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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노 Feb 07. 2021

나만의 시간이 필요해

핸드폰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

온라인 축구 게임, 힙합과 클래식 음악, 탁구 영상, 책 읽기, 글쓰기, 중국어 회화...

내가 하고픈 일들은 핸드폰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할 수가 없다.   

아이들도 핸드폰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없으니 답답하다.

큰마음먹고 장만한 태블릿 PC와 노트북은 코로나가 터져 아이들 수업을 위해 고스란히 내주었다.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면 아이들은 귀신같이 다가온다.

"왜 엄마, 아빠만 핸드폰 해?"

방심하면 여지없다.

첫째, 둘째 아들에게 넘겨주면 이제는 막내딸이 말썽이다.  

"왜 오빠들만 게임해?"

핸드폰은 둘인데 아이는 셋이라 늘 싸운다.

아이들은 금지된 핸드폰을 욕망하고 나는 빼앗긴 자유를 찾기 위해 몸부림친다.  


가족 여행을 떠나는 날 아침.  

'아이들이 자연에서 뛰어놀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집을 나선다. 

저녁 식사 때 아내와 술을 한 잔 하고 나면,

우리 핸드폰은 아이들 게임기가 되고

셋째는 자기 거 없다고 울며 보채는 현실에 한숨이 나온다.


나는 아이들이 잠들기를 기다린다. 

모두 잠들면 슬금슬금 좀비처럼 방에서 기어 나온다. 

가끔은 새벽에 일어나기 위해 저녁 9시부터 잠을 청하기도 한다. 

아이들과 놀 때는 '이렇게 놀면 아이들이 고단함에 일찍 잠에 들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살다 보면 한밤중에 퇴근하는 행운을 맞이할 때도 있다.  


오롯이 나만의 시간.

이게 뭐라고 행복하다.

얼마 전 존경하는 스님 한 분이 내 곁을 떠났다. 

"멈추면 비로소 보인다"라고 하셨는데...

사람은 무(無) 소유하면 희망(望)하고, 

풀(full) 소유하면 그냥 망(亡)한다는 생각이 든다.  

부족해야 만족할 수 있는 게 아닐까. 

비우고 채우는 술잔처럼 사는 오늘이 나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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