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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노 Jan 27. 2020

기관사와 사상사고

지하철 1호선 열차가 승강장으로 들어온다.

순간 30대 여성이 선로로 뛰어들었다.

사상사고.

열차에 치인 여성은 그 자리에서 숨졌다.

기관사는 풀이 죽은 모습으로 두 팔을 내렸다.

팔을 내린 채 몸을 숙여 자신이 운전하던 제어대에 얼굴을 묻는다.

충격을 받은 듯 고개를 숙인 채 엎드린 기관사.  

그는 한동안 고개를 들지 않았다고 한다.


나는 아직 경험이 없다.

아직...

각오는 하고 있다.

언젠가 겪게 되겠지.

선로는 산과 산기슭 비탈진 곳을 뚫고 깎아 만들고 동물들은 선로를 끊임없이 오고 간다.  

열차를 운전하다 보면 이런 산짐승, 날짐승과 자주 부딪힌다.

짐승만 부딪혀도 이렇게 마음이 아픈데 사람이라니.    

축구 경기에서 공을 막지 못한 골키퍼는  

자신의 잘못이 아닌 골에도 자책하며 괴로워한다.  

철길에서 사람을 막지 못한 기관사는 고통을 피할 수 없다. 


사상사고를 겪은 기관사는 5일 동안 휴가를 받는다.

5일 동안 해당 지역의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마음을 추슬러야 한다.

정신과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지만 실제 활용하는 기관사는 드물다.  

스크린 도어 설치가 대안이라고 한다.   

스크린 도어가 열차의 방패가 되어 줄 수 있을까.  

죽으려는 사람의 마음을 바꿔 줘야 할 텐데. 

사진 속 기관사가 다른 사람으로만 바뀌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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