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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노 Dec 12. 2019

어른 동화 책 <증기기관차 미카>를 읽고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말라던 안도현 시인의 책 ‘증기기관차 미카'

아버지는 철도 기관사였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말라던 안도현 시인의 책 ‘증기기관차 미카’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1백만 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운행하셨다. 

"가장 빠르게 가는 방법은 속도를 올리지 않는 거야."

아버지는 입버릇처럼 기차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선로에서 가장 빠르게 가는 방법은 

내리막길에 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예측해서 속도를 올리지 않는 것이라고 하셨다.

“열차 운전은 출발해서 5분, 도착하기 전 5분이 가장 중요해.”

축구 해설 속에 나올법한 이야기도 아버지는 기관차 운전에 빗대어 말씀하시곤 했다.      


‘증기기관차 미카’는 어른들을 위한 철도 이야기이다. 

은퇴하고 노인이 된 기관사와 세월의 흔적을 안고 철도 박물관에 전시된 증기기관차 미카. 

둘이 나누던 옛 추억을 안도현 시인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책으로 만들었다. 

노인이 된 기관사는 철도 박물관에 전시된 증기기관차 미카와 우연히 만나게 된다. 

노인과 미카는 추억을 새록새록 떠올리며 동화 같은 대화를 나눈다.

미카는 다시 달리고 싶어 했고 노인은 다시 운전하고 싶어 한다. 

서울에서 개성과 평양을 지나 신의주를 달리던 그 시절을 추억한다. 

증기기관차 미카는 나란히 놓인 두 개의 철길을 보며 달리고 싶은 마음을 이렇게 에둘러 표현한다. 


".....철길은 서로 그리워하기 때문에 닿을 수 없는 건지도 몰라요." 


서울에서 KTX를 타면 부산까지 2시간 남짓이면 도착한다. 

사람들은 전쟁하듯 하루를 바쁘게 살아간다. 

말 그대로 빠름의 시대다. 

하지만 아무리 빠른 기차라고 해도 북쪽으로 달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빠름을 추구하는 세월의 흐름 속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을까? 

느리다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낭만적인 증기기관차 미카는 빠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기관차가 더 많은 것을 더 빨리 실어 나를 때, 

누군가 더 많은 것을 빨리 빼앗기게 된다는 것을 왜 생각하지 않는 거니?” 

“빠르게 다니다가 보면 정작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게 되는 경우도 많아.”


아버지는 오래전 은퇴하셨다. 

현재 나는 아버지처럼 기관사로 살고 있다. 

올해로 칠순이 되신 아버지는 예전처럼 기차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시지 않으신다. 

오늘따라 속도를 내지 않아야 빨리 갈 수 있다는 아버지의 기차 이야기가 그립다. 

바쁜 하루 일상을 멈추고 중요한 것들을 생각해야겠다. 

천천히 가야 꽃도 보이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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