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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노 Feb 14. 2021

구원 열차

나도 구원 열차가 있었으면 좋겠다.

사고다!

달구비 쏟아지는 늦은 밤.   

석탄가루 가득 실은 화물 열차가 빗속을 달린다.

앞은 보이지 않는다.

열차의 쇠바퀴는 물기 가득한 레일과 맞닿아 헛돌기를 반복한다.     

어둠 속 빗줄기 뚫고 달려온 열차는 힘을 낼 수가 없다.  

비에 젖어 무거워진 열차는 가파른 산비탈을 오르지 못하고 결국 중간에 멈춰 선다.    

오르막을 해쳐나가지 못하는 열차와 기관사.

당황한 기관사는 구원을 요청한다.

구원을 요청받은 관제사는 사고 열차와 가장 가까이 있는 열차를 '구원 열차'로 지정한다.

꼼짝 못 하던 열차는 다가와 힘껏 밀어주는 '구원 열차'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나게 된다.

교회 찬송가에 나오는 '구원 열차'는 실제로 존재한다.      


나도 구원 열차가 있었으면 좋겠다.  

곤경에 처한 나를 위해 버팀돌이 되어줄 사람.  

칭찬은 메말라 버리고 책망 가득한 집안 분위기도 힘든 고비 오면 달라지겠지?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오신 예수님도 누군가의 남편이었다면 욕을 먹으셨을 거다.

적어도 십자가 고난을 받으시기 전까지는 상황이 그렇다.

 

그렇다고 당장 위기를 벗어나게 해주는 일방적 구원도 싫다.

사실 좋긴 한데 덕을 보면 그 빚을 지고 사는 부담까지 안고 사는 게 별로다.  

위기도 생각하기 나름이다.

사랑은 아끼는 사람을 고통으로 벗어나게 해 주는 게 아니니까 곁에만 있어주면 좋겠다.


'나는 누군가에게 구원 열차가 될 수 있을까?'

바라기만 하는 사람이 되지는 말아야 할 텐데.

모든 생명은 서로 돕고 살게끔 설계되었다고 나는 믿는다.  

도움이 되기 위해 주어진 일들을 탈없이 잘하고 싶다.

혹시 모를 일이다.

하느님이 하늘나라 가는 구원 열차를 계획하실 때 운전을 맡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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