 고학력자가 반드시 업무를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이러한 스펙을 뛰어넘는 것은 역시 압도적인 업무역량과 대인관계이다. 희망스럽게도 회사에는 이런 사람이 존재한다. 내가 조직 통합으로 본사 교육팀으로 배치 받았을 때, 본사 인사팀내 타부서 선배였지만~ SKY 출신도, 탑5 대학 출신도 아니지만~ 인사팀내 모든 부서,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능력자! 업무역량으로 3년을 특진한 사람이 있었다. 이렇게 역량으로 타에 모범을 보이고 압도적인 사람은 모든 스펙을 뛰어넘어 성공한다. 단, 이러한 부분도 1, 2년만에 쌓이는 것은 아니다. 나와 같이 일반적인 사람들은 보기 드물지만 이렇게 존재하는 틈새로 전진해야 한다.
스펙과 더불어 존재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외모가 출중한 사람은 기회를 많이 얻는다”는 것이다. 나도 이 부분의 혜택을 많이 받은 케이스였다. 어쩌면 업무 능력보다 더 많은 기회를 부여받은 부분이 있다. 준수할 정도의 외모에, 180cm가 약간 넘는 키였기 때문에 사업부 인사팀장님들이 지나가시면서도 교육팀의 표준과 모범이라는 과장된 평가를 받아왔던게 사실이었다. 덕분에 입사식 진행과 포럼 진행, 종종 비디오 촬영 등으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기는 했지만 그것도 기회를 많이 받은 결과였었고 누군가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당신이 만약 사내 방송, 홍보, 의전 등을 담당하는 부서의 책임자라고 해보자. 사내에서 방송을 할 때에, 해외에서 귀빈이 홍보관을 방문할 때에 회사를 대표하는 얼굴을 뽑는다면 아무래도 외모가 출중한 사람을 뽑을 것이다.
평가는 둘째치고, 외모가 출중한 사람들이 “더 많은 기회를 부여 받는다.” 그리고, 그러한 기회들이 쌓이면 평가로 이어진다. 아쉽지만 현실이 그렇다. ㅠㅠ 하지만 이러한 것을 뛰어넘은 후배가 있었다. 특유의 밝고 명랑한 성격으로 선후배 더 나아가서 타부서 사람들에게까지 유명해졌다. 물론, 기본적으로 업무를 잘했다. 그 친구는 유관부서로 업무파견도, 해외 파견의 기회도 많이 부여 받았다. 외모가 출중하다기 보다는 성격이 좋고 적극적인 성격에 다른 사람일까지 도맡아 하는 성향이 그 친구를 인정받게 만들었다.
이제까지 말한 스펙과 외모는 “기회”를 더 많이 부여 받는다는 것이지, 평가에 관한 것은 아니다. 물론, 그러한 기회들이 고성과로 이어지면 금상첨화이겠지만 평가는 철저하게 그 업무를 잘 수행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신세한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위에서 말한 두 사람, 업무로써 모든 사람들을 압도하거나 특유의 붙임성과 밝은 에너지, 명랑함으로써 주변 사람들을 자기 사람으로 만든다면 스펙과 외모를 뛰어넘어 “저 사람은 뭔가 특별해~,” “저 사람은 뭔가 있어~,” 선배들에게서도 “친해지고 싶네.”라는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이고 이러한 인정들이 쌓여서 기회와 평가로써 돌아올 것이다. 업무능력은 기본이고 중요한 것은 관계이다. 어두운 현실이지만 그 누구도 감당할 수 없는 희망을 가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